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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평석

    시효중단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 대하여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 -

    원종배 교수 (영남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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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론

    대법원은 2018년 10월 18일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함)에서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그 확정된 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와 청구권 확인의 소 이외에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확인의 소도 허용하였다(이 판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미 여러 평석에서 소개되고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이러한 대상판결에 대하여 실무적으로 기존 이행의 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이론상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면서 이를 인정하는 입장도 보이지만(강현중, 2019년 2월 18일자 법률신문; 이충상, 2019년 12월 16일자 법률신문), 확인의 대상이 단지 지금 소를 제기한 사실 자체가 되므로 위와 같은 확인의 소는 권리보호자격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등 소송법적 측면에서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호문혁, 2019년 3월 21일자 법률신문). 본고에서는 주로 논의되고 있는 소송법적 문제 외에 실체법적 측면에서 소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에 관한 재판상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정책적 측면에서 기존의 이행소송이 실제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만 그 해결이 가능한지 등을 중심으로 대상판결의 정당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Ⅱ.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의 실질 존재 여부

    재판상 청구에 시효중단의 효과를 인정하는 이론적 근거에 대하여는 권리관계의 존부가 공권적으로 확정되어 사실상태의 계속이 법적으로 부정되어야 한다는 권리확정설도 있으나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을 채권자의 권리보다 더 넓게 보호할 필요성은 없으므로 사실 상태가 계속된다고 볼 수 없는 다른 사정이 발생하거나 권리자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을 표명한 경우 등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는 권리행사설이 타당하고, 이는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19737 판결 참조).

     

    이에 따라 대법원은 시효중단의 효과를 가지는 재판상 청구는 원고로서 소를 제기하는 것 외에도 응소행위(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78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근저당권설정등기청구와 같은 후속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2다7213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5140 판결, 대법원 1961. 11. 9. 선고 4293민상748 판결,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16378 판결 등), 보수금채권의 행사에 선행하는 파면처분무효확인청구 등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1978. 4. 11. 선고 77다2509 판결 참조) 등의 경우까지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어떠한 실체적 권리의 존부와 관련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하여 법원에 법적 판단을 요청하는 행위가 존재하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으로 그 실체적 권리의 존부 또는 실현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은 공통된다. 이렇게 '재판상 청구'는 최소한 법원에 대하여 실체적 권리와 관련된 법적 판단을 요청하는 것을 본질적 요소로 하는 것이고 현행 민법도 재판상 청구는 소송이 기각되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하여(민법 제170조 제1항) '재판상 청구'가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을 구하는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경우는 소를 제기하는 것 자체로 후소 제기 사실이 명백하여 법원에 대하여 어떠한 채권의 존부와 관련된 판단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권리행사설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그 해석의 한계를 초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행 민법은 법원의 판단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채무자에게 채무이행을 구하는 의사의 통지에 불과한 '최고'와 법원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재판상 청구'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채무자가 다툴 수도 없는 사실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아무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의 실질적 판단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사실상 법원을 통한 '최고'에 불과하다. 비록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최고'에 불과한 행위를 '재판상 청구'로 인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현행 민법의 입법 취지를 잠탈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시효중단을 위하여 인정된 소송형태라고 하더라도 '재판상 청구'로서의 실질이 없으므로 이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과를 인정할 수는 없다.

     


    Ⅲ.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필요 여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따르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는 심리범위가 전소 판결이 확정된 사실과 그 시효중단을 위하여 후소가 제기된 사실에 국한되고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청구이의사유)은 제외되어 심리부담이 줄어든다. 또 동일한 청구권에 대해 집행권원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중집행의 위험도 없고 소제기 시기가 제한되지 않으며 소송비용 부담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이행소송에서도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 이외에 그 확정된 권리의 요건이 구비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61557 판결 등 참조). 다만 채무자에게는 청구이의사유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향후 입증곤란의 문제를 피할 수 있어 채무자에게 무조건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채무자가 일찍이 변제 등으로 채무를 소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통하여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시효기간을 연장한다면 채무자에게는 청구이의사유를 주장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증거 보전의 부담만 무한정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중집행의 위험 또한 대상판결의 소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가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므로 그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함으로써 그러한 위험을 방지할 수도 있으므로 크게 문제된다고 보기 힘들다.

     

    소제기 시점과 관련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도 기존의 이행소송과 마찬가지로 10년의 경과가 최대한 임박시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면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소제기 시기의 제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채권자 입장에서는 굳이 소를 일찍 제기할 실익도 거의 없다.

     

    다만 대상판결이 선고된 이후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이 개정되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소가는 전소판결에서 인정된 권리가액의 10분의 1로 하고 그 권리의 가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이를 3억원으로 보게 되었으므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송비용의 부담의 측면에서는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도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다투지만 않는다면 일반 민사소송의 10분의 1의 인지액으로 지급명령(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7조 제2항)이나 조정(민사조정규칙 제3조) 등을 이용하여 소송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관련 법령의 개정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소송형태를 굳이 도입할 필요까지 있는지는 의문이다.

     


    Ⅳ. 결론

    우리 민법상 소멸시효 제도는 일정 기간의 경과로 무조건 채권이 소멸된다고 보지 않고 시효중단도 인정하여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이 서로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러므로 시효중단 사유 중 하나인 재판상 청구를 인정하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이익형량의 정신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우리나라 소멸시효 제도가 권리자의 권리 보호와 의무자의 계속되는 사실 상태에 따른 법적 안정성이라는 서로 대립되는 이익이 적절하게 균형을 갖추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임을 간과하고 채권자와 법원의 부담만을 중시하였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라고 하여 다른 채권들의 경우와 달리 채권자의 시효중단을 통한 권리 보호의 이익이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보다 훨씬 더 중시된다고 보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되면 채권자는 간이한 방법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고 사실상 소멸시효기간이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혜택을 입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기간과 동일하게 10년으로 정한 입법자의 의도와도 맞지 않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을 더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소멸시효기간을 훨씬 더 장기로 규정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한 것은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과 채권자의 시효중단의 이익의 균형을 상실시키고, 법원의 심리 편의를 도모한 것으로서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2019년 4월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발행 '법학논고'에 게재한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고 일부 보완한 것이다.

     

     

    원종배 교수 (영남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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