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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판례] 외국에서 성립된 동성혼의 승인

    장지용 연구위원 (사법정책연구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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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인권재판소 및 EU사법재판소 판결을 중심으로-

    I . 들어가며
    유럽연합(EU)의 28개 회원국 중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몰타,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영국의 13개국이 동성혼 제도를 인정하고 있으며(오스트리아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늦어도 2019년부터는 동성혼이 허용된다), 15개 회원국에서 동성커플을 위한 동반자제도(civil partnership)를 인정하고 있다. 한편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의 47개 회원국 중에서는 27개 국가가 동성혼 또는 등록동반자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EU사법재판소는 회원국 법원의 요청에 따라 EU법의 해석에 대한 선결적 판단을 하는 EU의 사법기관이다{EU기관 등에 대한 직접소송도 가능한데, 자세한 내용은 EU사법재판소(CJEU)와 유럽인권재판소(ECtHR)에 관한 연구, 사법정책연구원 참조}. 유럽인권재판소는 EU와는 별개인 유럽평의회의 회원국들이 제정한 유럽인권협약에 따라 1959년에 설립된 국제법원으로, 국가 간 사건뿐만 아니라 개인이 직접 권리구제를 신청한 사건도 처리한다.

     
    동성혼을 허용하는 국가가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국가에서 적법하게 성립된 동성혼을 동성혼이 금지된 나라에서도 승인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와 관련된 유럽인권재판소와 EU사법재판소의 최근 판결을 살펴본다.

    II . 유럽인권재판소 판결(2017. 12. 14. Orlandi and Others v. Italy)
    유럽인권재판소는, 동성혼의 인정 여부는 국내 입법의 문제이고 유럽인권협약이 회원국으로 하여금 동성커플에게 혼인할 권리를 인정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2010. 6. 24. Schalk and Kopf v. Austria, 2014. 7. 16. Hamalainen v. Finland, 2016. 6. 9. Chapin and Charpentier v. France). 다만 등록동반자 제도 또는 시민결합 제도 등 혼인 외의 방식으로 동성결합을 인정할 의무는 유럽인권협약으로부터 도출된다고 보았다(2013. 11. 7. Vallianatos and Others v. Greece, 2015. 7. 21.Oliari and Others v. Italy).

     

    이 사건에서 6쌍의 동성커플인 원고들은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 등 외국에서 혼인한 후, 이탈리아에 혼인 등록을 신청하였다. 이탈리아 신원등록사무소는 이탈리아의 법질서가 동성혼을 허용하고 있지 않고, 비록 법에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학설과 판례가 헌법상 전통적 혼인의 개념을 이성간의 혼인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혼인등록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하였다. 원고들은 외국에서 성립된 동성혼이 이탈리아에서 등록되거나 승인될 수 없기 때문에 유럽인권협약에서 보장하는 사생활과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 혼인할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유럽인권재판소의 다수 의견은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이탈리아에서 외국에서 성립된 동성혼을 혼인으로서 승인하지 않는 것은 협약 위반이라고 할 수 없지만, 외국에서의 동성혼을 이탈리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도 승인하지 않는 것은 사생활과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유럽인권협약 제8조) 위반이라고 판단하였다. 각 회원국은 동성혼을 인정하거나 등록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하여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있지만, 동성간 시민결합을 인정하는 입법(Oliari and Others v. Italy 판결에 따른 입법으로 2016년 발효) 이전에 이탈리아법이 외국에서 성립된 동성혼을 어떠한 형식으로도 등록하지 못하도록 하여 아무런 보장수단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상충되는 법익 사이의 공정한 균형을 이루지 못하여 동성커플의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유럽인권재판소는 이탈리아에 대하여 원고별로 각 5,000유로의 혼인 등록 거부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명하였다.

