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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과제

    헌법재판소 2019.4.11. 선고 2017헌바127 결정

    김천수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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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11일자 결정(이하 ‘헌재 결정’은 이를 의미함)에서 형법 제269조 제1항의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의 의료인낙태죄(이하 ‘낙태죄’는 이 두 범죄를 의미함)에 관한 태도를 2012년의 합헌에서 헌법불합치로 변경하면서, 2020년 말을 시한으로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낙태죄 논란은 그 무대를 헌법재판소에서 국회로 옮겨가서 계속될 것이다. 개정의 방향은 대체로 잡혔다. 하지만 세부적 쟁점의 양과 난이도에 비해 입법 시한이 너무 짧고, 2020년이 총선이 치러지는 해라는 점도 문제이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국민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안을 만드는 장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헌재 결정은 낙태죄 폐지를 주장한 측이나 이에 반대한 측 가운데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이 아니다. 한쪽의 최선이 상대방에게는 최악이 되는 구도에서 그 절충점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예견한 바이다. 이러한 예견의 배경에는 국민 다수의 뜻이 있었다. 필자가 읽은 바, 낙태죄 내지 그 논쟁을 바라본 다수 국민의 뜻은 낙태죄를 폐지하라는 것도 아니고 현행을 유지하라는 것도 아니다. 이를 고치라는 것이다. 폐지론도 유지론도 아닌 개정론이 우리 국민 다수 의식의 흐름인 것을 헌법재판소도 읽었을 것이고, 이는 헌재 결정에 나타난 9인 재판관들의 의견 분포에 반영되었다. 단순위헌 3인, 헌법불합치 4인, 합헌 2인이라는 의견 분포가 바로 그것이다. 태아의 생명과 임부의 자유가 충돌하는 낙태 논쟁은 우리 동시대인들의 통념에 의해 매듭지어야 할 법적 논쟁이다. 낙태를 둘러싸고 표출된 의견은 다양하다. 크게 보면 폐지론, 개정론 및 유지론이겠지만, 개정론의 결은 하나의 의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다양하다. 그래서 이제부터가 문제이고 중요하다.

    먼저 헌재 결정이 제시한 개정의 방향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향이 명시적 문구로 제시되지 않아서 아쉽지만, 국회의 입법권을 염두에 둔 신중한 태도라고 이해한다. 그래서 전체적 맥락 내지 행간을 읽어야 한다. 아전인수적 해석은 향후 입법과정에서 금물이다. 결정문의 자구나 문맥 하나하나를 지적하면 이번 결정문의 해석조차도 큰 논쟁거리이다.

    헌재 결정은 형법 개정의 방향을 시기와 사유 두 측면에서 제시하였다. 초기 태아(임신 12주 이전의 태아) 낙태의 자유와 후기 태아(임신 22주 이후의 태아) 낙태의 금지라는 시기 관련 개정방향과,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의 허용이라는 사유 관련 개정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이러한 방향이 필자의 소신에 모두 부합하는 것도 아니고, 이러한 방향으로 타인을 설득하기에 완벽한 논리도 없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그렇게 결정하였다. 이제 그 방향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은 접고, 그 개정방향을 구체화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개정 내용을 논의하기에 앞서서 법체계가 정비되어야 한다. 형법상 낙태죄의 면책사유 규정이 모자보건법에 있는 것은 옳지 않다. 헌재 결정은 해당 형법조항을 형법에서 삭제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형법 해당 조항의 위치가 아니라 그 ‘내용’을 개정하라고 한 것이 헌재결정이다. 헌법 아래 대한민국 법질서의 기둥이 되는 민법과 형법은 법률 전문 부처인 법무부가 담당한다. 법질서의 근간인 형법의 기존 조항을 모자보건법으로 이동시켜서 법률 전문이 아닌 일반 행정 부처(출산정책과)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질서 체계에 아주 위험한 행위이다. 대부분의 국가도 낙태죄의 처벌과 그 면책을 형법에서 함께 규율한다. 이것이 입법정책의 순리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의 내용을 형법으로 가져와서 낙태죄 조항을 일원화된 체계에서 개정해야 한다. 현행 형법과 모자보건법에 의한 이원적 규율로 관련 개념의 불일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형법상 낙태는 태아의 독자 생존 가능성을 불문하지만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수술은 독자 생존 불가능을 그 개념요소로 한다. 현재 허용되는 임신중절수술을 24주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모자보건법도 아니고 그 하위 법령에 있다는 것도 잘못이다. 국민의 권리의무에 중요한 내용을 시행령에 두고 있는 태도는 법률에 관한 기본 인식이 결여된 모습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개정할 법률의 내용으로는 두 측면을 생각할 수 있다. 우선 헌재 결정의 반영이며 아울러 현행 낙태 허용사유의 정비이다. 헌재 결정이 제시한 입법방향을 이번 개정에 반영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의 5개 허용사유를 형법으로 이동하여 정비하는 것이다. 위에서 정리한 ‘시기’와 ‘사유’의 관점을 반영함은 물론이다. 시기가 매우 중요한 요건사실이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그 임신주수를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관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비교적 자유롭게 낙태를 허용하는 기준이 될 임신주수를 12주로 할 것인지, 낙태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기준이 될 임신주수를 22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하여도 논의할 여지가 있지만 합의가 어려우면 헌재 결정대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임신 12주 이전 낙태는 임부의 희망만으로 허용할 것인지, 사회경제적 사유가 소명된 경우로 한정할 것인지 그리고 상담 등 사전절차를 어떻게 둘 것인지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 임신 12주와 22주 사이의 낙태에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도 허용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도 필요하다. 헌재 결정 반영에서 가장 어려운 대목이 바로 사회경제적 사유이다. 막연하게 규정하면 실효성이 없다. 그 사유의 구체화 방안과 함께 그 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의 주체 및 과정 그리고 상담 등 사전 절차 등도 매우 중요한 논의 사항이다.

