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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이중매매와 제1매수인의 보호

    김신 전 대법관 (동아대 석좌교수)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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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론

    판례는 부동산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후 제1매수인에게 등기를 이전하지 않고, 제2매수인에게 이중매도하고 등기까지 넘겨주었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다 . 또한 제2매수인이 매도인의 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 제2매매계약은 공서양속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함으로써 제1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즉 판례는 등기를 이전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제2매수인보다 중도금만 지급한 채권자인 제1매수인을 보호한다. 대법원은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러한 태도를 재확인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제1매수인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판례의 태도는 형식주의를 채택한 현행 민법의 태도나 형법의 배임죄 규정의 해석에 부합하지 않는다.

    2. 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
    가. 배임죄의 본질

    대부분의 교과서와 논문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따지기 전에 배임죄의 본질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다. 부동산 이중매도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례 역시 배임죄의 본질이 배신설에 근거하고 있음을 명확히 한다. 배임죄는 독일에서 봉건영주가 신하의 권한남용이나 배신을 처벌하기 위하여 탄생하였다. 그래서 독일 배임죄의 범죄명은 배신을 뜻하는 'Untreue'이다. 현재의 독일형법 제266조 제1항 후단도 '신뢰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상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 즉 배신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고 있다. 반면 우리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배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배임죄가 일반적·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신의성실의무의 위반을 처벌하는 데 본질이 있다면, 우리 배임죄는 구체적인 임무의 위반을 처벌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범죄로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우리 배임죄의 본질을 독일 배임죄와 마찬가지로 보아 배신에서 찾는 태도는 부당한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배임죄의 규정과 괴리되고 심지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행위주체로 하는 범죄이므로, 부동산 이중매매에서도 타인의 사무와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밝히는 작업은 긴요하다. 판례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관련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함은, ① 타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② 그 관계에 기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 등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하고, ③ 그 사무의 처리는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며, ④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는 물론,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타인의 사무'에 포함되므로, ⑤ 매도인이 중도금을 수령한 후 그 계약의 내용에 좇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므로, 이러한 단계에 이른 후에 매도인이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매수인을 위한 등기협력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위와 같은 판시는 독일과 일본의 법규정과 해석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즉 독일에서는 배신설에 기초한 형법 266조 제1항 후단의 규정을 문언대로 해석하면 단순한 채무불이행까지 배임죄에 포섭되어 처벌 범위가 너무 넓어지므로 이를 제한하기 위하여 타인의 사무를 전형적·본질적 사무와 부수적·주변적 사무 등으로 구분하는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 배임죄에서 신임관계에 기한 사무를 타인의 사무에 포함하고, 그 중 전형적·본질적 사무를 처벌한다는 해석은 독일 배임죄의 규정과 그 해석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해석이 독일에서는 배임죄의 성립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것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배임죄의 성립범위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문제점이 있다. 한편 타인을 위한 사무가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등기협력의무 또는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포섭하는 판시는 '타인을 위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행위주체로 하는 일본 배임죄에서는 몰라도 우리 배임죄 규정에 대한 해석으로는 타당하지 않고, 죄형법정주의 위반의 의심이 짙다.

    다. 등기협력의무 또는 재산보전협력의무

    판례는 매도인이 중도금을 수령하면 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음을 근거로 하여, 그 단계에 들어서면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생기므로 이 단계에 이른 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매수인을 위한 등기협력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다. 그러나 등기협력의무는 민사상 등기이전청구권과 다를 바 없고, 계약에 따라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 외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그러한 의무를 인정한다고 하여도 그것은 매매계약의 체결시에 발생하는 것이지 중도금 지급 시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매도인이 중도금을 수령하여 임의해제를 하지 못하지만 잔금을 수령할 때까지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도 있고, 법정해제권을 행사할 여지도 있으므로 중도금을 수령한 매도인에게 소위 등기협력의무의 존재가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매도인이 잔금을 수령하고도 대상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매도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없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물권변동에 관하여 형식주의를 채택한 우리 민법에서 잔금을 지급하고도 등기를 하지 아니한 제1매수인은 소유자가 아니라 매도인에 대하여 등기이전청구권을 가진 채권자에 불과하다. 이에 상응하여 매도인은 제1매수인에 대하여 등기이전의무를 부담하지만, 이것은 매도인 자기의 사무이지 타인인 제1매수인의 사무가 아니다. 따라서 이를 위반하여 이중으로 매매하였다고 하여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형평의 문제

    판례는 매도인의 등기이행의무 불이행은 배임죄로 처벌하지만, 매수인의 대금지금의무 불이행은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등기를 이전한 경우에는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지만, 제1매수인에게 등기를 이전해준 경우에는 이를 부인한다. 한편 부동산 이중매매는 배임죄를 인정하지만, 동산이중매매에서는 이를 부정한다. 이와 같이 판례가 일관성이 없는 것은 배임죄 성립의 근거로 내세우는 등기협력의무 또는 재산보전협력의무의 이론적 근거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이중매매는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3. 부동산 이중매매와 공서양속

    부동산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하였다고 하더라도 계약자유의 원칙상 이중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금지되지 않는다. 판례도 그것을 공서양속 위반이라고 하지 않고, 다만 제2매수인이 매도인의 이중매매에 적극 가담한 경우 이것이 공서양속에 위반된다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그 계약의 내용은 '부동산 소유권이전과 대금의 지급'인데, 이것을 공서양속에 위반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제2매수인의 적극가담은 매매계약의 내용이 아니라 계약의 성립과정이나 체결경위에 불과하여 일반적인 공서양속의 개념이나 요건에 포함되기 어렵다. 책임을 추궁할 직접적 당사자인 매도인의 배신행위가 아니라 이에 가담한 제2매수인의 행위를 공서양속에 위반된다고 하는 논리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판례는 또한 이중매매는 절대적 무효로서 해당 부동산을 선의로 취득한 전득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등기하지 아니한데 잘못이 있는 제1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선의의 전득자를 희생시키는 것은 정의관념에 어긋난다.

    4. 결론

    형식주의를 취하는 우리 민법에 따르면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먼저 계약을 체결한 매수인이 아니라 등기를 먼저 경료한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된다. 매매계약을 먼저 체결하여도 등기를 하지 못한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 채권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민법이 설계한 제도이다. 그런데도 판례는 채권자에 불과한 제1매수인에게는 민법이 보장하는 것 이상의 권리를 인정하기 위하여 공서양속이론을 무리하게 적용하고, 이미 소유권을 취득한 매도인 또는 제2매수인을 배임죄로 위협하여 정당하게 취득한 권리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민사법의 일반원칙에 어긋난다. 시정을 요한다.

     

     

    김신 전 대법관 (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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