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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교육과 법조인 조정전문가 양성의 필요성

    이로리 교수 (계명대 법학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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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서론

    조정(mediation)은 영미법계 국가에서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분쟁당사자들의 분쟁해결에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키는 목적에서 소송의 대안으로 법원에 의해 적극적으로 장려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 조정은 영미법계 국가들뿐만 아니라 대륙법계 국가들에서도 이미 보편적으로 도입되어 있으며, 국내적 차원을 넘어 국제적 차원에서도 그 이용이 장려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역내에서 국제적 성격을 갖는 민·상사 분쟁해결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조정의 이용을 장려하며, 조정과 사법절차 간의 건전한 관계를 보장함으로써 분쟁의 우호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8년 민·상사조정지침 (Directive 2008/52/EC)을 채택하였고, EU회원국들은 2011년 5월 21일까지 동 지침을 이행하는 새로운 입법을 하거나 기존의 조정관련 법률을 개정하였다.


    한국의 경우 1990년 민사조정법 제정 이후 법원은 조정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시작하였고, 소비자분쟁, 하도급분쟁, 콘텐츠분쟁, 저작권분쟁, 의료분쟁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각 개별법에 따라 다수의 행정형 조정제도가 도입되었다. 형사사건에 있어서도 형사 분쟁을 공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함으로써 범죄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시키는 목적에서 형사조정제도가 도입되어 시행중이다. 각종 조정제도의 도입으로 조정서비스를 위한 제도적 인프라는 마련이 되었으나 조정서비스의 질(質)을 높이는 조정전문가 양성과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II. 조정의 질(質)과 조정교육

    조정의 질은 조정인의 조정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이는 분쟁당사자의 조정만족도와 관련된 것이므로 조정제도의 활성화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법조인 조정전문가 양성과 기존 조정제도 하에서의 비법조인 조정위원에 대한 조정교육은 필수적이다.

    EU 민·상사조정지침 제4조는 조정의 질과 관련하여, 조정이 효과적이고, 공정하고, 유능한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조정인에 대하여 초기 및 추가 훈련을 장려할 의무를 회원국에게 부여하고 있다.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도 조정인이 조정을 수행하는데 있어 일정한 조정교육이 요구된다는 공통된 인식이 존재한다. 프랑스의 경우 민사소송법에서 조정인의 자격으로 조정수행에 필요한 관련 교육 및 경험을 가질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 2012년 7월 26일부터 시행된 조정법(Mediationsgesetz)에서 조정인에게 적절한 교육과 규칙적인 추가교육을 통하여 이론적인 지식과 실무경험을 갖추고 당사자들에게 전문적인 방법으로 조정을 수행한 고유의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적절한 교육으로는 조정의 기초 및 진행과정과 범위, 조건에 관한 지식, 협상기법과 커뮤니케이션 기법, 분쟁해결능력, 조정관련 법의 내용과 조정관련 법의 기능에 관한 지식, 조정관련 실습, 역할극 및 감독 등이 포함된다. 덴마크의 경우, 재판행정법으로 법원이 임명하는 조정인의 자격을 판사 또는 변호사로 한정하면서, 조정인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덴마크 법원이나 변호사협회가 승인한 최소한의 조정교육을 이수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2014년 기준으로 민사조정의 경우 50개 주 중 28개 주에서 법원조정인의 자격으로 사전에 인정된 조정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거나 인증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민사조정법을 포함하여 조정제도의 근거가 되는 개별법에서는 법조인/비법조인 조정위원에 대하여 조정교육을 이수 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데, 그 이유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첫째, 그동안 조정기관에서는 조정제도의 활성화와 관련하여 제도적 정비 및 개선, 홍보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조정의 질을 확보하는데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둘째, 조정기관에서의 조정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평가적 조정, 즉 제3자가 개입하여 분쟁사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해결책(조정안)을 제시하는 방식의 조정으로 편향되어 있으므로, 조정위원을 위촉하는데 있어 사안에 대한 전문성만을 중시해 왔다. 셋째, 현재 대부분의 조정위원에 대한 보수는 교통비 수준의 실비로 지급되고 있고, 조정활동이 대체로 봉사활동으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조정위원들이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는 조정교육을 자발적으로 이수할 동기가 상당히 부족하다. 넷째, 조정 실무에서는 조정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실제로 조정전문가 양성교육 프로그램과 그러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강사를 포함한 상설교육기관은 매우 부족하다. 다섯째, 한국에서는 사적조정 내지 민간조정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으므로 법조인을 포함하여 조정교육을 받은 조정전문가의 활동영역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III. 법조인 조정전문가 양성의 필요성

