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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범죄 수사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및 무고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서울대학교 로스쿨 교수)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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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문제상황

    2018년 ‘미투 운동’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과거 여성운동이 요구했던 여러 형법 관련 주장이 다시 터져 나왔다. 이 중 두 가지 주장이 주목된다. 


    첫째, 성폭력범죄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공개하면 가해자로부터 형법 제307조 제1항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위반으로 역고소를 당하여 ‘피해자’가 아니라 ‘피의자’ 취급을 받으며 수사를 받고 ‘제2차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을 이유로, 동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에 의하여 형법 제156조 무고죄 위반으로 역고소를 당하여 첫째 경우와 마찬가지 수모를 겪게 되므로 성폭력범죄 수사가 종료하기 전까지는 무고죄 수사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국회에 법안으로도 제기되었다. 첫 번째 주장을 실현하기 위한 법안으로 2018년 황주홍 의원 대표발의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를 폐지하는 법안이, 동년 진선미 의원 대표발의로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단서를 신설하여 성희롱, 성폭력범죄 등에 대한 사실적시의 경우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이, 그리고 동년 유승희 의원 대표발의로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성폭력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대해서는 형법 제307조 제1항, 제309조 제1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 등이 제출되었다.

     

    두 번째 주장을 실현하기 위한 법안으로는 2016년 정춘숙 의원 대표발의로 “검사와 사법경찰관 또는 법원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형법 제156조(무고)의 혐의로 고소 또는 고발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종료되거나, 법원의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무고사건을 조사 또는 수사(인지수사 포함), 심리 및 재판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제21조의2를 신설하는 법안이 제출되었다.

     

    ‘미투 운동’에서 표출되는 여성들의 걱정과 분노는 그 자체로 정당하다. 성폭력범죄 여부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지만, 피해자가 ‘꽃뱀’으로 의심받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이상을 실제 법제화하기 위해서는 검토해야 할 쟁점이 많다.

    II.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를 성폭력으로 고소하면, 가해자는 이를 부인하면서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그 결과 쌍방이 모두 피의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이러한 형사절차 속에서 피해자가 의심받고 공격받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폐지가 진정한 해결책인가이다.

     

    첫째, 제307조 제1항을 폐지한다고 해서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자동적으로 수사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실제 성폭력범죄 가해자 중 범죄를 전면 부인하고 피해자의 주장이 ‘허위’라고 주장하며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제307조 제2항)의 경우 형법 제310조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주장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밝혀야 하기에 피해자를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제307조 제1항이 폐지되면,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피해사실, 과거 성이력(履歷) 등의 사실을 공개하는 행위도 모두 비범죄화된다. 이러한 피해자 관련 사안이 허위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해서 자유로이 공개되는 것이 형법의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옳은지 매우 의문이다.

     

    셋째,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처벌하지 않음을 규정하고 있다. 2005년 대법원은 대학교수의 여학생 성추행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식지에 올린 여성단체 간부들이 피소된 사건에서, ‘공공의 이익’ 인정되고 ‘비방할 목적’이 부인된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하였다(대법원ㅤ2005. 4. 29.ㅤ선고ㅤ2003도2137ㅤ판결). 요컨대, 현재 형법 제310조에 대한 판례에 따르면, 실제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공개하는 행위는 제307조 제1항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넷째, 진선미, 유승희 의원 대표발의 법안처럼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한하여 제310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률의 보편성을 깨뜨리는 것으로 국회를 통과하기 매우 어렵다. 성폭력범죄 외 수많은 중대범죄의 피해자의 경우에는 왜 제310조 제1항을 적용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할 경우 답변이 궁색해진다. 

     

    그리하여 필자는 성폭력범죄 피해자 보호는 ‘형사실체법’이 아니라 ‘형사절차법’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즉, 피해자가 형사절차 속에서 자신의 인격, 명예,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가해자와 맞설 수 있도록,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2013년 대검 예규 ‘성폭력사건 처리 및 피해자 보호 지원에 관한 지침’ 등에 규정된 여러 피해자 보호조치를 충실히 실천하는 것이다. 

     

    동시에 필자는 제310조를 세분화하여 “공적 사안과 관련하여 공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경우 처벌하지 아니한다”(제1항),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제2항)로 개정하여 위법성조각의 사유를 구체화하고 그 범위를 넓힐 것을 제안한 바 있다{조국, ‘절제의 형법학’(제2판, 2015), 264-269면}. 이렇게 되면 ‘제307조 제1항-제310조 체제’의 보편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사기관에게 보다 구체적인 지침을 줄 수 있다. 공인의 성폭력범죄 혐의를 공개하는 것은 공적 사안 공개의 대표적 예일 것인바 바로 위법성이 조각되고, 사인의 성폭력범죄 혐의를 공개하는 것은 판례의 기준에 따라 위법성조각이 결정될 것이고, 성폭력피해자의 피해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을 것이다.

    III.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부적용?

    성폭력범죄 수사 현실에서 수사기관은 성폭력범죄와 무고죄를 동시에 조사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이 많다. 쌍방이 상대를 다른 죄로 고소하였으나 그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때 성폭력범죄 피해자 상당수가 무고를 일삼는 ‘꽃뱀’으로 취급되어 고통을 받고, 그 결과 잠재적 피해자가 성폭력범죄 고소를 주저하는 현실이 존재한다. 동시에 ‘꽃뱀’(조직)에 걸려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는 피해자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반되는 두 현실 중 어느 한쪽만 주목하면서 법제도 변화를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여 상응하는 제재를 가해야 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임무이기에 성폭력범죄 피해자에게 무고죄 적용을 봉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이러한 제한은 무고죄의 고소자를 ‘유죄추정’하고 자신의 헌법적·법률적 권리행사를 금지하는 것이기에 위헌일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2016년 정춘숙 의원 대표발의 법안처럼 성폭력범죄에 대한 ‘법원의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고에 대한 조사·수사를 할 수 없도록 하면, 성폭력범죄에 대한 수사, 기소,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확정되기 전까지, 형사사법체제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성폭력범죄 피의자/피고인-동시에 무고죄의 피해자-의 주장을 외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기간 동안 성폭력범죄 피의자/피고인의 무고함을 입증할 증거를 망실(亡失)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의 점에서 볼 때 적정한 균형은 2018년 3월 12일,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의 권고처럼 성폭력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에 대한 무고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는 것이다. 즉, ‘선(先) 성범죄, 후(後) 무고죄 판단’{소병도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무고죄 수사의 개선방안’, ‘홍익법학’ 제18권 제2호(2017), 264면}의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간적 순서를 고정화시키는 것은 온전한 균형잡기가 아니다. 

     

    필자는 이 권고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도, 단서를 추가하고자 한다. 즉, 무고 고소장 접수 이후 객관적 증거에 의하여 성폭력범죄에 대한 허위사실이 신고임이 확인되었거나, 수사기관이 별도 차원에서 무고를 인지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은 무고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어야 한다.

    IV. 맺음말

    ‘미투 운동’이 불이 붙던 2018년 3월 8일, 광주·전남 여성단체 회원들이 110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광주 옛 전남도청 앞에서 ‘미투 목소리를 멈추게 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미투 운동’이 한국에 상륙하기 이전인 2014년 5월 15일, 여성단체들은 ‘성폭력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무고죄 적용 결사반대’가 적힌 플랜카드를 걸고 시위를 벌인 바 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는 이러한 요청의 핵심을 수용하여 법, 제도, 실무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변화가 다른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이 글의 주장은 필자가 학자로서 제기하는 것이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제기하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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