    나아가서 이번 개정에서는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의 임신중절 허용사유를 그대로 형법에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방향으로 고쳐서 가져올 것인지도 다루어야 한다. 이 논란도 매우 뜨거울 것이다. 제1호와 제2호의 사유(부모의 우생학적, 유전학적 또는 전염성 질환)가 태아에게 무슨 의미가 있기에 임신중절을 허용하는지 등을 오해하는 전문가들이 있는데 그 구체적 내용이 하위 법령에 위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제3호 사유의 강간 등에 의한 임신은 어느 단계에서 누가 판단할 것인지(가령 독일처럼 의학적 판단에 맡길 것인지 등) 문제이다. 제4호 사유(법률혼이 불가능한 남녀 사이 임신)는 태아의 아버지를 결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그 실효성을 확보하는 절차 규정 등을 논의해야 한다. 제5호 사유인 임신 여성 건강손상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며 그 판단 오류에 따른 사후 처벌의 가능성에 관한 의료현장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가 허용하는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배우자 동의 규정은 많은 비난을 받아 왔다. 태아의 아버지를 낙태 절차에서 배제하고 그 관련 정보도 차단할 것인지 등의 논의도 있다.

    낙태와 관련이 있는 법과 제도의 보완도 중요하다. 원하던 아이든 원치 않는 아이든 우리에게 온 생명은 축복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축복이 저주로 바뀌는 우리 현실이 문제이다. 이 현실이 태아의 생명가치와 임부의 자유가치 사이의 격차를 좁히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이는 헌재 결정에 등장한 사회경제적 사유와도 결부된다. 축복을 저주로 바꾸는 임신·출산·양육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절실하다. 임신·출산·양육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중받으면서 풍족한 경제적 지원 등을 당당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것이 바로 임신·출산 사실의 노출 자체가 두려운 경우이다. 임신 유지와 출산으로도 이 두려움이 해소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소위 베이비 박스이다. 이는 엄마나 아이 모두에게 매우 위험한 모습이다. 엄마가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를 받으면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산후조리의 과정을 마치고 조용히 익명상태로 떠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바로 국회에서 이미 논의 중인 소위 비밀출산법이다. 임산부의 익명성 희망이 아이의 뿌리 찾기 희망에 우선해야 할 것이다. 후자를 이유로 전자를 비난함은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보따리 달라고 하는 격이고, 낙태하라는 말이다.

    헌재의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할 시간이 없다. 그 결정에 참여한 재판관들에 대한 비난은 비문명적 행태이다. 헌재 결정을 빙자하여 소신 과잉의 소모적 논쟁을 야기하는 것은 금물이다. 문제는 앞으로 논의의 장이 펼쳐질 국회라는 무대가 정치적 변수가 극대화되어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2020년 총선 정국이라는 그림자가 향후 입법과정에 드리워진다.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그야말로 차분히 헌재 결정의 범위에서 미래지향적으로 개정입법 논의에 접근해야 한다. 상대에게 최악이 될 나의 최선만을 추구하지 말고 공존을 도모하는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아의 생명 가치와 임신 여성의 자유 가치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고루 보호받는 우리 사회를 기대한다.


    김천수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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