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법률정보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연구논단

    금융리스와 도산해지조항

    윤덕주 변호사 (법무법인 세령)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57316.jpg

    1.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에 관한 통설과 판례의 입장

    도산해지조항(Ipso Facto Clause)은 계약의 일방 당사자에게 지급정지, 파산, 회생절차의 개시 신청 등의 사실이 발생한 경우 상대방에게 그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거나, 해제·해지를 의제하는 계약 조항이다. 건설도급계약이나 제작물공급계약 등의 경우 예외없이 이러한 조항을 두고 있고, 그 유효성에 대하여 약간의 견해대립이 있다. 

      

    우선 학설은 이 조항의 유효성에 관하여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대세로 보인다. 그 근거는 ① 환취권의 대상이 된 목적물이 회생절차의 진행에 긴요한 경우에는 채무자의 회생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 점, ② 상대방에게 회생절차개시 이전에 항상 해제(해지)권이 발생하여 관리인의 선택권을 부여한 취지를 몰각시킨다는 점 등이 제시된다. 

     
    이에 반하여 판례는 ① 도산해지조항을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구체적인 사정을 도외시한 채 회사정리절차의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 당사자가 채권자의 입장에서 채무자의 도산으로 초래될 법적 불안정에 대비할 보호가치 있는 정당한 이익을 무시하는 것이 될 수 있는 점, ② 관리인은 개시 당시에 존재하는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취득하는 데 불과하고, 채무자가 사전에 지급정지 등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처분한 재산에 대하여는 처음부터 관리처분권이 미치지 아니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도산해지조항이 부인권의 대상이 되거나 공서양속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효력이 부정되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 도산해지조항으로 인하여 회생절차 개시 후 채무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조항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③ 관리인의 선택권을 부여한 취지에 비추어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을 무효로 보아야 한다거나 적어도 회생절차개시 이후 종료 시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도산해지조항의 적용 내지는 해지권의 행사가 제한된다는 등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는 않을 것임을 지적하였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38263 판결).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원칙적으로 유효설의 입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도산해지조항이 부인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나, 어떤 상황에서 어떤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쉽사리 말하기 어렵다. 도산해지 조항 그 자체가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도 없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쉽사리 상정하기는 어렵다.


    2. 각 견해에 대한 검토

    회생절차의 수행에 긴요한 재산을 확보할 수 없어 회생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을 무효로 보거나 효력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회생재단의 입장만을 고려한 것으로 균형을 잃은 해석이고, 거래안전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회생신청을 고려하는 채무자로서는 사전에 상대방의 해지권 행사 여부, 대체자산의 획득가능성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미이행쌍무계약에 대한 관리인의 선택권을 형해화할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의 효력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상대방의 해제(해지)권 보다 관리인의 선택권에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나, 이와 같이 볼 근거는 없다. 회생의 필요성과 상대방의 권리제한이 동의어는 아니다. 관리인의 선택권은 회생절차 수행에 관한 전략적 선택지일 뿐, 사전에 상대방에게 이를 배제할 권한이 주어져 있음에도 관리인의 선택에 의해 상대방의 권리가 배제된다는 구성은 수긍하기 어렵다. 도산절차의 기본은 민사적으로 확정된 권리관계에 대한 존중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므로 개시 전에 확정되거나 현실화된 상대방의 권리를 미이행쌍무계약이나 권리변경이라는 명목으로 일반적인 한계를 넘어 특별히 제한하기 위해서는 해석론을 넘어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 조항의 효력을 제한하는 명문규정을 두어야만 관리인의 선택권이 현실적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3. 논의의 연장 : 리스계약의 해지

