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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가상·증강 현실 관련 저작권법 쟁점

    김병일 교수(한양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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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

    디지털 기술 발전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저작물 제공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다보스포럼(‘16.1)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승자가 되는 4가지 조건 중 하나로 ‘강하고 유연한 지식재산 제도’를 강조한 바 있고, 선진 각국은 기존 저작권 제도의 정비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인공지능·로봇기술 등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인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대응할 수 있는 저작권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의 오감을 자극함으로써, 가상의 환경과 경험 등을 현실에서 실제 느끼는 것처럼 체험하도록 제공하는 것을 말하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란 현실세계에 컴퓨터 등을 사용하여 정보를 부가 제시하는 기술 및 정보를 부가 제시한 환경 그 자체를 말한다. 최근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현실과 가상의 정보를 융합해 진화된 가상 세계를 만드는 기술로 가상현실의 몰입감과 증강현실의 현실감이 융합된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는 혼합현실(Mixed Reality)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가상·증강현실 서비스는 엔터테인먼트, 관광, 부동산 콘텐츠 중심으로 성장하는 단계이다. 5G 통신이 상용화되고, 관련 콘텐츠의 다양화, 기기의 경량화가 실현되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 확실하다. 현재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사업모델이 아니라 기업 혹은 기관에서 작업 의뢰를 받아 가상·증강현실 콘텐츠를 제작해주고 저작권을 양도하는 계약이 주를 이루고 있고, 또 업계 종사자가 어떤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저작권 문제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가상·증강현실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저작권 이슈들이 활발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가상·증강현실 관련 저작권법적 쟁점을 검토하고 대응 방향을 검토라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2. 가상·증강현실 서비스와 저작권법 과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기능적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법리적 관점에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구분할 실익은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의 발전·상용화에 따라 발생 가능한 법적 문제들에 대하여 현실세계에 적용되는 기존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기술적으로 가상·증강현실은 2차원 데이터를 이용하여 3차원 데이터로 재창작되므로 저작물의 복제와 2차적 저작물작성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2차원 스크린 데이터를 3차원으로 시각화하여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적절하게 배치되도록 변형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 배경 속에 타인의 저작물이 포함되는 경우 혹은 타인의 저작물 그 자체가 배경으로 이용될 경우 그리고 캐릭터 및 기타 등장하는 저작물이 타인의 저작물과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경우에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가 된다. 다만, 2차원데이터를 3차원으로 변경하는 행위는 썸네일 이미지를 이용하여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하는 행위와 같이 변형적 이용으로서 공정이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영리성, 이용의 목적과 성격, 각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관련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요소들에 따라 공정이용에 해당되어 면책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문제는 기존의 법리와 판례를 통해 해석론으로 해결할 수 있고,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에서 발생하는 특별한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배경에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저작물, 예컨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건축물, 예술품을 3차원화 하여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에 포함시키는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특수한 캐릭터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등장 물은 경우에 따라 공정이용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가상·증강현실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적이고 항구적인 복제행위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제16조의 복제권이 미치게 된다. 다만, 동법 제35조의 2(저작물 이용과정에서의 일시적 복제) 적용가능성이 존재하는 복제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된다. 일시적 복제에 관한 면책규정의 취지는 새로운 저작물 이용환경에 맞추어 저작권자의 권리보호를 충실하게 만드는 한편, 이로 인하여 컴퓨터에서의 저작물 이용과 유통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저작권의 보호와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의 적절한 균형을 도모하는 데 있다. 동법 제35조의 2에서 말하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는 일시적 복제가 저작물의 이용 등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경우와 안정성이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포함되지만, 일시적 복제 자체가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경우는 제외된다(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다1017·1024·1031·1048 판결; 2018. 11. 15. 선고 2016다20916 판결). 따라서 저작물을 광고에 편입하여 수익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가 가상·증강현실 서비스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러한 행위는 저작권법 제35조의2에 의하여 면책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작권법 제19조는 저작자는 미술저작물 등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전시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면서도 전시에 관하여는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전시 방법과 관련해 미술저작물 등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일반 공중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직접전시는 저작권법의 공표방법의 하나로서 전시에 포함되지만(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 필름, 슬라이드, 텔레비전 영상, 또는 그 밖의 다른 장치나 공정에 의하여 보여주는 간접전시와 인터넷전시는 일반적으로 전시개념에 포섭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저작물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전시 개념 속에 간접전시를 포섭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전시가 증가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전달, 즉 인터넷 전시는 전송 속에 포함되므로 전시 개념에 포섭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의 빅데이터를 수집·처리해 전시할 뿐 아니라 사용자 일상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데, 이와 같이 생성된 데이터베이스 보호 가능성도 문제가 된다. 가상·증강현실을 구현하기 위하여 추출한 데이터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추출한 데이터에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추출된 데이터가 증강현실 시스템의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저장된 후 증강현실 기기에 게시되는 과정에서 복제권, 전송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파노라마의 자유) 개정 필요성

    저작권 제도와 가상·증강현실의 기술 변화가 가장 직접 관련된 사안은 파노라마의 자유(freedom of panorama)라 할 수 있다. 파노라마의 자유란 공공장소에 항시 전시되는 건축물이나 미술저작물 등을 사진, 동영상 등으로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이 자유의 인정여부는 각 국가마다 상이하다. 즉, 공중에게 항시 전시된 저작물에만 적용되는 지의 여부, 특정 저작물 또는 모든 저작물에 대해서 적용되는 지의 여부에 대해서 각국은 다양한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이 파노라마의 자유에 대해 규정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① 개방된 장소일 것, ② 항시 전시되고 있을 것, ③ 판매의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 등 단서에서 정한 각 호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란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가상·증강현실의 구현에 있어서 파노라마의 자유는 제한적으로 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증강현실은 이용자의 위치정보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정보를 시현해야 할 필요성이 크며, 가상현실도 현실에 있는 저작물을 가상으로 시현하기 위해서는 ‘옥외 제한’과 ‘항시 전시의 제한’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 할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파노라마의 자유에 관한 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하거나 불가능한 경우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우선, 개방된 장소에 옥내공간을 포함하여 불특정 다수가 왕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 또는 개정하여야 한다. 또 ‘항시 전시’의 판단 자체가 어려운 일이고,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토대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증강현실은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므로,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를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전시’하는 것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불특정다수가 출입하거나 왕래하는 장소에서의 파노라마의 자유를 확대함으로써, 가상·증강현실의 등장과 같은 새로운 기술 환경의 변화에 맞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파노라마의 자유가 적용되는 저작물의 범위를 미술·건축·사진 저작물 외의 모든 저작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고려하되, 물론 대상 저작물의 유형을 모든 저작물로 확대할 경우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존재하므로 세심한 접근이 요망된다.


    김병일 교수(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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