    1. 조정에서의 법조인의 역할

    현행 각종 조정제도는 공통적으로 법조인에게 조정위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민사조정기관인 조정담당판사, 수소법원, 상임조정위원은 법조인이며, 민사조정법 제10조에 따라 위촉되는 조정위원에도 변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행정형 조정제도의 경우에도 조정위원의 자격은 개별법에 따라 분쟁의 성격에 따른 전문성이나 대표되는 이해관계에 따른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일정한 경력의 변호사 자격을 갖춘 자들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법조인 조정인의 조정능력은 조정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정교육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2. 변호사의 분쟁해결 전문성 확대

    변호사는 조정인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조정에서 분쟁당사자들을 대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조정에서 대리인으로서의 변호사의 역할은 첫째, 의뢰인의 이익에 부합하는 분쟁해결의 전략수립, 둘째, 조정제도 및 절차에 관한 설명, 셋째,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수집 및 의뢰인에 대한 정보제공, 넷째, 조정과정에서의 법적 주장에 대한 조사 및 관련 조언 제공, 다섯째, 의뢰인의 법적 권리 보호, 여섯째, 합의서 작성 등이다. 변호사에 대한 조정교육은 변호사에게 소송뿐만 아니라 협상, 조정기법 등 다양한 분쟁해결기법에 대한 전문적 분쟁해결역량을 배양할 기회를 제공하며, 의뢰인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통합적 분쟁해결을 추구하게 할 수 있게 해 준다.

    3. 사적조정시장의 활성화

    사법시험제도 도입으로 변호사 수가 1만명이 되는 데 100년이 걸린데 비해,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도입으로 법조인 양성제도가 일원화 된 지 8년만에 변호사 수는 2만명(2017년 8월 1일 기준, 대한변협 통계는 2만3154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이 치열해 진 법률시장에서 변호사의 역할을 전통적인 소송 및 법률전문가에 한정시키지 않고, 조정전문가로 그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사적조정내지 민간조정시장의 형성 및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행 법 하에서 유일하게 사적조정을 명시하고 있는 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52조)이며, 동 법을 제외하고는 사적조정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법은 없다. 다만, 변호사법에 비법조인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법률사무를 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제109조)을 두고 있으므로 비법조인이 금품을 받고 민사 분쟁을 조정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사적조정시장의 형성 및 활성화는 현행 법제도 하에서 구조적으로 변호사들이 주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사적조정의 활성화는 국민의 조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조정인에 대한 교육을 전제로 조정인이 고품질의 사적조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조인 조정전문가 양성교육은 사적조정의 활성화를 위한 기초가 되며, 변호사들에게는 분쟁해결시장의 파이를 키움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IV. 결론

    최근 국내에서도 조정의 질 제고를 위한 조정교육의 중요성을 인식되고 있는데, 법원은 조정위원들을 대상으로 조정기법에 대한 특강을 제공하거나 조정위원들의 개인적인 조정경험들을 공유하는 정기적인 조정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한국조정학회가 대한상사중재원과 공동으로 2012년부터 연 2회 정기적으로 법조인, 전문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정전문가교육프로그램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으며, 일부 행정형 조정기관에서도 워크숍 형태의 조정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인 조정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에 비추어 현재 조정교육프로그램과 교육기관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변호사시험 과목 중심으로 운영되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과과정 운영의 실정과 한계를 고려하였을 때 단기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조정교육을 바로 실시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로스쿨변호사 실무연수, 변호사 의무연수 교육과정에서 조정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교육 후 법조인 조정전문가 인증의 형식으로 법조인 조정전문가를 양성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로리 교수 (계명대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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