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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류분 제도의 개선방안 : 영미법으로부터의 시사점

    현소혜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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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론

    흔히 영미법에는 유류분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미법권에도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 남용으로부터 그의 가족들을 보호하고, 유족의 부양과 정당한 청산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있다.


    2. 영국 

    가령 영국의 경우를 보자. 영국은 1837년 유언법(Wills Act 1837) 제정 이래 백 년 남짓 유언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하였으며, 위 법 제3조에 따라 모든 사람은 유언을 통해 자신이 사망 당시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유증 기타 처분할 수 있는 자유를 누렸다. 유언의 자유에 대한 유일한 제약은 남편이 사망하더라도 아내가 남편 소유의 부동산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일부 용익권을 인정해주는 과부산권(寡婦産權, dower)이나 환부산권(鰥婦産權, custesy) 제도뿐이었으나, 1925년 상속재산관리법(Administration of Estates Act 1925)에 의해 이마저 폐지되었다. 하지만 그 후 피상속인의 부당한 유언으로 배우자가 아무런 재산도 분여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영국은 1938년 상속법{Inheritance (Family Provision) Act 1938}을 제정하여 유족유산분여 제도를 도입하였다. 


    유족유산분여 제도란 피상속인에게 부양을 요하는 가족이 있는 경우에 피상속인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그 피부양자를 위해 법원이 상속재산으로부터 일정액을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1975년 상속법{Inheritance (Provision for Family and Dependants) Act 1975)}, 1995년 개정 상속법{Law Reform (Succession) Act 1995} 및 2014년 상속 및 수탁자 권한법(Inheritance and Trustees' Powers Act 2014)을 거치면서 유족유산분여 청구권자의 범위는 점차 확대되었으며, 유산을 분여하는 방법도 정기금 지급뿐만 아니라 일시금 지급, 원물분할, 신탁재산으로부터의 수익권 부여까지 다양해졌고, 피상속인이 유산분여를 회피하기 위해 제3자에게 그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 하에 추급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영국의 유산분여 제도는 대륙법의 유류분 제도에 점차 근접해가는 추세이다. 

     

    또한 1975년 상속법은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유족유산분여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부양의 필요성과 무관하게, '만약 피상속인이 사망한 일자에 혼인이 사망에 의해 해소되지 않고 이혼 명령에 의해 해소되었더라면 청구인이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을 급부를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유족유산분여 제도에 부부재산 청산의 기능을 더하였다. 유족유산분여 제도는 사실상 사망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와 유사한 기능도 함께 수행하게 된 것이다. 이는 상속 과정에서 배우자를 위한 정당한 청산이 보장될 수 있도록 유언의 자유를 일부 제약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류분 제도와 그 성격을 같이 한다. 

     
    다만, 영국의 유산분여제도는 여전히 배우자 외의 자에 대해서는 부양의 필요성, 유산분여가 다른 상속인들이나 수증자, 배우자 등에게 미칠 영향, 피상속인과 청구인 간의 부양책임의 정도와 실제 부양의 정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법원이 그 분여 여부 및 분여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획일적·추상적 원칙에 따른 대륙법권의 유류분 제도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3. 미국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유언의 자유는 강력하게 보장되는 것이 원칙이나, 대부분의 주는 그와 함께 유족부양청구권(family allowance)을 인정한다. 통일유언검인법(Uniform Probate Code) 역시 피상속인이 부양의무를 지고 있었던 생존배우자 및 미성년자녀, 그리고 피상속인으로부터 사실상 부양을 받고 있었던 자녀들은 상속재산관리 기간동안 상속재산으로부터 부양을 위한 금전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그 지급기간이나 지급액수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대륙식의 유류분이나 영국법상의 유산분여제도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상속의 영역에서 배우자의 정당한 청산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미국 역시 유류분과 유사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강제분(forced share)이나 선택분(elective share) 제도가 그것이다. 1980년대 이후 가사노동의 가치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생존배우자에게 유족부양청구권만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었으며, 특히 부부별산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피상속인이 유언에 의해 본인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은 그 재산의 취득과 유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해 온 배우자의 몫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 결과 현재 대부분의 주는 배우자에게 상속재산 중 3분의 1 내지 2분의 1 정도를 강제분으로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 특히 1990년 통일유언검인법은 선택분을 계산함에 있어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 소유의 재산 뿐만 아니라, 생존배우자 소유의 재산과 그들이 생전에 제3자에게 처분한 재산까지 모두 포함하도록 하여 생전처분에 의해 생존배우자의 강제분이 무력화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있다. 

