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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판례]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37조에 의한 ‘영사 통보’의 준수여부

    이선미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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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은 영사관계를 규율하는 가장 기본적인 다자간 조약으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연합 회원국의 대부분이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약이다.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중 영사기관 등에 관한 편의, 특권 및 면제에 관한 조항 중의 하나인 제37조는 ‘파견국(영사를 파견한 국가를 말한다)의 국민인 미성년자의 이익을 위하여 후견인 또는 재산관리인을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접수국(영사가 파견된 국가를 말한다)의 권한있는 당국은 파견국의 권한있는 영사기관에 지체없이 통보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미성년자의 이익을 위하여 후견인의 선임이 필요한 경우 영사에게 통보하도록 함으로써 외국인 미성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외국인이 구금·유치·구속 등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당한 경우 그 외국인 본국의 영사에게 통보할 것을 요구하는 제36조에 비해, 제37조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 소개하는 ‘안젤리카 사건’(In re Interest of Angelica L., 767 N.W.2d 74)은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7조에 의한 영사 통보의 준수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다. 이 사건의 판결문에서 미국 네브래스카 주 대법원은 위 영사 통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 거주하는 마리아는 과테말라 출신의 불법이민자로서, 불법체류 상태에서 두 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었다. 이 사건이 시작될 무렵, 아들 다니엘은 여섯 살, 딸 안젤리카는 2005년 1월에 태어난 갓난아기였다. 생후 1개월의 안젤리카가 병이 나자 마리아는 안젤리카를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안젤리카를 진찰한 후 경과를 보기 위해 사흘 내에 다시 병원에 데리고 오라고 지시하였으며, 만약 마리아가 이 지시를 어기면 마리아를 강제추방하도록 신고하겠다고 경고했다. 마리아는 의사의 지시를 지키지 않았다. 한 달 후 안젤리카가 다시 병이 나자 마리아는 안젤리카를 병원에 데려갔고 지난 번과 마찬가지의 지시를 받았으나, 일단 진찰을 받은 후 안젤리카의 상태가 좀 나아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여 이번에도 안젤리카를 다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결국 2005년 4월 7일 마리아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되었고, 이민세관집행국으로 넘겨져 한 달 후에 추방되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 사이 아이들은 보건복지부의 임시보호조치로 위탁가정으로 보내졌다. 네브래스카 주 정부는 소년법원(juvenile court)에 다니엘과 안젤리카에 대한 아동보호처분을 청구했다. 마리아는 심문기일에 출석하였으나, 변호인의 대리를 받지 못했다. 스페인어 통역이 제공되었으나, 마리아의 모국어는 스페인어가 아니라 키체어(Quiche, 과테말라의 원주민 언어 중 하나)였다. 재판 중 마리아는 결국 과테말라로 추방되었고, 마리아 대신 대리인만이 심문에 출석한 상태로 재판은 계속되었다. 2005년 7월 11일, 소년법원은 마리아가 과테말라로 추방된 점을 들어 아이들이 원가정에 즉시 복귀하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 복지에 반한다고 판시하였고, 아이들은 보건복지부의 임시보호를 계속 받을 것과, 보건복지부는 아이들의 원가정 복귀를 위한 사례계획(case plan)을 수립할 것을 명하였다. 그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사례계획에 따르면, 마리아가 이행하여야 할 사항으로는 적절한 주거와 직업을 유지함으로써 양육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외에도, 심리검사를 받을 것, 부모교육을 받고 수료증명서를 제출할 것 등이 있었다.

    아이들이 위탁가정에 맡겨진 후 15개월이 흐르는 동안(네브래스카 주법에 따르면, 아동이 최근 22개월 중 15개월 이상을 가정 밖에서 거처한 경우 친권상실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법원은 부모의 친권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 마리아는 보건복지부의 사례계획에 부과된 조건을 완전히 이행하지 못했다. 결국 주 정부는 소년법원에 마리아의 친권상실을 청구했다. 마리아는 재판 진행 중에야 비로소 미국 입국 허가를 얻어 심문기일에 출석하였다. 심문기일에서 마리아는 주 정부가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7조에 따른 영사 통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소년법원은 친권상실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 정부는 2005년 7월에 마리아에 관해 질의하는 서면을 과테말라 영사관에 팩스로 보낸 적이 있고, 2007년 2월 14일에는 마리아의 가정조사를 요청하기 위해 과테말라 대사관에 연락을 취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소년법원은 마리아의 친권상실을 선고하였는데, 그 이유로 마리아가 사건계획을 완전히 준수하지 못하였다는 점, 다니엘과 안젤리카가 과테말라에서 생활한 적이 전혀 없고,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7조 위반 주장에 관하여는, 영사 통보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설령 영사 통보가 필요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영사 통보가 이행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마리아는 부모교육을 이수함으로써 사례계획을 준수하였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에 대한 상소심에서 네브래스카 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즉,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의 준수 여부가 친권상실 사건에 대한 주 법원의 관할권이 인정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위반이 없다는 소년법원의 판단에는 잘못이 없으므로 재판관할권 흠결 주장은 이유 없다. 그러나, 부모가 친권을 행사하기에 부적절하거나 친권을 박탈당하였음을 주 정부가 확정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는 한 법원은 부모로부터 미성년 자녀의 양육권을 박탈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고, 아동이 가정 밖에서 거처한 기간을 친권상실의 사유 중 한 가지로 삼는 네브래스카 주법은 부모가 친권자로서의 적합성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는 가이드라인일 뿐이므로 친권상실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은 주 정부가 입증하여야 하며, 부모-자녀 관계는 헌법상 보호되므로 원가정 복귀가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추정이 ‘친권상실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의 기준보다 우세하다. 그에 비추어 볼 때, 주 정부는 다니엘과 안젤리카가 원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이 그들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반박하는 데 실패하였다. 마리아가 안젤리카를 병원에 제대로 데려가지 않는 등 의료행위에 관하여 판단을 잘못한 것은 명백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모로서 부적합하다고 확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마리아는 과테말라에서 적절한 주거와 직업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이자 지역사회 주민으로서의 평판도 바람직하며(마리아는 미국으로 오기 전에 과테말라에서 낳은 자녀들을 두고 있었다), 부모교육도 이수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네브래스카 주 대법원의 위 판결은 2009년 6월 26일에 이루어졌다. 즉, 마리아는 아이들과 헤어진 때로부터 4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아이들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년법원이 친권상실을 선고한 근거는 마리아가 사례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친권자로서 부적절함이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마리아의 과테말라에서의 생활과 사례계획 이행을 위한 노력을 상세하게 논증하면서 소년법원의 사실인정이 잘못되었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소년법원의 이러한 잘못된 사실인정은 당초에 주 정부가 과테말라 영사를 이 사건에 개입시키고 원가정 복귀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것과 관련되어 있다. 대법원 판결문의 보충의견은 영사 통보의 중요성을 더욱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즉, 이런 사건에서 영사가 온전히 참여하는 것은 아동과 부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아동과 부모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소년법원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과테말라 영사가 절차 처음부터 적절하게 참여할 수 있었더라면 절차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단지 영사에게 팩스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사와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어야 하며, 보건복지부가 하지 않는다면 법원이 영사 통보 및 영사의 참여를 보장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

    이 사례에 나타난 마리아와 아이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는 외국인에 대한 가사사건 내지 보호처분에 있어서 관련된 외국인 모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영사 통보가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다. 그러한 영사 통보의 이행을 위하여서는 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여야 함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이선미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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