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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디자인의 모방행위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적용범위

    박성호 교수 (한양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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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논의의 단서


    패션디자인은 소위 토털패션의 경향에 따라 단순히 의류나 구두 또는 가방 등 그 업체 고유의 전문상품 생산·판매에만 그치지 아니하고 저명성을 가진 동일한 상표를 사용하여 의류, 구두, 가방, 액세서리, 시계 등의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여 동일 매장에서 판매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토털패션의 흐름에 따라 패션디자인의 무분별한 베끼기가 만연하고 있는 것도 패션업계의 현실이다. 그래서 패션디자인의 법적 보호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디자인보호법, 저작권법, 부정경쟁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줄임) 등이다. 패션디자인의 라이프사이클이나 실용품으로서의 패션제품을 고려할 때, 디자인보호법이나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두되는 것이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이다. 특히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에 의한 패션디자인의 보호 문제는 최근 실무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II.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신설과 그 적용범위
    1.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신설


    2013년 7월 30일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추가하여 2014년 1월 3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차)목의 입법취지는 (가)목 내지 (자)목에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차)목의 신설은 ① 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과, ②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20044 판결에서 민법상 불법행위의 법리를 통해 규율해온 ‘부정한 경쟁행위’를 부정경쟁방지법의 부정경쟁행위의 일반유형으로 포섭한 점에 의의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위 ①의 대법원 2008마1541 결정은 선례적 가치가 매우 크다. 문제는 (차)목의 규정내용이 포괄적이어서 확대 적용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입법취지에 부합하면서도 예견가능성이 있도록 그 적용범위를 적절하게 규율하는 것이 실무상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2.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신설에 영향을 준 대법원 2008마1541 결정에서 민법상 불법행위의 법리를 통해 규율한 ‘부정한 경쟁행위’의 의미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광고의 차단·삽입과 저작권 침해 등이 문제된 사안에서 ① 대법원 2008마1541 결정은 광고영업의 이익을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 파악하면서, 비록 부정경쟁방지법이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서 ‘부정한 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범위 밖에 있는 ‘부정한 경쟁행위’에 대해 민법상의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는 그러한 행위에 대해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차원의 문제이다. 위법성 판단에 관한 통설적 견해인 상관관계설에 따르면, 위법성은 침해된 이익의 성질과 가해행위의 양태를 상관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것으로 영업상의 이익이나 채권처럼 보호이익이 그다지 강하지 않고 명확하지 않다면 ‘이익형량’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므로 보호하여야 할 이익과 그 대척점에 있는 비교이익을 저울질하여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게 된다.

    요컨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라고 이해되고 있고, (차)목의 신설은 ① 대법원 2008마1541 결정에서 결정적 영향을 받은 것이다. (차)목의 신설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의 법리를 통해 규율해온 ‘부정한 경쟁행위’를 부정경쟁방지법의 부정경쟁행위의 일반유형으로 포섭한 점에 의의가 있다.

    3.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적용범위

    그런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보충적 일반조항이고, 또한 민법 제750조도 하나의 일반조항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타인의 성과를 모방하여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판단할 때 사안에 따른 개별적 이익형량을 하는 것은 그 예견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예견가능성의 담보를 위해서는 사건별 이익형량보다는 비교·형량하여야 할 각종의 사정요소들을 유형화함으로써 법적용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즉 위법성 판단을 긍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유형화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는 ‘이익형량’ 기준(interest balancing test) 혹은 ‘사건별 형량’ 기준(ad hoc balancing test)으로부터 예견가능성이 담보되는 ‘유형별 형량’ 기준(definitional balancing test)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보충적 일반조항인 (차)목에서 규정하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하였다고 해서 ‘언제나’ 부정경쟁행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무단 사용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즉 위법행위라고 긍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한 사정을 유형화함에 있어서는 독일의 1909년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조 및 2004년 전면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 제3조의 각 일반조항 아래에서 재판례와 해석론으로서 전개되어온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로서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besondere Umstande)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독일에서 전개되어온 재판례와 해석론을 참조하면, (차)목에 따른 ‘타인의 성과물에 대한 도용’이 위법행위로서 판단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라는 것은 ① 타인의 성과물에 대한 직접적 모방, ② 선행자와의 계약상 의무나 신의칙에 반하는 양태의 모방, ③ 부정한 수단에 의하여 정보를 취득한 양태의 모방 등을 말한다. ① 타인의 성과물에 대한 직접적 모방이란 타인의 성과물을 ‘그대로’ 혹은 ‘거의 그대로’ 모방한 경우를 말한다.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모방자 자신의 창작이 가미된 형태로 모방한 경우에는 (차)목이 적용되지 않지만, 그러한 경우라도 ② 선행자와의 계약상 의무나 신의칙에 반하는 양태로 모방하거나, ③ 부정한 수단에 의하여 정보를 취득한 양태로 모방한 경우에는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성과물이 일정한 거래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거래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필요한지는 모방의 정도, 모방의 양태, 성과물 개발자의 투자회수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한정적 기간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요컨대, 위와 같은 ①②③유형의 ‘특별한 사정’이란 타인의 지적 성과물의 이용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서 보호해 주지 않으면 그 지적 성과물을 창출하거나 고객흡인력 있는 정보를 획득한 타인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하게 될 것이 명백한 경우를 의미한다{이에 관한 상세는, 박성호,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가 부정되는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의 적용범위’, ‘한양법학’ 제29권 제1집, 한양법학회, 2018. 2. 참조}.

    III. 소결―구체적 사건에의 적용

    이러한 적용범위의 문제를 에르메스 가방의 패션디자인 모방과 관련된 두 가지 사건과 관련하여 판단해보고자 한다{서울고등법원 2016. 1. 28. 선고 2015나2012671 판결(확정); 서울고등법원 2017. 2. 16. 선고 2016나2035091 판결(상고-대법원 2017다2178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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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등법원 2015나2012671 판결의 사안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행위유형 ① 타인의 성과물에 대한 직접적 모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타인의 성과물을 그대로 모방하고 모방자의 창작 부분이 거의 없는 경우로서 타인의 성과물에 일정한 ‘거래적 가치’가 인정되는 경우이므로 (차)목의 적용이 긍정된다. 이에 반하여 서울고등법원 2016나2035091 판결의 사안은 타인의 성과를 모방하면서도 자신의 창작이 가미된 형태, 즉 ‘눈이나 입술 모양의 디자인’(샤이걸, 윙키걸)을 덧붙인 형태이고 ② 또는 ③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차)목의 적용이 부정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박성호 교수 (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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