     
    다만, 1990년 통일유언검인법은 획일적인 강제분 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여 상속개시 당시 부부의 총재산에 혼인존속기간에 따라 정해진 비율을 곱한 후 그 중 2분의 1을 생존배우자의 선택분으로 보장하는 한편, 재산의 규모에 따라 생존배우자가 부양의 필요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적거나 많은 재산을 받아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충적 선택분 제도 등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각 주는 위와 같은 내용의 강제분 제도를 택하는 대신 법원이 혼인기간의 장단이나 기여의 정도, 부양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그 액수를 판단하도록 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제도 역시 영국과 유사하게 직계비속에게는 부양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만, 배우자에게는 정당한 청산과 부양의 필요를 고려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유류분 유사의 제도를 인정한다. 획일적 기준에 따른 유류분을 강제하는 대신 가급적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른 유연한 접근을 도모하고자 한다는 점 역시 영국과 공통적이다. 


    미국 내에서도 대륙식의 부부공동재산제를 택하고 있는 루이지애나 주는 한 때 프랑스 민법상의 유류분 제도를 계수하여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인 상속인이 1명인 경우에는 재산의 3분의 2까지, 2명인 경우에는 재산의 2분의 1까지, 3명 이상인 경우에는 재산의 3분의 1까지만 피상속인의 유증이나 생전처분을 허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의 처분행위의 효력은 부정하였으나, 그것이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1995년 드디어 헌법을 개정하여 23세 이하의 직계비속인 상속인 또는 정신적·신체적 장애로 인해 스스로를 돌볼 수 없거나 자신의 재산을 관리할 수 없는 상속인에 대해서만 유류분을 인정하기로 한 바 있다.

     


    4.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영미법상 제도의 특징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종종 논의되는 두 가지의 중요한 상속법적 쟁점에 대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첫 번째 쟁점은 유류분 제도의 존속 필요성이다. 유류분 제도는 1977년 민법에 처음 도입된 이래 우리 사회에 빠른 속도로 정착하였다. 하지만 유류분권의 획일적인 적용은, 그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여러 폐단을 낳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피상속인들은 더 이상 부양의 필요성도 없고, 자신과의 관계도 좋지 않은 고령의 자녀들의 유류분을 보장하기 위해 자신이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해 온 재산을 원하는 대로 처분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에게 반드시 유류분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헌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그들이 상속재산으로부터 부양받을 필요가 있을 때에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는가. 유류분 비율을 법률로 고정하기보다는 개별 사안에 맞추어 유연하게 구성하는 방법을 통해 유언의 자유와 가족들의 상속에 대한 기대 간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 보다 시대의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가. 

     
    두 번째 쟁점은 배우자의 상속분 조정이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의 숫자에게 따라 배우자의 상속분이 증감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민법의 태도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개정의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현재의 상속 제도로는 배우자의 기여에 대한 정당한 청산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속분을 기초로 그 액수가 계산되는 유류분 제도로 재산분할의 정신을 달성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우자의 상속분을 2분의 1로 높이는 방안이나 배우자의 선취분을 인정하는 방안 등이 개정안으로 제시된 바 있으나, 이러한 안들은 모두 개별 사안에서의 부정의를 염려하는 목소리에 묻혀 관철되지 못하였다. 개별 사안에서의 정의를 고려한다면 배우자를 위한 상속분이나 유류분 제도와 재산분할 제도를 통합하여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에나 이혼한 경우에나 동일한 정도의 급부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가장 적확한 해결방안이다. 영국의 유족유산분여 제도는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소혜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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