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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판례

    수영선수 쑨양의 도핑검사 방해 사건에 대한 스포츠중재 재판소 결정

    - 도핑검사절차에 있어서 보장된 선수의 권리범위에 관한 문제 -

    권순철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스포츠법센터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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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건의 개요

    2회의 올림픽에서 6개의 메달을 획득한 현역 최고 수영선수 중 한 사람인 쑨양은 2018년 9월 4일 밤 11시경 도핑검사를 위해 중국 자택을 방문한 스웨덴 도핑검사기관(IDTM) 소속 도핑검사요원들의 도핑검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 당시 쑨양은 도핑검사요원들이 합법적인 자격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비를 동원하여 망치로 혈액샘플병을 깨뜨리고 소변샘플 제출을 거부하였다. 이에 대해 중국수영협회는 검사요원들이 합법적인 자격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국제수영연맹(FINA) 역시 같은 이유로 도핑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쑨양에게 최소 2년에서 최대 8년까지 자격정지 징계를 내려 달라면서 쑨양과 FINA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CAS는 2019년 11월 15일 스위스 몽트뢰에서 역사상 두 번째로 공개 청문회를 개최하여 양측의 진술을 청취하고, 이듬해인 2020년 2월 28일 WADA의 주장을 받아들여 쑨양에게 8년의 선수자격정지라는 사실상 강제 은퇴 결정을 내렸다.

     


    2. 관련 규정 및 쟁점

    FINA 도핑규정 2.3항과 2.5항은 '도핑방지규정에 따른 고지 후에 납득할 만한 정당한 사유 없이 시료 제공의 회피, 또는 시료채취의 거부 또는 불응'행위와 '고의적으로 도핑검사요원을 방해'하는 행위를 제재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의 주된 쟁점은 '선수의 시료제공회피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했는지'여부이다. 


    본건처럼 절차적인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실무상 검사권한이 전문기관에 위임되어 있고 해당 기관에 소속된 요원 3명이 한 조를 이루어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규정이 다소 모호하기 때문이다. 수영선수에 대한 도핑검사 권한을 갖고 있는 FINA가 전 세계 선수들을 직접 검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소변과 혈액 시료를 채취하는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사건에서는 스톡홀름에 본부를 두고 있는 IDTM에 쑨양의 소변 및 혈액시료를 채취할 권한을 위임하였다. 본건에 있어서는 여성 도핑검사관(DCO, Dopping Control Official)과 남, 여 2명의 보조요원이 소변채취(DCA)와 혈액채취(BCA)를 담당하였다.

     

    도핑검사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WADA의 '도핑 검사 및 조사 국제표준'(ISTI) 5.3.3항에 따르면 시료채취요원(Sample Collection Personnel)은 시료채취권한을 위임받았음을 입증하는 서류를 갖고 있어야 하며 도핑검사관들(DCOs)은 시료채취기관(IDTM)에서 발급한 신분증명서나 일반 신분증명서, 여권 등 이름과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명서류를 소지해야 한다. 그리고 5.4항에 의하면 도핑검사요원은 선수에게 자신에게 시료채취권한이 있음과 검사 취지와 절차, 선수의 권리와 책임을 고지해야 한다.

     

    당시 도핑검사관(DCO)은 FINA가 IDTM에 검사를 위임한다는 일반적인 기관 위임서와 IDTM에서 발급한 신분증명서를 제시하였고 다른 2명의 보조요원들은 정부가 발행한 신분증과 간호사 증명서를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쑨양은 ISTI 규정상 모든 검사요원들은 각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개별 위임서를 FINA로부터 받아 소지하고 있어야 하고 IDTM 신분증도 모두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검사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존재했다고 주장하였다.


    3. FINA 도핑 패널 결정 요지 (2019.1.3.)

    첫째, 도핑검사요원들의 권한을 입증하는 적절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하여 도핑 패널은 ISTI 5.3.3 항에서 말하는 '도핑검사요원'은 도핑검사에 관여하는 직원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로 해석하는 것이 ISTI 규정 전반의 취지에 부합하며, 동 조항이 '그들의(their) 권한을 입증할 공식 문서(documentation)'라고 복수형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각각의 직원들 모두 시료채취기관인 IDTM에 의해 권한이 부여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즉, 도핑검사요원들이 시료를 채취하는 권한이 있음을 입증하는 문서로는 FINA가 IDTM에 권한을 위임한다는 문서와 IDTM이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한다는 문서 등 두 종류의 문서를 모두 갖고 있었어야 한다. 따라서 본건에서는 도핑검사관 이외에 다른 2명의 도핑검사요원이 IDTM에 의해 발급된 증명서가 없었으므로 도핑검사절차가 ISTI 규정을 위반하였다.

