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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헌논의에 따른 국가배상시스템의 발본적 개혁에 관한 소고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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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발본적 개혁의 필요성

    1948년 7월 17일의 제헌헌법 -지금의 제29조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제27조에서 국가배상청구권이 마련된 다음, 국가배상법이 1951년 9월 8일 제정되어, 지금까지 별반 큰 변화가 없다. 개헌논의에서 지난 시절 굴곡진 근대사의 이면을 상징하는 헌법 제29조 제2항의 삭제에는 의견이 모아졌지만, 제1항과 관련해서 안타깝게도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다. 입법은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준수상황으로부터 미래를 향도하는 규준을 추출하여 설정한다. 공법제도인 국가배상시스템을 민사불법행위론의 연장에서 접근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제2항의 삭제를 계기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참고문헌: 김중권, 법조 제635호(2009.8.1.), 45면 이하; 행정법학 제2호(2012.3.31.), 69면 이하; 법률신문, 2015.10.12.}.

    Ⅱ. 헌법 제29조의 정비

    헌법 제29조 제1항은 일본 헌법(1947.5.3. 시행) 제17조와 동일하다. 이처럼 청구권적 기본권으로 접근하게 한 구조를 세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표방한 것과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배상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차이가 크다. 후자는 전자를 전제로 하긴 하나 개별법에 관한 문제인식을 극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로 인해 광범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독일(기본법 제34조), 스위스(연방헌법 제146조) 그리고 EU법(EU운영조약 제340조)의 규정 구조가 국가책임을 전면에 표방하는 것과 비교하면 청구권적 기본권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법상황은 이례적이라 하겠다. 일본의 경우 명치헌법에서는 공권력행사와 관련한 손해에 대해 국가무책임론에 입각하여 헌법상 국가책임규정은 물론, 독립된 국가배상법을 두지 않았으며, 대심원(大審院)은 권력적 활동에 민법의 적용을 부정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였다. 그리하여 국가는 물론 공무원의 책임이 원칙적으로 배제되었다. 패망이후 비로소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헌법규정을 두고 그에 맞춰 국가배상법을 제정한 것을 생각하면, 그들과 동일하게 규정한 헌법규정에 대한 역사적 성찰이 필요하다.


    국가배상법을 지배하는 규정으로서의 위상 및 국가자기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현행 헌법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먼저 국가가 직접 책임을 지는 식으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 국가배상청구권이 입법에 의해 비로소 형성되게 하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를 삭제하여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 개인적 책임을 암묵적으로 전제로 하는 ‘공무원’을 삭제하고, 가해 공무원에 대한 선택적 청구권의 행사를 도출하는 데 원인을 제공한 단서(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는 국가자기책임의 본질을 훼손하기에 삭제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가책임의 발전의 단계에서 대위책임적 구조에 터 잡은 독일보다는 스위스의 법상황이 좋은 방향을 제시한다. 스위스 헌법규정처럼, '국가 또는 공공단체는 그 기관이 직무활동을 하면서 국민에게 위법하게 발생시킨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바꿀 필요가 있다.

