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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법의 근본개념으로서 자유와 권리

    허성욱 교수 (서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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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선택, 합리적 선택

    1.
    ‘자유와 권리’가 공법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희소성의 원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개인들이 각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면 구태여 어려운 ‘자유’, ‘권리’의 개념이 공법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없다. 이미 각 개인들은 모든 영역에서 자유롭고 모든 것에 대하여 권리로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으므로 규범적으로 자유의 개념과 범위를 고민하고, 인정되는 자유의 영역에 대한 권리와 그에 대응하는 다른 개인들의 권리의 범위와 내용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무용하다.

    2.
    희소성의 원리로 인해 ‘선택’의 문제가 등장한다. 희소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개인과 공동체는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고 욕망의 대상인 수많은 것들 중에서 어떤 것을 취할지, 그 가치 있는 것을 취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비용으로 지불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은 개인들의 맥락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맥락에서도 어김없이 이루어진다.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개인과 공동체의 선택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많은 선택의 주체들은 그 선택의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지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더 낫지 않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합리적 선택들은 개인들에게는 후회와 실패의 경험으로, 공동체로서 국가와 사회에게는 비극과 파국으로 이어진다.

    3.
    어떤 선택을 ‘합리적’이라고 볼 것인가에 관해서는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만큼 많은 철학적 관점과 담론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 그것들을 다 다루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므로 논의의 전개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기로 한다.

    ‘선택의 주체가 처한 객관적 제약조건 하에서 주관적 선호체계에 비추어서 가장 높은 수준의 효용을 주는 선택’

    4.
    합리적 선택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선택의 주체로서 개인의 경우뿐만 아니라 공법규범과 공공정책에 있어서 언제나 선택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국가나 공동체의 선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선택의 주체로서 국가 또한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유무형의 예산제약조건 하에서 사회선호함수로서 파악되는 주관적 선호체계에 비추어볼 때 가장 높은 수준의 공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을 합리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개발과 환경보호 사이의 선택,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 원자력발전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 등과 같은 공적인 가치들 사이의 선택의 문제 또한 앞에서 논의한 맥락에서 여전히 논의할 수 있다.

    5.
    물론, 실제 현실에서 선택에 임하는 개인들이 언제나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약한 존재로서 인간들은 사전적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에 대해서 전통적인 근대경제학 그리고 통계학에서는 대수의 법칙을 통해 서로 상각되는 비합리적 선택들을 제외하고 평균적으로 합리적 선택을 하는 개인들을 전제로 이론적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행동경제학, 실험경제학 등에서는 대수의 법칙에 의해서도 상각되지 않는 체계적인 비합리적 선택들이 현실의 개인들이 선택의 모습에 더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 비합리적 선택들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편향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히 위험사회에서 불확실성 하에서의 선택으로서 위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요구를 받는 현대 행정국가에 있어서 과연 합리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할 것인가에 관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II. 개인적 선택과 사회적 선택
    1.
    희소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공동체 전체의 사회적 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정반대로 사회적 비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이 사회적 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는 완전경쟁균형의 조건이 충족된 시장에서의 자원배분의 선택, 그리고 정치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이 보장되고 주인-대리인의 문제가 해결된 공법적 정치과정이다.

