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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시권자의 의뢰로 방법발명의 전용품을 제작·납품한 행위의 특허권 간접침해 성립여부

    - 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7다290095 판결 -

    류시원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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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실관계

    마찰이동 용접방법에 관한 발명(이하 ‘본건 방법발명’)의 특허권자인 원고는 소외 A회사와 본건 방법발명에 관해 통상실시권 계약을 체결했고, 해당 계약에는 본건 방법발명의 실시장소를 제한하고 타인에게 재실시허락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는 A회사로부터 본건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마찰교반용접기(이하 ‘본건 전용품’)의 제작을 의뢰받고 20여대를 제작해 A회사에 납품했고, 그 과정에서 본건 전용품을 검수·시연할 목적으로 본건 방법발명을 사용했다. 원고는 전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간접침해를, 후자에 대해서는 직접침해를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 심급별 판단
    가. 1심과 항소심의 판단

    1심은 원고의 간접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였고, 직접침해 청구 부분은 입증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16. 선고 2015가합578109 판결). 간접침해와 관련하여 피고는 자신의 행위가 통상실시권자인 A회사의 기관으로서의 행위이며, 직접침해가 되지 않는 경우 그와 관련된 간접침해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으나, 1심은 실시권 계약상의 실시장소 제한, 재실시허락 금지 등의 내용을 근거로 A회사가 피고로 하여금 본건 전용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은 당해 실시권 계약에 의해 A회사에 허락된 내용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이유로 위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그러나 항소심(원심)은 피고의 간접침해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특허법원 2017. 11. 16. 선고 2016나1455 판결). 원심은 원고의 간접침해 주장에 대해, 방법발명에 관한 통상실시권자가 ‘스스로’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하여 그 방법방법을 실시하는 경우를 간접침해로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통상실시권자가 ‘제3자를 통해’ 전용품을 공급받아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간접침해 책임이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만약 이러한 경우에 간접침해 책임을 인정한다면 특허권의 부당한 확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가 직접침해를 주장한 검수·시연행위에 대해서도, 본건 전용품의 제작·납품행위가 간접침해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제작·납품행위에 불가분적으로 수반되는 검수·시연행위도 별도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 대상 판결(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7다290095 판결)

    대법원은 피고의 간접침해 책임과 직접침해 책임을 모두 부정한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먼저 간접침해 부분에 관해, 대법원은 간접침해 제도가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않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i) 방법발명의 실시권자의 의뢰로 전용품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를 간접침해로 인정하면 실시권에 부당한 제약을 가하는 동시에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ii) 특허권자는 실시권을 설정할 때 제3자로부터 전용품을 공급받아 방법발명을 실시할 것까지 예상해 실시료를 책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당해 특허권의 가치에 상응하는 이윤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실시권자가 제3자로부터 전용품을 공급받는다고 하여 특허권자의 독점적 이익이 새롭게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2가지 이유를 들어, 실시권자의 의뢰로 전용품을 제작·납품한 제3자의 행위는 간접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검수·시연행위에 의한 직접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원심과 대동소이한 이유를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3. 대상 판결의 검토
    가. 간접침해 법리 : 학설 및 판례

    특허권의 침해는 권원 없는 자가 특허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포함해 실시하는 행위에 의해 성립하며, 이러한 원칙적인 침해의 모습을 '직접침해'라고 한다. 그러나 특허법 제127조는 물건발명의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 방법발명의 경우 그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를 침해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강학상 이를 '간접침해'라고 한다. 특허법이 간접침해 규정을 마련한 취지는 침해행위 전 단계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직접침해에 이르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 특허권을 부당하게 확장하지 않는 범위에서 장래의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후3356 판결 등 참조).

    즉 간접침해는 직접침해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 직접침해로 인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인정되는 것인바, 이러한 간접침해 제도의 의의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해 왔다. 간접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가 되는 직접침해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종속설과, 직접침해가 없더라도 간접침해가 독자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는 독립설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소모품인 프린터 카트리지가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요소에 불과하고 완성품인 레이저 프린터의 사용에 제공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소정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그것이 직접침해 물건인 레이저 프린터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는데(대법원 1996. 11. 27.자 96마365 결정), 이를 독립설에 입각한 판례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특허발명을 구현한 휴대단말기의 반제품은 국내에서 생산되어 수출됐지만 완성품인 휴대단말기의 조립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사안에서 그 반제품 생산이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이 판결을 종속설적 입장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있다(이와 달리 단순한 속지주의의 귀결로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결국 대법원이 종속설과 독립설 중 어느 입장을 취하였는지는 명백하지 않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에서 대법원은, 간접침해의 성립여부는 특허법 제127조의 형식적 요건에 더해 간접침해 제도의 목적을 실질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함을 분명히 하면서, 간접침해 제도가 가진 권리 구제의 실효성이라는 목적에는 특허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나아가 대상 판결은 직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는 실시권자의 행위를 전제로 하는 사안에서 간접침해를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독립설로는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고, 이는 2015년에 선고된 2014다42110 판결에 이어 대법원이 독립설의 기초를 이루는 도그마틱한 접근을 지지하지 않음을 다시금 분명히 한 것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직접침해 해당행위 내지 그 가능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관해서는 아직 대법원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으므로 대법원이 종속설을 정면으로 채택하였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특히 특허권 침해의 다른 요건인 '업으로서'의 실시로 볼 수 없는 직접침해 해당행위가 전제된 경우에 대해서는 관련 사안에서 간접침해를 긍정하여 독립설적 입장으로 평가되는 대법원 2014다42110 판결이 폐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정적으로 판단하기가 더욱 곤란하다. 대법원이 대상 판결로써 종속설과 독립설 중 어느 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기보다는, 간접침해라는 예외적 규정의 적용이 문언적·형식적 해석이 아닌 목적적·실질적 해석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적 견해를 종속설과 독립설의 대립 국면으로 여겨져왔던 사안을 배경으로 재확인하였을 뿐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대상 판결이 향후 간접침해 법리 해석의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한 판결로서의 의의를 가진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4. 결론 및 향후 과제

    대상 판결은 향후 많은 간접침해 사안에서 적용될 법원의 판단규준을 정립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간접침해와 직접침해의 행위태양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방법발명의 사안을 다루고 있어, (1) 동일한 법리가 물건발명의 간접침해에 관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도 적용될 것인지, (2) 만약 그러하다면 실시권자가 제3자에게 반제품을 위탁하여 생산하는 경우 영미법상의 위탁생산권(have-made right)을 우회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특허법의 관점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 등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또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의 주장 중 자신의 행위가 실시권자의 ‘기관’으로서의 행위이므로 자기실시라는 주장을 직접 판단하지 않았는데, 대상 판결이 이 주장에 대한 판단을 통해 실시권자와의 관계에서는 물론 공유특허권자 중 1인의 위탁생산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자기실시의 인정 기준을 제시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밖에도 대상 판결은 간접침해에 불가분적으로 수반되는 직접침해 해당행위의 침해 책임을 부정하면서 그 근거를 명확하게 설시하지 않았는데, 그러한 판단의 당부와 법이론적 근거도 향후 학리적으로 규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류시원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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