    Ⅲ. 국가배상법의 정비

    1. 주관적 책임요소의 삭제
    헌법상의 국가자기책임을 관철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상의 명시적인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이다. 그로 인해 국가배상법상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는 행정소송상의 위법성판단과 국가배상법상의 (직무행위의) 위법성판단을 다르게 만들거니와, 가해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의 존부가 국가책임인정의 궁극적인 기준이 되게 한다. 주관적 책임요소가 건재한 이상, 과실의 객관화 등과 같은 합헌적 법률해석은 모색의 일환에 그칠 우려가 있다. 국가배상법 제2조의 주관적 책임요소를 과감하게 삭제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통일이후에도 일부 구동독지역에서 통용되는 구동독의 국가책임법(제1조 제1항)과 스위스 국가책임법(제3조 제1항)은 물론 EU운영조약 제340조 제2항은 가해 공무원의 유책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2. 재판상 불법에 대한 특별규정의 마련
    법관의 재판활동 역시 일반 행정작용과 다르지 않기에 별다른 점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의 불법에 따른 국가배상청구는 여의치 않다. 재판 및 불복제도의 본질에서 논의할 점이 있다. 판례는 배상책임요건인 위법성과 유책성의 정도를 일반적인 경우보다 상향시켜 설정하고 또한 재판에 대하여 따로 불복절차 또는 시정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같은 구제절차가 국가배상구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우선함을 판시하였다(대법원 99다24218 판결). 그런데 불복절차가 제도화되어 있는 이상, 판례의 이런 태도는 사실상 재판상 불법에 대한 배상책임적 제재를 부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자칫 법관의 특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 독일(민법 제839조 제2항)처럼 형법상의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여 재판상 불법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3. 가해 공무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부정
    판례(대법원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장에 의하면 가해 공무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피해자는 그 공무원에게 직접적으로 민사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 헌법상의 국가자기책임적 구조는 물론, 국가배상법상의 대위책임적 구조에 의하더라도 가해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아가 국가배상책임의 본질 및 역사에도 반한다. 국가배상법 제2조상의 주관적 책임요소를 삭제하면 이론적으로 가해 공무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인정은 어울리지 않는다.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란을 없애기 위해 구 동독의 국가책임법((제1조 제2항)과 스위스의 국가책임법((제3조 제3항)처럼 명문으로 부정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가해 공무원에 대한 국가의 구상규정은 이런 규정의 존재와는 당연히 무관하다.

    4. 국가배상법 제5조의 삭제
    일본 국가배상법 제2조를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 국가배상법 제5조이다. 동조의 ‘설치·관리의 하자’의 의미를 두고서 주관설, 객관설, 절충설, 관리의무위반설, 위법?무과실책임설 등이 분분하다. 정연하게 설명하기 힘들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사불법행위에서 비롯된 수인(참을)한도의 유월여부가 매향리사격장 소음피해사건에 관한 대법원 2002다14242 판결을 계기로 국가배상법 제5조의 하자논의에 유입됨으로 인해 동조의 하자의 의미를 둘러싼 혼란은 더욱더 심화되었다. 과연 이런 논의상황이 제도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생산적인 의미를 갖는지 의문스럽다. 국가배상법 제5조가 국가배상책임의 체계에서 과연 필요한지 성찰이 필요하다. 제2조에 의해서도 충분히 커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소멸시효 규정의 정비
    국가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국가배상법 제8조, 민법 제766조, 국가재정법 제96조). 현대사의 시대적 아픔(이른바 반국가사범과 민간인학살 건 등)은 물론, 군의문사사건에서 소멸시효의 완성이 다투어졌다. 판례는 기산점의 설정에서 나름 탄력성을 기하거나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권리남용이나 신의칙의 차원에서 배격하는 식으로 대처하곤 한다. 국가배상사건에서 소멸시효기간을 민사상의 손해배상사건과 동일하게(3년) 그리고 그보다 더 짧게(5년)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 재고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적 여론을 내심의 잣대로 삼아 케이스바이케이스로 대처할 것인지 문제이다. 비록 국가배상책임이 불법행위책임이긴 해도 민사상의 불법행위책임을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명백한 국가적 잘못에 대해 소멸시효를 내세워 면책한다는 것은 대국가적 신뢰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국가배상법 차원에서 소멸시효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6. 행정의 사법적 작용과 관련한 국가배상법의 특칙 마련
    행정의 사법작용(사경제활동)에서 공무원이 위법한 행위를 하면 전적으로 민법의 책임규정이 적용된다. 공무원은 민법 제750조 등에 의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으며, 국가 역시 공무원과 병립하여 민법 제756조에 의하여 책임을 질 수 있으되, 제1항 단서규정의 면책가능성이 동반된다. 그런데 민법 제756조 제1항 단서규정의 면책주장이 주효하면, 궁극적으로 가해공무원이 책임을 지는 결과가 된다. 공무원으로서는 그의 행위가 공법행위인지 사법행위인지 결코 중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법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그리고 민법상의 구상규정(제756조 제3항)을 그대로 적용할 때도 문제가 있다. 국가배상법과는 달리 경과실의 경우에도 구상이 가능하여서 현행의 구상유보체계와도 조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가책임법 제11조처럼 국가가 민사법주체로서 활동할 경우에는 배상책임자 및 구상과 관련하여 민법적용을 배제하고 국가배상법 규정의 적용을 명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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