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법률정보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판례평석

    이사의 충실의무와 회사기회유용금지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다16191 판결 -

    최완진 명예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56434.jpg

    I. 사실관계

    甲은 스포츠용품 수출입업을 운영하는 A회사에서 1981년부터 2011년까지 30년간 이사 또는 대표이사를 지냈다. 甲은 A회사에 속해 있던 기간 중인 1987년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1990년까지 대표이사로 지냈다. 甲은 최소 1987~1990년에는 두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었다. 그런데 甲이 신설한 B회사는 종전까지 A회사가 운영하던 골프용품 수입업에 손을 댔다. A회사가 외국 골프용품 제조사와 체결한 독점 판매 계약이 끝나는 기간에 B회사는 해당 제조사에 접근했던 것이다. A회사가 종전까지 10년간 독점 판매했던 골프용품의 국내 판매권은 전적으로 B회사에 귀속됐다. 이 여파로 A회사는 결국 경영난을 겪다가 해산됐다. 甲은 B회사의 지분을 해외 유명 스포츠브랜드에 200억원 이상을 받고 팔았다. 이에 A회사의 주주가 甲을 상대로 경업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II. 판결요지

    원심은 甲 측(甲은 소송 진행 도중 사망해 그 유족들이 소송을 이어받았다)이 A회사 주주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B회사가 침해한 A회사의 '영업권' 가치가 손해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원심 재판부는 "A회사가 외국 제조사 제품의 수입, 판매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일실이익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골프용품 사업부문 영업권'에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B회사가 매각한 골프용품 사업부문의 영업권은 B회사가 그간 형성한 자본을 재투자하고 고유의 노력을 기울여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甲 측이 A회사 주주에게 물어줘야 할 손해배상액에 '영업권'가치를 배제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甲이 A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해 B회사로 하여금 그 사업을 영위하게 한 것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회사 이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행위에 해당한다"며 "B회사가 골프용품 사업을 제3자에게 매각해 얻은 영업권 상당의 이익에는 B회사가 직접 형성한 가치 외에 A회사가 상실한 독점판매 계약권의 가치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으로서는 B회사가 골프용품 사업부문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 받은 양도대금 중 A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해 수년간 직접 사업을 영위하면서 스스로 창출한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A회사가 빼앗긴 사업기회의 가치 상당액을 산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이를 A회사의 손해로 인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III. 평석
    1. 경업금지의무 위반

    경업금지에 관하여 상법 제397조 제1항에 의하면,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① 자기 또는 제삼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②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지 못한다. 강학상 ①은 경업금지, ②는 겸직금지라고 부른다.

     

    A회사의 대표이사 甲은 문제되는 기간 중 2003년 4월 11일 이후에는 경쟁업체인 B회사의 이사로 재직하지 않았으므로 ②의 겸직금지의 적용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은 "이사는 경업대상 회사의 이사, 대표이사가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회사의 지배주주가 되어 그 회사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관여할 수 있게 된 경우에도 자신이 속한 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3.9.12. 선고 2011다57869 판결, 신세계 주주대표소송)를 확인하면서 상법 제397조 제1항 위반으로 보았다. ①의 경업금지 위반으로 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회사기회유용금지

    회사기회유용과 관련하여 위 행위 당시에는 2011년 개정 상법 제397조의2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일반적인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로 회사기회 유용금지의무가 도출되는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사는 이익이 될 여지가 있는 사업기회가 있으면 이를 회사에 제공하여 회사로 하여금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회사의 승인 없이 이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3.9.12. 선고 2011다57869 판결)를 확인하면서 이를 긍정하였다. 결국 甲이 "1999년경부터 2005년 말경까지 상법 제397조 제1항이 규정한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고, 2006년경부터 2011년경까지 일본 던롭 제품의 독점 수입, 판매업이라는 A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함으로써 A회사 이사로서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한다"고 보았다. 2005년 말을 기준으로 한 것은 그 시점에 A회사와 일본 던롭사간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기 때문이고, 2011년경을 기준으로 한 것은 2011년 2월경 B회사가 골프용품 사업부분을 제3자에게 양도하였고, 같은 해 8월 A회사가 해산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3. 손해배상의 범위

