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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 소급보호의 원칙과 그 한계

    박진아 소장{(사)기술과법연구소·법학박사}

    박진아 소장 ((사)기술과법연구소·법학박사)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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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서론·문제의 제기


    저작권 보호의 역사와 함께 저작권의 보호 범위는 확대되어 왔다. 저작권 보호의 확대에는 보호받는 저작물의 확대,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 저작지분권의 확대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저작권의 확대는 대체로 저작권에 관한 국제 조약이나 국내 저작권법의 개정에 의하여 주도되었다. 그런데 저작권을 확대하는 국제 조약이 소급적으로 적용되는지에 관하여는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어 왔으나 저작권 보호를 확대하는 국내 저작권법의 소급적용여부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이에 본고에서는 국내 저작권법의 개정에 의한 저작권 확대 보호가 어느 범위에서 소급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저작권의 본질과 그에 따른 소급 보호의 정당성에 관하여 논의하고(II), 소급효 및 소급 보호의 개념적 고찰을 한 다음(III), 국제 조약상의 소급 보호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고(IV), 나아가 국내 저작권법상 소급 보호 여부를 검토한 뒤(V), 마지막으로 저작권 소급 보호에 대한 제한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VI).

    II. 저작권의 본질과 소급 보호의 정당성

    저작권의 본질에 관련하여 권리의 연원에 관하여는 입법이 없이도 창작만으로 저작권이 발생한다는 자연권설과 국가의 입법을 통하여 비로소 저작권이 인정된다는 실정권설로 나눌 수 있다. 우리 저작권법 상 저작권이 자연권인지 실정권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 헌법 제21조제2항은 저작자·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실정권설의 입장에 있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오늘날은 자연권설에 기초하는 세계인권선언, 세계인권규약의 효력이 국내에서 인정되고 있으므로 자연권설의 입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저작권이 하나의 포괄적인 권리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입법례가 나누어지나 국제조약에서는 대체로 저작권을 여러 개의 지분권으로 이루어진 ‘권리의 다발’로 이해하고 있으며 우리 저작권법도 저작지분권을 열거함으로써 그러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지분권의 보호여부는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정해진다.

    저작권은 또 다른 자연권이라 할 수 있는 문화향유권에 의하여 제한된다. 예컨대 미주인권선언 제13조 제1항과 세계인권선언 제27조 제1항에서 문화향유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향유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작권은 보호될 수 있다. 저작권을 자연권이라고 보는 견해를 취한다 하더라도 문학적, 예술적 저작물에 인정되는 저작권에 한정되고 편의적으로 저작권적 보호를 하고 있음에 그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DB에 대한 권리는 자연권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III. 소급효의 개념과 저작권의 소급 보호

    법률의 소급효의 경우는 법률 또는 그 법률요건이 그 법률의 시행 전에 이루어진 행위에까지 효력이 미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만, 보호대상의 소급보호는 법률이나 협약에 의해 그 법률이나 협약의 발효일 당시에 존재하는 보호대상을 소급적으로 보호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저작권의 소급보호는 국내 저작권법의 소급적용과 조약 가입에 따른 외국인의 저작물의 소급 보호의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소급 보호의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보호기간의 연장 또는 단축, 새로운 저작물에 대한 소급보호 및 기존 저작물의 개별 지분권에 대한 소급보호의 문제로 나누어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외국인 저작물의 소급보호가 주로 많이 논의되었으므로 아래에서는 이를 먼저 살펴보고 이어 내국 저작물의 소급 보호 문제를 검토한다.

    IV. 외국인 저작물에 대한 소급 보호 원칙의 적용

    저작권 또는 저작인접권에 관한 국제 조약은 조약의 종류에 따라 소급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된다. 전자의 예로는 베른협약, 저작권에 관한 지적재산권기구 조약, 실연 및 음반에 대한 지적재산권기구 조약 및 TRIPS 협정이 있으며, 후자의 예로는 세계저작권 조약, 실연자 등 보호 조약(로마 협약) 및 레코드 보호 조약이 있다.

