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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에 대한 집단소송 제기를 포기하도록 한 중재합의의 유효성을 긍정한 미연방대법원 판결

    - Epic Systems Corp. v. Lewis, 138 S. Ct. 1612 (2018) 판결 -

    김효정 연구위원(사법정책연구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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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론

    근로계약에서는 사회·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보호와 계약자유의 원칙의 충돌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하여야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근로자의 사용자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의 제기를 포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중재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그 중재합의가 유효한지 여부는 ‘근로자의 보호’와 ‘계약자유의 원칙’ 가운데 무엇에 보다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8년 5월 21일 선고한 Epic Systems Corp. v. Lewis 판결에서 위와 같은 중재합의의 유효성을 긍정하는 판단을 함으로써 이목을 끌고 있는데, 이하에서는 해당 판결(이하 ‘대상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및 쟁점

    대상판결은 사실관계는 다르지만 쟁점이 같은 세 개의 사건(① Epic Systems Corp. v. Lewis, ② Ernst & Young LLP, et al. v. Stephen Morris, et al. ③ 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v. Murphy Oil USA, Inc. et al.)을 병합한 사건의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그 판시에서 위 ② 사건의 사실관계를 소개하고 있으므로 이하에서도 위 ②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Stephen Morris는 2005년 1월부터 Ernst & Young(이하 ‘EY’) 회계법인의 주니어회계사로 근무를 시작하였다. 그 후 약 1년 뒤 EY는 Morris에게 중재합의(이하 ‘이 사건 중재합의’)가 첨부된 이메일을 보냈는데, 이 사건 중재합의는 근로계약상 모든 분쟁은 각 근로자들마다 개별적인 중재절차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위 이메일에는 Morris가 EY에서 계속 근무한다면 이 사건 중재합의에 구속된다는 기재가 있었는데, Morris는 EY에 계속하여 근무하였다.

    Morris는 퇴직 후인 2012년 2월 EY를 상대로 뉴욕주 연방남부지방법원에 EY가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 ‘FLSA’) 및 캘리포니아주 노동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초과근무수당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2012년 4월 EY의 근로자였던 Kelly McDaniel을 원고로 추가하였다. EY는 2012년 5월 관련사건이 캘리포니아주 연방북부지방법원에 계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송신청을 하였고, 뉴욕주 연방남부지방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소송을 캘리포니아주 연방북부지방법원으로 이송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중재합의가 연방중재법(Federal Arbitration Act, ‘FAA’)에 따라 유효하므로 강제될 수 있는지, 아니면 근로자들의 단체행동(concerted activities)에 참가할 권리를 규정한 국가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 ‘NLRA’) 제7조를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강제될 수 없는지가 주된 쟁점으로 다루어졌다. 즉, 연방중재법(FAA)과 국가노동관계법(NLRA)의 관계가 쟁점이 되었다.


    3. 하급심 법원의 판단

    캘리포니아주 연방북부지방법원은 피고 EY의 항변을 받아들여 청구를 기각하고 중재를 명하였다. 위 법원은 이 사건 중재합의가 국가노동관계법을 위반하였다고 보아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연방대법원의 연방중재법에 대한 기존의 해석과 모순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은 제1심의 판단과 달리 이 사건 중재합의는 강제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원은 근로자들이 단체행동에 참가할 권리를 국가노동관계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권리로 보았다. 위 법원은 이 사건 중재합의는 위와 같은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권리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국가노동관계법을 위반한 것이며, 연방중재법은 연방법상의 본질적인 권리를 포기하도록 하는 계약조건을 강제할 것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중재합의는 강제될 수 없다고 하였다.


    4. 대상판결의 판단

    연방대법원은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중재합의의 유효성을 긍정하였다. Gorsuch 대법관 등 5인의 다수의견은 국회가 제정한 연방법을 조화롭게 해석하는 것이 법원의 의무이며, 국가노동관계법은 연방중재법에 따른 중재합의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다수의견은 연방중재법에는 위법한 중재합의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유보조항(savings clause)이 있으나, 이는 사기, 강박 또는 비양심성(unconscionability) 등에 따른 항변을 인정하는 것일 뿐 중재의 본질적 속성(fundamental attributes)을 부정하는 항변을 인정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연방중재법의 유보조항을 근거로 국가노동관계법 제7조가 연방중재법에 우선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개별적인 성격(individualized nature)을 가진 중재의 본질적 속성에 반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나아가 다수의견은 국가노동관계법 제7조는 근로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국가노동관계법 제7조는 문언상 ‘단체행동(concerted activities)’에 참가할 권리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집단소송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점, 집단소송을 규정하고 있는 연방민사소송규칙(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 ‘FRCP’) 제23조가 국가노동관계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나서야 제정된 점 등을 고려하면, 국가노동관계법 제7조는 단체협상을 하거나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 등을 보장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되어야 하고 집단소송을 제기할 권리까지 보장하는 것으로는 해석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Ginsburg 대법관 등 4인의 반대의견은 이 사건 중재합의는 국가노동관계법 제7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집단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반대의견은 국가노동관계법의 입법목적은 근로자의 노동조합에의 가입금지 또는 탈퇴를 조건으로 하는 이른바 ‘황견계약(yellow-dog contract)’을 금지하는 Norris-LaGuardia 법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고 근로자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단결할 ‘기본권(fundamental right)’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반대의견은 근로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권리는 국가노동관계법 제7조에 의하여 보호되는 본질적인 권리이며, 연방중재법은 국가노동관계법상의 위와 같은 보호를 박탈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5. 결론

    대상판결은 근로자의 사용자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의 제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중재조항의 유효성을 긍정함으로써 근로자의 보호보다 계약자유의 원칙을 중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 따라 미국의 사용자들은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집단소송의 포기를 내용으로 하는 사전중재합의를 할 유인(incentive)을 가지게 되었다.

    대상판결은 1920년대에 석탄광 근로자들의 단체행동을 금지하는 근로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함으로써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제4순회 연방항소법원의 Red Jacket 판결{United Mine Workers of America v. Red Jacket Consolidated Coal and Coke Company, 18 F.2d 839 (4th Cir. 1927)}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2011년 AT & T Mobility LLC v. Concepcion 판결{563 U.S. 333 (2011)}에서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사회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소비자의 보호가 문제되는 소비자계약상 집단소송을 포기하는 중재조항의 유효성을 긍정함으로써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근로계약에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이 존중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근로자는 법적·경제적으로 개별적인 중재절차를 감당할 만한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근로계약에서는 상당수의 권리구제가 집단적인 방식의 청구, 즉 집단소송을 통하여 보장되는 청구의 병합에 의해서만 가능한 경우가 상당하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의 논거 또한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근로계약상 집단소송을 포기하도록 하는 중재합의의 유효성에 관하여 다룬 판례를 찾아볼 수 없으며, 학계에서도 위와 같은 쟁점에 관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사이의 입장의 차이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은 추후 우리나라의 판례의 입장과 입법 방향에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효정 연구위원(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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