     

    둘째, ISTI 5.4항의 도핑검사요원의 선수에 대한 고지 규정과 관련하여 도핑패널은 도핑검사요원은 선수에게 IDTM에 부여된 시료채취권한이 있음을 고지해야 하는 바, 위와 같은 논리로 IDTM에 보내진 FINA의 기관 위임서류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모든 도핑검사요원들이 IDTM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았음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러한 고지절차는 선수에게 자격정지와 같은 매우 엄격한 책임을 부과시키는 영역으로 들어가는 출입문과 같으므로 결코 사소한 절차가 아님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본건에 있어서 도핑검사절차는 결코 적법하게 개시되고 완결되지 않았고 시료채취는 적법한 권한을 가진 자들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해 거부하는 것은 도핑검사방해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4. CAS 결정 요지 (CAS 2019/A/6148 WADA v. Sun Yang & FINA)
    가. 검사요원이 ISTI 규정에 따른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

    CAS는 기관에 도핑검사권한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FINA 명의 일반적인 기관 위임서와 도핑검사관(DCO)의 IDTM 신분증이면 도핑검사절차의 합법성을 부여하기에 충분하다고 ISTI 규정을 해석하였다. 쑨양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총 180회의 도핑검사를 받는 중에 IDTM이 60회의 검사를 수행하였는데 이번과 동일한 절차에 따라 검사가 이루어졌다는 점과 쑨양이 본건 검사서 말미의 "모든 절차를 이해하였으며 동의한다"는 내용의 문구에 서명한 점이 주된 근거로 제시되었다. 도핑검사지침서(가이드라인)에는 선수의 혈액과 소변을 채취함에 앞서서 검사요원의 이름이 기재된 권한 위임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에 불과하다면서 규범력을 부정하였다.

     

    나. 선수가 도핑검사 절차에 불응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
    당시 검사요원중 한 사람이 쑨양의 팬이라면서 카메라로 쑨양을 촬영하는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등의 검사요원의 행태가 쑨양으로 하여금 검사절차에 불응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CAS는 "신체적, 위생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선수는 이의제기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혈액과 소변 시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존의 결정례(CAS 2005/A/925 등)를 근거로 쑨양에게는 검사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자격정기 기간과 관련하여 쑨양은 도핑 검사 절차에 하자가 존재한다는 점, 검사 당시 검사요원에게 증명서를 보완해 오면 검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을 이유로 자격정지 기간을 감경해 줄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쑨양이 2014년 도핑검사에 적발되어 3개월의 자격정지를 받은 전력으로 인해 재범 가중되어 총 8년의 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 다만, 본건 발생 이후 출전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에서 획득한 메달은 박탈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5. 결정의 의미

    이 사건은 대부분의 도핑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금지약물의 투약 경위'가 아니라 '도핑검사절차'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지금까지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쟁점, 즉, 도핑검사 절차에 있어서 선수가 어떤 절차적인 권리를 갖는지,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피검사자에 대해 어떤 보호장치가 있는지가 다루어진 상당한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CAS는 관련 규정의 해석에 대한 치밀한 논증 과정을 생략하고, 일부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관행이나 쑨양의 태도를 이유로 선수가 시료샘플을 훼손하거나 채취를 거부한 것은 선수의 권리범위를 넘어선다고만 결정하는 것은 FINA 도핑패널 결정보다 이론적으로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청문회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처럼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도핑검사요원들의 검사절차가 결코 체계적이거나 엄정하지 않다. 피검사자로서의 지위에 불과한 선수는 검사절차에 있어서는 수사과정의 피의자와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선수에게는 은퇴나 다름없는 기본 4년의 자격정지 처분이다. FINA 도핑패널이 결정문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선수에게 엄격한 책임을 부담시키는 만큼 도핑검사기관 역시 ISTI에서 규정하는 절차적 요구조건을 엄격하게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 중대한 징계처분이 내려지는 도핑검사절차에 있어서 선수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스포츠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쑨양은 CAS 결정에 불복하여 스위스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스위스법원은 CAS의 결정 절차의 중대한 하자나 징계의 적정성에 한정하여 판단하게 되므로 본건의 쟁점이 정면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유사사건에서 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규정 보완을 기대해 본다.

     

     

    권순철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스포츠법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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