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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Brexit)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

    장지용 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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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서론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하였고, 2017년 6월 유럽연합과 이를 위한 공식협상을 개시하여 2018년 2월 제2단계 협상에 이르렀다. 영국의 탈퇴비용, 북아일랜드의 국경문제, EU 국가에 거주하는 영국인의 지위, 브렉시트에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는 영국대법원의 판단 등에 대한 언론보도 등이 있었다. 하지만 브렉시트(Brexit)와 관련된 법적 쟁점, 특히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본 분석은 많지 않았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과정은 유럽이 통합해온 과정을 되돌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브렉시트로 인하여 2019년 3월 29일부터 영국은 유럽연합 회원국에게 적용되는 통합법체계에서 탈퇴하게 되지만, 영국과 유럽연합 모두 국경을 넘는 법률관계에 있어 예측가능성,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민사사법공조를 유지할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이하에서는 영국과 유럽연합이 브렉시트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법체계에 시사하는 점을 찾아본다.

    II. 민사사법공조의 유지

    민사사법공조란 국경을 초월하여 서로 다른 법제가 상호 작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흔히 송달, 증거조사 등 소송절차분야에서의 외국법원과의 협조로 이해되지만, 국제사법으로 알려져 있는 ‘어느 법원이 재판을 할 것인지(관할),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할 것인지(준거법), 그 판결을 다른 나라에서 승인, 집행할 수 있는지(승인·집행)’의 분야도 광의의 민사사법공조로 볼 수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 모두 탈퇴시점까지 기존의 민사사법공조체계를 유지하는데 이견이 없으나, 그 후 어떠한 방식으로 민사사법공조를 유지할 지에 대하여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영국과 유럽연합과의 사이에 민사사법공조에 관한 별도의 협약을 체결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기존의 국제협약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영국 정부도 이에 대하여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민사사법공조 분야와 관련된 국제기구로는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사법통일국제연구소(UNIDROIT) 등이 있고 위 기구에서 성안된 국제협약이 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관할 및 판결의 승인·집행과 관련해서 유럽연합과 EFTA 국가(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사이에 적용되는 루가노협약에 가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유럽연합과 EFTA 양쪽 모두에 속하지 않는 영국이 루가노협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모든 체약국의 동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루가노협약에는 브뤼셀I 규정의 개정 내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준거법은 다른 나라와의 상호승인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므로 로마규정과 동일한 내용의 영국 국내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유럽특허조약은 유럽연합 규정이 아니므로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에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헤이그 송달협약, 헤이그 증거조사협약, 헤이그 아동탈취협약, 산업디자인에 관한 헤이그협정(1999년 개정협정), 표장의 국제등록에 관한 마드리드협정, 저작권 관련 여러 협약 등에 가입하였고, 국제도산에 관한 UNCITRAL 모델법은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장에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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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II. 국제분쟁해결 허브의 재편움직임

    가. 관할재판소의 변화

    브렉시트로 인하여 영국은 더 이상 유럽연합사법재판소(CJEU)의 관할 하에 있지 않으며, 영국에서는 EU법의 영국법에 대한 우위가 사라지게 된다. 

     

    다만 영국이 수차례 대립각을 세웠던 유럽인권재판소(ECtHR)는 유럽연합의 산하기관이 아니고 4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의 기구이므로 여전히 회원국인 영국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현재 준비 중인 통합특허재판소(UPC)도 유럽연합 규정이 아닌 별도의 국제협약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영국은 위 협약에 서명하였고 2017년 11월 28일 브렉시트와 관계없이 그 비준을 추진할 의사를 명확히 하였다.

    나. 특수상사법원의 설립

    현재 국제상사분쟁의 상당수가 영국 런던의 법원이나 중재기관에서 해결되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함에 따라 브렉시트 관련 분쟁은 증가하는 반면 영국 판결의 승인·집행이 어려워짐에 따라 영국 법원에 대한 선호도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유럽대륙 국가들은 상사분쟁해결의 허브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SICC), 카타르(QICDRC),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DIFC Court)와 아부다비(ADGM Court)에서 국제상사분쟁 등을 해결하기 위한 특수법원을 운영하고 있으나, 브렉시트를 계기로 유럽대륙의 여러 국가들도 이러한 특수상사법원을 추진하고 있다. 

     

    ① 네덜란드는 2018년 중순 암스테르담 지방법원 및 항소법원에 네덜란드 상사법원(Netherlands Commercial Court)을 설립하여 영어로 변론 및 판결을 할 예정이다(네덜란드에서는 2016. 1.부터 로테르담 지방법원에서 국제거래 및 해사 사건의 변론을 영어로 진행하는 소송규정을 시행한 바 있다). ② 벨기에는 2018년도에 브렉시트에 따른 분쟁 및 주요 국제상사분쟁의 해결을 위한 상사법원인 브뤼셀국제비즈니스법원(BIBC)을 개원할 예정이다. 위 법원에서는 영어로 변론을 하고, 재판부는 2인의 직업법관과 1인의 전문법관(국제거래 전문 교수/변호사)으로 구성되며, 전통적인 재판과 중재를 결합한 방식의 단심재판을 할 계획이다. ③ 독일의 헤센주는 프랑크푸르트를 금융중심지로 만들기 위하여 2018년 1월부터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에 영어로 변론(판결은 독일어)을 하고 전문법관제도를 도입한 상사재판부를 설치하였다(독일 법원조직법은 당사자들이 합의할 경우 영어 변론을 허용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몇몇 법원에서 영어 변론을 실시한 바 있다). ④ 프랑스는 2018년 3월부터 파리항소법원에 국제재판부를 설치하여 일방당사자가 외국인이거나 외국법이 준거법인 경우, 영어나 기타 외국어로 변론을 하고(판결은 불어로 하되 번역문 제공), 상사, 금융 사건의 경험, 외국 준거법 지식, 영어구사력을 갖춘 법관이 재판을 하도록 하였다(파리상사법원은 2010년부터 국제 및 EU 사건 전담재판부를 설치하여 국제상사사건의 1심에서 당사자들이 동의할 경우 영어로 변론을 진행하였다).

     

    다만 이러한 시도에 대하여 영어 사용만으로 국제분쟁해결의 중심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이 있고, 서면심리가 허용되는 유럽 대륙법계국가의 신속, 경제적인 재판이 영국의 재판방식에 대하여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인지, 법관의 구성, 심급제도 등을 변형한 특수법원이 한 판결도 외국에서 승인·집행될 수 있는 판결에 포함되는지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상사전문법원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2018년 6월부터 특허관련 1심 지방법원과 특허법원의 국제재판부에서 당사자가 동의할 경우 외국어 변론 및 증거제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IV. 결어

    이상으로 브렉시트에 따른 민사사법공조분야의 변화, 국제분쟁해결 허브의 변화 등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브렉시트로 인하여 우리나라와 유럽연합 사이의 국제규범이 영국에 적용되지 않게 된다는 점 이외에도 브렉시트에 대처하는 영국과 유럽연합의 자세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브렉시트를 계기로 국경을 넘는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유럽 대륙법계국가들의 경쟁은 우리의 국제분쟁해결을 위한 사법제도 운영에도 참고가 될 것이다. 향후 계속될 브렉시트 협상의 추이를 주시하면서 우리는 어떠한 국제협약에 가입할 것인지, 어떠한 방향으로 법원을 변화시킬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장지용 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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