    국내에서의 외국인 저작물의 소급 보호에 관하여 1957년 저작권법은 한국에서 최초로 발행될 것을 요구하였고(제46조), 1987년 개정 저작권법도 외국인 저작물을 한국이 가입, 체결한 조약에 따라 보호한다고 하면서(제3조) 소급 보호를 부인하는 세계저작권협약에 가입하여 발효일 이후에 공표된 외국인 저작물만 보호하는 등 일관하여 외국인 저작물에 대한 소급 보호를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1996년 개정 저작권법은 TRIPs협정 가입에 발맞추어 1987년 9월 30일 이전에 공표된 외국인 저작물에 대하여도 소급보호를 인정하였다. 다만 소급 보호되는 저작물의 범위를 1957년 이후에 사망했거나 아직 생존한 저작자의 저작물로 제한하여 국내 저작권자의 보호범위와 균형을 맞추고(부칙 제3조) 일정한 경과조치를 두었다.

    V. 국내 저작권법 상 소급 보호 원칙의 적용

    우리 저작권법 개정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원칙적으로는 저작권의 소급 보호를 배제하는 입장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1987년 개정 저작권법과 같은 해에 제정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소급 보호를 배제하는 명문을 두었고 2009년 저작권법 전부 개정법도 소급 보호를 배제하는 명문 규정을 두었다. 그 유일한 예외는 1996년 소급보호를 규정한 TRIPs협정 가입에 즈음한 저작권법 개정 시 소급보호를 인정한 것이다. 이는 외국인에 대한 소급보호를 허용하면서 내국인에 대하여 소급보호를 부인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TRIPs협정 가입으로 인하여 불가피한 면이 없지는 않았으나 입법 태도에 있어서는 일관성을 결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소급 보호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2000년 개정 저작권법이 신설한 전송권에 관련하여 동 개정법이 소급효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고 당해 사건 음반의 성격상 전송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는 이상 개정법에 따라 동 음악저작물에 관하여도 전송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한바 있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3다56167판결). 음악저작물은 전통적인 문예저작물로서 자연권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수긍할 수 있으나 그 논거에 있어 단순히 소급효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소급 보호 인정에 관한 이론적인 근거를 제시하였어야 할 것이다.

    VI. 저작권 소급 보호의 한계

    저작권의 천부인권성이나 그 광범한 보호라는 정책적 목적의 고려 하에서 저작권을 소급 보호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급 보호는 무제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저작물의 성질과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 소급 보호를 제한하여야 할 경우도 있다.

    먼저 소급 보호의 문제는 모든 저작물에 공통되는 것이 아니라 저작물의 성질에 따라 달리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자연권성이 인정되는 저작물의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법이 그 권리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소급 보호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실정법상의 권리로서 실정법에 의하여 그 권리가 창설된 이후에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앞서 본바와 같이 1987년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법 시행일 이후에 창작된 프로그램에 한하여 보호를 한 것이나 2002년 구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산업 발전법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동법 시행 후 최초로 제작한 온라인콘텐츠부터 적용한 것은 전통적 문예저작물과는 다른 취급을 한 예라고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미주인권선언과 세계인권선언은 저작물에 대한 문화향유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권리를 인류가 보편적으로 향유하는 문화적 권리로 이해하는 경우 문화향유권을 침해하는 저작권의 소급 보호는 제한될 것이다.

    또한, 특정 종류의 저작물이나 저작지분권이 보호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그 저작물의 복제, 배포, 전송 등을 하기 위하여 투자를 한 자들이 저작권의 소급 보호로 인하여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저작물 이용행위를 계속할 수 있게 허용할 필요가 있는 바 그 범위 내에서 소급 보호가 제한될 수 있다.

    VII. 결론

    일반적으로 법률불소급은 법의 일반원칙으로서 인정되고 있으나 저작권의 소급 보호는 그 예외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저작권이 일종의 문화기본권으로서 저작권법의 제정 여부를 불문하고 보호받아야 할 권리이고 저작권법은 다만 그 보호의 구체적 범위와 기간을 정할 뿐이라는 사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작권 보호의 취지가 저작자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미 창작이 종료된 저작물의 저작권을 소급하여 보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저작권의 소급 보호에 관한 역사적 경험은 저작권의 천부인권성에 근거하기 보다는 각국의 저작권 보호 강화라는 입법정책에 근거하였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저작권 소급 보호 문제는 개념적, 일반론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저작물의 성격과 그 보호의 취지를 고려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저작권자와 저작물 이용자 간의 이해관계를 절충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박진아 소장 (사)기술과법연구소·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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