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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적 성희롱'의 경(輕)범죄화 제안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서울대 로스쿨 교수)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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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문제상황―모든 성희롱의 형사범죄화?

     

     

      1993년 세칭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을 계기로 성희롱은 전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고, 그 결과 성희롱은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민법상 불법행위임이 법원에 의해 확인되었다(대법원 1998.2.10. 선고 95다39533 판결). 이후 1999년에는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되고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동 법률은 남녀차별의 금지·구제에 관한 업무가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됨에 따라 2005년 폐지되었다)이 제정되면서 성희롱에 대한 법적 규제가 확립되었다. 

      주로 여성의 성이 상품화되는 사회적 환경 아래에서 성희롱을 당하는 여성은 심한 인격적 침해를 느끼며, 남성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여성이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현실에서 성희롱을 당하는 여성은 성희롱이 성폭력범죄의 전조가 아닌가 우려한다. 그런데 여성주의 운동 또는 여성학계에서는 '성희롱'을 여성학적 의미로 사용되는 광의의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의 일종으로 이해하면서, 성희롱을 성폭력범죄에 포괄하여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출되고 있다. 

      예컨대, '미투 운동'이 전개되던 와중인 2018년 3월 28일 천정배 의원 대표발의로 형법개정안이 제출되었는데, "지속적인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제299조의2를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에 신설하고 있다. 비교법적으로 보면, 미국의 몇몇 주[Del. Code Ann. tit. 11, § 763(1) (1995); N.C. Gen. Stat. § 14-395.1(b)(1) (1997); Tex. Penal Code Ann. § 39.03(c) (West 1994) 참조]와 스웨덴이 성희롱을 형법상 범죄로 규정하고 있고, 프랑스 형법은 직장내 성희롱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윤상민, "성희롱의 형사처벌 문제”, 『법과 정책연구』 제6집 제2호(2006), 14-15면]. 

     

    II. 현행법 체제

     

      현행 법체계상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으로 약칭), '양성평등기본법' 및 '국가인권위원회법' 상의 문제이다. 물론 노인복지법은 "노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폭행ㆍ성희롱 등의 행위”에 대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동법 제39조의9 제2호, 제55조의3), 아동복지법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동법 제17조 제2호, 제71조 제1항 제1의2호). 그러나 이는 노인과 아동이라는 정신적·육체적 취약집단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 경우 외에는 성희롱은 원칙적으로 형사법의 규율대상이 아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는 "직장내 성희롱”을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제3조 제2호) 역시 유사한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법(제2조 제3호 라목)은 성희롱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가 정도를 넘어서 형사범죄로 나아간다면 형법이 개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예컨대, 현행 형법체계는 공연음란죄, 강간죄, 강제추행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명예훼손죄, 모욕죄, 통신매체이용 음란죄, 통신매체이용 음란죄 등을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 성희롱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민사적 또는 행정적 제재가 부과된다. 예컨대, 성희롱을 한 행위자에게는 직장내 징계가 내려지거나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을 인정하게 되면, 피진정인, 그 소속 기관·단체 또는 감독기관에게 각종 구체조치를 권고할 수 있고, 피진정인 또는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징계할 것을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권고할 수 있다(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45조 제2항). 

    또한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 제1항),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되었는데도 지체 없이 행위자에게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동법 제39조 제2항 제1호), 사업주가 근로자가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피해를 주장하거나 고객 등으로부터의 성적 요구 등에 불응한 것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한 경우(동법 제39조 제2항 제2호)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제재가 가해진다(동법 제37조 제2항 제2호). 

     

    III. 개정론―'지속적 성희롱'의 경범죄화

     

    성희롱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이에 대한 인식전환과 대처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성희롱에 대한 민사적 또는 행정적 제재 이외에 모든 성희롱을 성폭력범죄와 같이 취급하면서 범죄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불법성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가 있는 성희롱과 성폭력범죄를 동일시하는 것은 각각에 대한 차별적 대책을 마련할 수 없게 만들고, 국가형벌권의 과잉을 초래한다.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성희롱의 예로 거론되는 "음란한 농담이나 음담패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성적 사실관계의 문의”, "회식자리 등에서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의 행위 모두를 형벌로 규율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국가형벌권의 과잉과 '형벌만능주의'를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시민―여성과 남성 모두를 포함한―의 자유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2018년 3월 천정배 의원 대표발의 형법개정안 제299조의2의 구성요건의 경우, 제32장의 성폭력범죄 보다는 제33장의 명예에 관한 죄 중 모욕죄의 특수형태로 보인다. 어느 쪽으로 배치를 하건, 성희롱의 불법성이 형법상 범죄로 규정될 정도의 불법성인지는 논란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필자는 사업주의 책임과 관련하여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직장내 성희롱” 체제를 유지하고 성희롱 가해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에 추가하여,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2호(지속적 성희롱)을 신설하고, 그 구성요건을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성적 언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로 규정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규정된 '지속적 성희롱'의 불법성은 경범죄처벌법상 경범죄의 불법성 수준과 유사하다. 예컨대, 동법 제3조 제1항 제41호는 '지속적 괴롭힘'(='스토킹')을 경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지속적 성희롱'이 경범죄로 규정되면, 성희롱 가해자에게는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사제재가 가해지고, 경범죄처벌법 제3장 특례에 따라 경찰서장 등에 의한 '통고처분'(제7조)과 그에 따른 '범칙금'(제8조) 납부가 이루어질 것이다.

    요컨대, 성희롱 행위는 사소한 농담이나 친근감의 표현이 아니라 타인의 인격권에 대한 침해이므로 이에 대하여 민사적 또는 행정적 제재가 가해져야 하고, 이 행위가 형법 위반 수준으로 나아갔을 때는 형사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그렇지만 일체의 성희롱을 형사범죄로 만들어 국가형벌권을 작동하는 것은 성을 불문한 전체 시민의 자유에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리하여 필자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직장내 성희롱” 제재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지속적 성희롱'을 경범죄로 규정하는 보완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저자의 입장을 도해화하면 다음 표와 같다. 

     

      현행법 저자의 제안
    사업주 자신이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유지 + ‘지속적 성희롱’의 경우 경범죄로 처벌
    (i)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되었는데도 지체 없이 행위자에게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
    (ii) 사업주가 근로자가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피해를 주장하거나 고객 등으로부터의 성적 요구 등에 불응한 것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한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유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 범죄화(=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유지
    비(非)사업주 개인이 성희롱을 하는 경우 민사제재 유지+‘지속적 성희롱’의 경우 경범죄로 처벌


    ※이 글의 주장은 필자가 학자로서 제기하는 것이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제기하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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