    III . EU사법재판소 판결 (2018. 6. 5. Relu Adrian Coman and others v. Inspectoratul General pentru Imigr?ri and Others)
    원고들은 동성커플로 201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혼인하였다. 2012년 루마니아 국적인 원고(코만)가 브뤼셀에 있는 유럽의회 일을 그만두게 되자, 원고들은 루마니아 당국에 미국 국적인 원고(해밀턴)가 EU시민(EU citizen)인 코만의 가족으로서 3개월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였으나, “루마니아 민법상 혼인은 이성간의 결합이므로 동성간의 혼인은 승인될 수 없고, 해밀턴은 3개월 동안만 체류할 권리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원고들은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EU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침해당하였다는 이유로, 2013. 10. 루마니아 법원에 차별금지와 정신적 손해배상을 구하면서 루마니아 민법의 위헌을 주장하였다. 루마니아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하였고, 헌법재판소는 EU시민과 가족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한 EU지침(2004/38)의 배우자에 동성 배우자가 포함되는지 여부 등에 대한 선결 판단을 EU사법재판소에 요청하였다. 


    EU사법재판소는 EU지침의 배우자(spouse)에 동성 배우자도 포함되지만, 위 지침은 EU시민과 가족이 EU시민의 ‘국적국 외의 다른 EU국가’에 이전, 거주할 조건에 대하여 규정할 뿐 제3국 국적인 가족이 EU시민의 ‘국적국’에 거주할 권리에 대하여 규율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EU사법재판소가 사건과 관계되는 다른 EU법의 해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기능조약(TFEU, 로마조약) 제21조 제1항의 해석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혼인과 관련된 개인의 지위를 정하는 것은 각 회원국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회원국이 동성혼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회원국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EU법, 특히 EU시민이 회원국에서 자유롭게 거주, 이전할 권리를 규정한 조약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제3국민과 EU시민 사이에 진정한 거주지인 회원국에서 체결된 동성혼의 승인을 거부하는 것은 결국 TFEU 제21조 제1항에 따라 EU시민에게 보장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자신의 국적국에 배우자와 함께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았다. 또한, 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제한될 수 있지만 이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제3국민의 거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만 동성혼을 승인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회원국의 공서를 침해하거나 국가정체성을 약화시킨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EU사법재판소는 EU시민이 진정한 거주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이전의 자유를 행사하였고 그 곳에서 제3국 국적인 동성과 혼인하여 가족생활이 형성된 경우, TFEU 제21조 제1항의 해석상 EU시민의 국적국은 국내법이 동성혼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3국 국적인의 거주인정을 거부하여서는 안 되며, 이 사안에서 회원국에서 동성혼을 체결한 제3국민이 배우자의 국적국(루마니아)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그 권리의 행사조건을 EU지침 제7조 제1항의 요건보다 엄격하게 정하여서는 안 된다고도 하였다.

    IV . 나가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유럽인권재판소와 EU사법재판소는 동성혼의 인정은 개별 국가의 입법 사항이고 다른 나라에서 성립된 동성혼을 혼인으로 승인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대체 제도로의 승인, 제3국 국적인 동성배우자의 거주를 보장하기 위한 승인 등 특정한 요건 하에서의 승인은 필요하다고 보았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우리 민법은 동성 간의 혼인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였으나(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입양허가제 도입 이전에 출생신고의 방식으로 신고된 입양이 “선량한 풍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므806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서대문구청이 동성간의 혼인신고를 불수리한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에서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현행법상의 해석론만으로 동성혼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한국인과 영국에서 혼인한 외국인의 결혼이민비자 발급문의에 대하여 법무부에서 부정적인 회신을 한 사안도 있었다.


    하나의 공동체 또는 공통의 인권협약으로 연결되어 있는 유럽 국가들에 적용되는 법리를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원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가 간의 장벽이 낮아지고 인권규범의 보편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단순히 국내법상 동성혼이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에서 정당하게 형성된 신분관계에 아무런 보호조치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하여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향후 외국에서 성립된 동성혼에 기초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족관계등록이 신청되거나 부양, 친자관계, 상속 등 혼인에 따른 효력이 문제되는 경우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보아 그 효력을 승인하지 않을 것인지, 다른 대체제도 등을 통하여 최소한의 보호수단을 제공할 것인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장지용 연구위원 (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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