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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형사기록에 대한 문서송부촉탁과 관련한 문제점

    이승훈 변호사(리인터내셔널 특허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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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Ⅰ. 서

    민사소송 사건의 진행 도중 증거의 확보를 위하여 당사자가 관련 형사사건 기록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신청을 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검찰청에 형사기록 송부촉탁을 하더라도 검찰청에서는 형사기록 중 일부(보통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한 당사자의 진술조서, 진술서)에 대해서만 열람·등사를 허용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검찰청의 관행에 대하여 민사사건의 심리 및 당사자의 권리구제에 저해가 되므로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법률신문 2011. 11. 3.자 기사).
    형사기록의 열람·등사와 관련하여서는 형사사건 관련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피해자의 권리 구제·공정한 재판이라는 법익이 대립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형사기록에 대한 문서송부촉탁과 관련하여, 검찰청이 제한적 열람·등사만을 허용하는 관행에 대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Ⅱ. 형사기록 송부촉탁과 관련한 민사소송법 규정

    개정 민사소송법은 서증과 관련하여, 문서제출의무를 일반적인 의무로 규정함으로써 원칙적으로 모든 문서에 대하여 문서제출명령신청이 가능하도록 하였다(민사소송법 제343조, 제344조).
    그런데 개정 민사소송법 논의 당시 공무원 등의 직무상 보관 문서를 제출의무의 대상으로 포함할 것인가에 대하여 문제가 되었었는데, 개정 민사소송법은 일본 신민사소송법 제220조를 모방하여 공무원 등의 직무상 보관 문서는 제출의무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이시윤 신민사소송법 제3판 458면 참조).
    이러한 민사소송법 규정에 따라서 공무원 등의 직무상 보관 문서인 형사기록에 대해서는 문서제출명령이 아닌 문서송부촉탁의 방법을 활용하게 된 것이다.
    다만 공무원 등의 직무상 보관 문서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제출의무 없는 문서로 되는 것이 아니고(이시윤 신민사소송법 제3판 458면 참조), 이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해 형사기록을 열람·등사하는 방법도 열려 있다.

    Ⅲ.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관련 판례의 연혁

    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법률 제71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제1호는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 의한 명령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거나 비공개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를 비공개대상정보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구법 시행 당시 검찰청에서는 검찰보존사무규칙이 위 구법 상의 '법률에 의한 명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검찰보존사무규칙을 근거로 형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신청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검찰 관행에 대하여 대법원 2003두8395 판결은 '법률에 의한 명령은 정보의 공개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 아래 제정된 법규명령(위임명령)을 의미하는데, 검찰보존사무규칙은 이에 해당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즉, 검찰보존사무규칙을 근거로 형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 선고 직후인 2004. 1. 29.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는데, 위 개정법 제9조 제1항 제1호는 비공개대상정보에 대하여 '다른 법률 또는 법률이 위임한 명령(국회규칙·대법원규칙·헌법재판소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대통령령 및 조례에 한한다)에 의하여 비밀 또는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라고 규정하여 검찰보존사무규칙이 비공개대상정보 결정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하였다.

    Ⅵ. 형사기록 송부촉탁에 대한 제한적 열람·등사 허용의 문제점

    1. 법규적 효력이 없는 검찰보존사무규칙을 근거로 열람·등사를 제한함

    검찰청은 형사기록 송부촉탁에 대하여 검찰보존사무규칙을 근거로  열람·등사를 제한하고 있다(검찰보존사무규칙 제6조 참조).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 판례는 검찰보존사무규칙은 법규적 효력이 없으므로 이를 근거로 형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규정도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 동일하게 개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검찰청에서는 검찰보존사무규칙을 근거로 하여 형사기록 송부촉탁에 대하여  열람·등사를 제한하고 있는 바, 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입법자의 의사(법률 또는 법규명령에 의하여만 정보공개가 제한될 수 있다)에 반하는 것으로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하여 형사기록 송부촉탁은 법원이 검찰청에게 형사기록의 송부를 촉탁하는 것으로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자가 법원이라는 점에서 신청인이 직접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신청과 다르므로 문서송부촉탁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 등의 직무상 보관 문서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제출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고, 문서송부촉탁에 의하여 원하는 문서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당사자는 결국 정보공개신청을 하게 될 것이며, 문서송부촉탁도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행하는 것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정보공개신청과 같은 바, 문서송부촉탁에 대하여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유추적용되어야 한다 할 것이다.

    2. 불필요한 절차우회 강요, 기록 폐기 등의 문제
    당사자가 형사기록 송부촉탁에 의하여 원하는 문서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당사자는 결국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정보공개신청을 하여 원하는 문서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이시윤 신민사소송법 제3판 458면 참조).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은 당사자에게 불필요한 절차의 우회를 강요하는 것으로서 민사사건 심리의 신속 및 적정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통상 형사기록 정보공개신청부터 확정판결을 얻는 데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되는바, 만약 그 형사기록이 반드시 필요한 증거라면 기록을 확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절차의 신속을 저해하게 된다. 또한 그 형사기록이 변론에 현출되지 않은 채 판결이 선고된다면 이는 심리의 적정을 저해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배상신청이 가능한 범죄가 기소된 경우 그 피해자는 배상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형사기록을  열람·등사하여 확보할 수 있는 바(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1항 참조), 배상신청이 허용되는 사건에 있어서 배상신청을 하지 않고 민사소송법에 의한 소제기를 한 경우에 형사기록 송부촉탁에 의한 형사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불필요한 절차의 우회를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 할 것이다. 또한, 형사기록에 대하여 정보공개소송이 진행되던 중 형사기록 보존기한이 도과되었다는 이유로 대상 형사기록이 폐기되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이 경우 당사자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문서를 확보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특히 보존기한이 짧은 불기소 사건의 경우 정보공개소송 도중 기록이 폐기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3. 이원적 권리 구제 체제의 문제점
    우리 법제는 민사·형사 이원적 권리 구제 체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범죄 피해자라 하더라도 민사적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가해자를 상대로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형사기록 송부촉탁에 대하여 제한적 열람·등사만을 허용하는 것은 이러한 이원적 권리 구제 체제의 운영에 있어서 큰 저해가 된다.
    민사사건의 진행 중 관련 형사사건의 기록을 확인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그런데 형사기록에 대하여 제한적인 열람·등사만이 가능하다면 관련자의 민사적 권리 구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국민들의 법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할 것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로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사건의 경우 관련 형사기록의 내용을 충분히 공개하여 당사자의 권리구제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

    Ⅴ. 결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형사기록 송부촉탁에 대하여 검찰청이 제한적 열람·등사만을 허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그러나 당사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형사기록에 대한 무제한적 열람·등사가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검찰청에서는 형사기록 송부촉탁에 대하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및 관련 대법원 판례가 제시하고 있는 기준(대법원 판례는 원칙적으로 형사기록 중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에 따라서 사건별로 열람·등사의 허용 범위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위 법률 및 관련 대법원 판례의 취지가 가능한 한 정보공개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것임을 감안하여 보다 폭넓게 열람·등사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열람·등사 허용(문서송부촉탁 신청인의 진술조서, 진술서 등만의 열람·등사 허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이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민사소송법을 개정하여 공무원 등의 직무상 보관 문서를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법, 검찰청법에 형사기록의 열람·등사와 관련된 규정을 도입하는 방법(과세기록에 대해서는 이미 국세기본법 제83조의13 제1항 3호, 지방세기본법 제114조 제1항 3호에서 법원의 제출명령에 의한 열람·등사를 허용하고 있다), 별도의 기관을 설립하여 형사기록을 보관시키는 방법 등을 논의해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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