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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사법체계에 나타나는 지방분권 전통

    전우정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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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이 한국만큼 확고하지 않다. 중국 헌법 제126조는 “인민법원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독립하여 재판권을 행사하며, 행정기관, 사회단체 및 개인에 의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위 규정의 ‘사회단체’에 공산당 조직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고 있다. 

     

    중국에서 주장하는 사법독립은 사법기관인 공안(경찰), 검찰, 법원의 3기관이 독립하여 사법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례로 중국은 각 지방 인민대표대회가 판사 임면권을 가지고, 각 지방 인민정부가 법원 예산권을 갖고 있다. 중국의 사법제도는 삼권분립(三權分立)의 원칙보다는 지방분권(地方分權)의 전통이 강하다. 


     중국에서 법치(法治)란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 법가(法家)가 주장한 통치이념이었다. 백성을 통치함에 있어서 법(法)을 도구로써 이용한 것이다. 유가(儒家)는 덕치(德治)를 주장하였다. 법치(法治) 보다는 덕치(德治)가 더 바람직하다는 전통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인민대표대회는 입법부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의행합일(議行合一)의 최고 국가권력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중국 사법제도의 특징 중 하나를 보여주는 조문이 인민법원조직법 제16조이다. “최고인민법원은 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업무를 보고한다. 지방 각급 인민법원은 해당급 인민대표대회 및 그 상무위원회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업무를 보고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에서 각급 법원조직은 횡적 수평책임체제의 특징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市)·도(道)와 같은 최고 행정구역 단위로 중국에는 직할시(直轄市), 성(省), 자치구가 있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충칭(重慶) 4개의 직할시(直轄市)가 있다. 산둥성(山東省), 쓰촨성(四川省), 지린성(吉林省) 같은 22개의 성(省)이 있다. 그리고 5개의 자치구가 있다. 직할시(直轄市), 성(省), 자치구 하위에 시(市)·현(縣)·구(區) 등의 행정구역 단위가 있다. 

     

     각 행정구역 단위마다 각각 인민대표대회(人民代表大會), 인민정부(人民政府), 인민법원(人民法院)이 있다. 중국에서 지방 각급 인민법원은 그 지방 인민정부로부터 예산을 받고, 일반 행정기관과 유사한 방식으로 판사를 관리하고 법원을 운영한다. 행정기관의 수장이 사법기관의 수장에 비하여 항상 한 등급 높은 직급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최고인민법원장은 국무원 총리와 동급이 아니라, 부총리 급으로 되어 있다. 

     

     중국 법원 판사의 인사권은 지방 각급 인민대표대회가 가지고 있다. 지방 각급 인민대표대회는 해당 인민법원 원장을 선거로 선출하며 또한 그렇게 선출한 원장을 파면할 수 있다. 원장 이외의 판사는 원장의 제청을 받아서 해당 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회가 임면한다. 중국에는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판사들이 서울, 지방 사이에 전국적으로 인사이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특별히 발탁되는 경우 외에는 보통 같은 행정구역의 법원에 계속 근무한다.    

     

     중국의 경우는 법관에 대한 대우가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지방정부가 개별적으로 정하는 예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예산규모를 좌우하는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이 관할 구역 내에 있는 기업들의 수입에 의존하므로,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 자기 관할구역 내의 기업에 유리한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중국 각급 인민법원에는 원장, 부원장, 각 심판정의 심판장(‘庭長’), 연구실 주임으로 구성되는 심판위원회(審判委員會)가 있어서, 중대한 사건 또는 재판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하여 토의하도록 하고 있다. 원장은 판결의 사실인정 또는 법률 적용에 착오가 있음을 발견한 경우에는 이 심판위원회에 회부하여야 한다. 따라서 개별 재판부의 판결에 원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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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법원 조직 및 재판제도는 4급 2심제이다. 법원은 네 개의 등급으로 구분된다. 최고인민법원(最高人民法院), 고급인민법원(高級人民法院), 중급인민법원(中級人民法院), 기층인민법원(基層人民法院)이 그것이다. 최고인민법원은 베이징에 있다. 각 직할시·성(省)·자치구에 고급인민법원이 한 개씩 있어서, 중국 전체에 총 31개(=4+22+5)의 고급인민법원이 있다. 그 하부 행정구역 단위인 시(市)·구(區)·현(縣)마다 각 기층인민법원이 한 개씩 있다. 예를 들어, 베이징 시(市) 안에는 16개의 구(區)가 있는데, 각 구(區)마다 한 개씩 총 16개의 기층인민법원이 있고, 총 4개의 중급인민법원이 있으며, 1개의 고급인민법원이 있다. 

     

     중국 베이징 또는 상하이의 경우, 소송물 가액이 1억위안(한화 약 170억원) 미만이면 기층인민법원에서, 1억위안 이상이면 중급인민법원에서 제1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소송물 가액이 5억위안(한화 약 850억원) 이상이면 고급인민법원에서 제1심을 하게 된다. 이러한 소송물 가액 기준은 각 직할시(直轄市), 성(省) 마다 다르다. 

     

     중국에서는 지방보호주의를 줄이기 위하여, 省間분쟁 즉, 다른 성(省)에 있는 당사자 사이의 사건은 보다 많은 사건이 보다 상급의 법원에서 재판 받을 수 있도록 소송물 가액 기준을 낮추어 놓았다.  따라서 같은 소송물 가액의 사건이라도 다른 성(省)에 있는 당사자 사이의 사건(省間분쟁)은 같은 성(省)에 있는 당사자 사이의 사건(省內분쟁)보다 상급의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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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는 3심제를 원칙으로 하여 당사자들이 원하면 모든 사건을 대법원에까지 상고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2심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최고인민법원에까지 상소할 수 있는 사건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베이징, 상하이에서 한화 약 170억원 미만의 민사사건은 기층인민법원에서 제1심을 하고, 중급인민법원에서 최종심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건은 각 성(省)마다 하나씩 있는 고급인민법원에까지 가서 재판을 받지도 못한다. 중국에서 지방분권(地方分權)의 전통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중국 회사를 피고로 금전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때에 중국에서의 강제집행을 위하여 부득이하게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중재의 경우에도 중재조항에 CIETAC 등 중국의 중재기관이 지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중재절차 개시와 동시에 중국 법원에 가압류 또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우리나라와는 다른 중국 사법체계 고유의 특수성을 감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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