    도산해지 조항의 주된 논의 분야는 리스계약의 해지에 관한 것이다. 운용리스계약의 리스료는 해당 기간의 사용대가이므로 운용리스계약을 미이행쌍무계약으로 규율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리스계약의 리스료채권은 회생담보권이며, 동 계약은 미이행쌍무계약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사견으로는 금융리스계약도 미이행쌍무계약으로 보고, 공익채권으로 규율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양자를 각 회생담보권과 미이행쌍무계약으로 구성할 경우의 차이와 관련하여, ① 도산해지조항이 포함된 리스계약을 미이행 쌍무계약으로 파악하는 경우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부정되어야 하고, ② 리스료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파악한다고 하여 당연히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도산해지조항이 효력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도산해지조항이 회생절차상 부인권을 인정한 취지를 몰각시킨다거나 공서양속에 위반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위 견해는 ① 개시 전에 해지하거나, 개시결정 당시 최고기간이 도과한 경우라면, 권리행사는 유효하므로 리스물건에 대한 환취권을 행사할 수 있고, 약정에 따라 잔존리스료·규정손해금을 회생채권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점, ② 개시 후에는 리스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파악하는 경우 리스채권자는 회생절차개시 후의 리스료 미지급을 이유로 하여 해지권을 행사할 수는 없고, 리스계약을 미이행 쌍무계약으로 파악하는 경우 리스회사는 리스이용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리스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각 지적한다(회생사건실무(상),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실무연구회, 제4판, 박영사(2014), 383-384면). ①의 논의는 금융리스채권의 성격에 관한 논의와 관계없이 원론적으로 타당하다. 다만, 담보권설의 입장에서는 해지권 행사가 포괄적 금지명령 하에서는 금지될 것이다. ②의 논의 중 미이행 쌍무계약을 전제로 한 설시는 리스계약을 미이행 쌍무계약으로 파악하는 경우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부정하여야 한다는 전제에 터 잡은 것이므로, 개시 후 관리인의 이행선택으로 공익채권화되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선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리스료채권(리스계약)의 성질에 관한 논의와 도산해지조항의 유효성에 관한 논의는 동 규정의 효력을 제한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우리 법의 해석으로는 상호 무관한 것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따라서, 개시 후에 관리인의 이행선택이 있고, 개시 후의 불이행이 없더라도, 도산해지조항에 근거한 해지권 행사를 막을 수는 없다. 관리인의 선택권과 상대방의 해제(해지)권은 병존적으로 존재하는 권리이며,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여도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이 유효한 이상, 상대방은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도산해지조항이 부인대상이 되거나,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는 쉽사리 상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4. 결 어

    결론적으로, 입법에 의해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을 제한하고, 금융리스를 미이행 쌍무계약으로 구성할 경우, 관리인의 이행선택에 의해 개시 후의 리스료채권은 공익채권이 된다. 그 결과 결의성립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음은 물론, 회생담보권은 통상 조기·전액변제를 요하나, 공익채권으로 구성함으로써 매기의 지급분만을 자금수지에 반영하여 리스 기간 동안 해당 물건을 안정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리스 채권자로서도 애초에 의도하였던 분할급부를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보하게 되므로 동인의 보호에도 부족함이 없다. 금융리스의 경우 리스 이용자의 해지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는 바, 위 규정도 입법에 의해 그 효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금융리스 물건은 리스이용자의 선택과 편의를 위하여 제공된 물건이므로, 리스제공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줄 우려가 있으나, 리스 물건은 태생적으로 리스 이용자의 사업상 필요에 의하여 제작된 것이므로, 대부분의 리스 이용자는 리스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불측의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연방도산법(11 U.S.C. United States Code, 2011 Edition, Title 11 - BANKRUPTCY)은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라는 이원적 기준을 채택하지 않고, 미완료 임대(Unexpired Leases)라는 용어로 통일하고, 미이행 계약(Executory Contract)의 법리로 해결한다. 금융리스 여부라는 기준보다는 미이행쌍무계약의 틀 내에서 대상 물건의 성질에 따라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균형을 도모하는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산해지조항의 효력, 금융리스의 성질론 등과 관련한 문제의 본질은 어느 견해가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 균형, 도산법률 관계의 안정적 처리, 채권자 전체의 이익이라는 근본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냐에 따라 판단할 일이다.

    * 본고는 법률신문 제4734호(2019. 9. 26.자)에 게재된 '회생절차와 금융리스의 이론구성'의 연장선 상에서 논의한 것이다.

     

     

    윤덕주 변호사 (법무법인 세령)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