    2.
    먼저 기본적으로 재산법과 계약법 등과 같은 사법질서를 통해서 형성되고 유지되는 시장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한다. 시장은 사적 재화의 생산, 소비, 분배를 놓고 각 시장참가자들의 합리적 선택들이 집합적으로 결집되는 메커니즘이다. 완전경쟁의 조건이 충족되는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가격기구의 작동으로 인해 자생적으로 달성되는 시장균형은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합으로서 사회적 잉여가 가장 극대화되는 최적화된 자원배분의 결과이다. 경제적 효율성이 달성된 상태로서, 시장참가자로서 각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이 집합적인 사회적 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
    다음으로 공법질서를 통해 자원배분에 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정치과정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한다. 여기서 ‘정치과정’은 선거와 대의민주주의를 통한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국회의원의 선출, 그들에 의한 의회에서의 정치적 합의로서 법률, 법규사항에 대한 행정청에의 권한의 위임, 행정청의 권한행사에 대한 사법심사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일단 이해하기로 한다. 이러한 정치과정은 세부적으로는 각각 다른 정치적 규칙들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주인-대리인 관계의 권한의 위임의 구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이해한 정치과정에서 주인으로서 국민들 각자의 정치적 선호들이 정합적으로 사회적 선호로 결집될 수 있다면, 바꾸어 말하면 권한의 위임과 집행과정에서 주인-대리인의 문제없이 정치적 주체로서 각 개인들의 선호가 최종적인 권위있는 자원배분의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와 같은 상황은 정치적 주체로서 각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이 공동체 전체의 사회적 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치적 선택에 따른 자원배분의 결과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효율성과 대비되는 의미에서 정치적 효율성이 달성된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다.

    4.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이 언제나 사회적 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그리고 이론적으로, 선택의 주체인 각 개인의 입장에서는 더할 수 없이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그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의 사회적 결집 결과는 공동체 전체의 비합리적 선택 혹은 비극과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 죄수의 딜레마, 외부효과의 상황이 대표적인 예이다.


    III. 공법의 근본개념으로서 자유와 권리
    1.
    선택의 상황에 처한 개인과 공동체의 합리적 선택과 공법의 근본개념으로서 자유와 권리에 관해 다음의 두 명제를 설정하고 관련 논의를 촉진시키는 계기로 삼기로 한다.

    [명제 1]

    “선택의 주체로서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들이 집합적인 사회적 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진다면 그 조건과 상황 하에서 이루어지는 개인들의 선택은 자유의 영역에 있는 것이고 그 자유로운 선택은 권리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반면에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들이 사회적 비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진다면 그 영역에 있어서 개인들의 선택은 더 이상 자유의 영역이 아닌 것이고 이는 권리로서 보호될 수 없다.”

    [명제 2]

    “국가는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들이 사회적 비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 개인의 의사에 반하는 자원배분에 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위있는 강제력을 사용해서 개인들의 선택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강제력 행사의 목적은 개인들의 유인구조를 바꾸어줌으로써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들이 사회적 합리적 선택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2. 관련된 논의의 개요를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공법상 자유와 권리는 희소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선택의 상황에 처한 개인들의 선택들과 그 개인적 선택들이 결집된 사회적 선택 사이의 상호관계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러한 새로운 관점을 이른바 ‘사회적 선택이론(social choice theory)’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
    선택의 상황에 처한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들은 상황과 조건이 갖추어지면 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도 합리적인 사회적 선택으로 결집될 수 있다. 완전경쟁균형의 조건이 충족되는 시장의 경우와 권한 위임과정에서 주인-대리인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정치과정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3)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이 사회적 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들은 전적으로 자유의 영역 내의 것이고 그 선택들은 규범적으로도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반대로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이 사회적 비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사회적 비합리적 선택을 피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과 규제가 정당화되는데, 그 개입과 규제는 상호합의된 바에 따른 상호강제의 실질을 갖는다.

    (4)
    개인들의 자유의 영역과 그 영역 밖을 구분짓는 규범적 개념이 ‘위법성’ 기준이다. 그 위법성 기준에는 정치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공법상 기준과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협상과 거래 및 그 의제를 통해 만들어지는 사법상 기준이 존재한다. 공법상 기준이 사법상 위법성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사회적 선택이론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관련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에 관한 경제적 효율성과 정치적 효율성의 개념 및 상호관계에 대한 공법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5)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규제는 최종적으로 행정작용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입법과 행정의 시차, 새롭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 등의 이유로 인해 행정작용에는 불가피하게 재량의 범위가 부여된다. 행정재량에 대한 사법심사 기준으로서 비례의 원칙과 쉐브론 원칙은 모두 개인들의 선택의 제약조건을 바꾸어 줌으로써 그 결집된 결과로서 사회적 선택이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허성욱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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