    원고는 경업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개입권(상법 제397조 제2항) 대신 일반적인 손해배상을 주장하였다. 또한 2011년 상법 개정 이전 사안이므로 회사기회유용금지 의무위반에 대하여는 손해추정 조항(현행 상법 제397조의2 제2항)도 적용되지 않았다. 쟁점이 된 것은 ① 일실 영업수익의 범위와 ② 영업권의 가치였다. 먼저 ① 일실 영업수익 계산방식은 경업금지 위반 및 회사기회유용에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원심은 A회사의 매출액 감소분은 B회사의 매출액 상당액이라 할 것이므로, 여기에 A회사 고유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甲의 임무위배행위 이전 기간을 기준으로 산정)을 곱하여 산정하였다. 실제로는 손해분담의 공평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하였다. 대법원은 이 부분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다. 한편 ② 영업권 상당 손해액은 회사기회 유용에 관하여만 문제되었다. 원심은 A회사가 2011년 8월 4일 해산함으로써 그 이후 영업을 통해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 B회사가 2011년 2월 제3자에 골프용품 사업부분을 매각하고 수령한 대금 중 영업권 상당액은 실제 B회사의 고유 노력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별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영업권 중 B회사가 스스로 창출한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A회사가 빼앗긴 사업기회의 가치 상당액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A회사의 손해를 인정했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타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4. 손해배상액 산정

    2심 법원은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구간을 나누지 않고 'A회사의 매출액 감소분 × A회사 매출액 대비 순이익율'의 산식에 따라 A회사의 일실손해액을 산정하였다. 이 방식은 비교적 타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2심 법원은 상법 제397조의2 제2항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이러한 2심 법원의 입장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상법 제397조의2가 신설되기 이전에 발생한 것은 맞지만, 2011년 개정 상법 부칙 제3조에 의하면 동 규정은 시행 전에 발생한 사항에도 개정상법규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 이 사건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상법 제397조의2가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2심 법원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상법 제397조의2를 직접 근거로 하는 손해배상사건이 아니고 이 사건과 같이 상법 제399조에 근거하여 이사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에는 상법 제397조의2 제2항을 직접 적용할 수 없다는 형식적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상법 제397조의2 제2항의 입법취지를 생각해 볼 때, 회사기회유용이라는 충실의무 위반사건에서 상법 제399조를 근거로 제기한 소송과 상법 제397조의2를 근거로 제기한 소송을 구분하여 다른 증명책임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만일 상법 제397조의2 제2항을 적용했다면, 회사기회 유용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구간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는 이사 甲 이나 제3자(B회사)가 얻은 이익을 손해로 추정하면 된다. 만일 상법 제397조의2가 온전히 적용되었다면 대법원이 원심과 달리 손해배상액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결정한 골프용품 사업부분 매각 대금 중 영업권의 상당액을 추정의 법리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IV. 결언

    본 판례와 관련하여 회사기회유용금지 제도의 올바른 운영방안을 정립하기 위하여는 현행 상법규정을 다음과 같이 개정·보완할 것을 제안한다. ① 현행 상법은 회사기회유용금지 규정의 적용대상을 이사와 집행임원으로만 한정하고 있으나 회사기회유용은 지배주주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을 고려하여 지배주주도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② 우리나라 상법에는 미국과 독일에서 인정되는 피소된 경영자의 항변사유와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법해석상 회사가 법적·재정적·구조적 능력 등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에는 경영자의 항변사유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③ 회사기회유용금지 위반이 있는 경우 실질적인 구제를 위해서는 위반의 효과로서 경업금지 위반의 경우처럼 개입권을 도입·인정할 필요가 있다.

     

     

    최완진 명예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