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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공정거래위원회 ‘제약업종 표준대리점거래계약서’에 대한 소고(小考)

    임혜연 변호사 (법무법인 충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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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2월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에 따라 제약업종 표준대리점거래계약서(이하 “표준계약서”)를 제정 및 발표했다.

    표준계약서는 대리점법 준수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일부 조항들은 약자의 보호라는 원칙에 치중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경제활동의 자유 및 계약자유의 원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 물론 공정위의 표준계약서가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정위의 대리점법 집행 시 위법성 판단의 참조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제약사들은 이를 최대한 준수할 수밖에 없다.

    덧붙여, 의약품은 그 재화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약사법상 엄격한 규제가 따르는 바, 표준계약서의 일부 조항은 공급업자의 대리점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관리, 감독을 상당히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표준계약서에서 유연한 해석과 적용이 요구된다고 판단되는 대표적인 조항들을 살펴보려 한다.


    계약기간 4년 보장 및 해지사유 제한

    표준계약서는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하고, 최초 대리점계약 후 1회에 한하여 대리점이 갱신을 요청할 경우 공급업자가 대리점의 계약 갱신 요청을 수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계약기간 중 임의해지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계약·종료 후에라도 대리점이 병원 등에서 해당 상품의 수요가 계속되고 있음을 소명했을 때에는 공급업자가 계약 종료 후 1년 이하의 기간을 정해 해당 상품을 계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상기 조항들에 의하면 사실상 5년에 상당하는 계약기간이 인정되는 바, 이는 대리점의 초기 투자이익 확보 및 안정적인 거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계약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면이 있다. 이러한 계약기간 보장에 대해서는 대리점법과 동법 시행령 및 「대리점거래에서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이하 “대리점고시”)」 에서도 직접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특히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대리점의 위법한 리베이트 제공 행위 등 약사법이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하여 함께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의약품 공급업자는 단순히 ‘꼬리 자르기’로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고, 대리점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였음을 적극 소명해야만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리점의 컴플라이언스 수준을 정기적으로, 적어도 매년 점검하고, 거래를 계속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당초 계약기간 자체를 단기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규 대리점과 거래를 하는 경우 장기간 신뢰가 쌓이지 않아 이런 필요성이 더 커진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을 준수해야 하는 대다수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우 대리점의 컴플라이언스 보장을 위하여 계약기간을 단기로 정하고자 한다.

    컴플라이언스를 중시하는 제약회사들일수록 표준계약서에는 배치되더라도 더 큰 법적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리점과의 계약갱신 여부를 점검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 상황에서 대리점과의 거래를 중단할 수 있는 길을 명확히 열어 두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리점에 대한 정보제공 요청 제한

    표준계약서에 의하면 공급업자는 대리점에게 상호 간 거래에 필요한, 사전 합의된 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거래처 현황 등 영업비밀 제공을 요청해서는 안된다. 또한, 제공된 정보의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 및 열람 등은 공급업자와 대리점 상호 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위 규정은 공급업자의 대리점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관리, 감독을 상당히 제한할 수 있다. 실효적인 컴플라이언스 관리·감독을 위해서는 대리점에 대한 정기적인 감사 및 위법활동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위 규정에 의하면 대리점의 동의가 있어야만 관련 정보 요청 등 감사 진행이 가능한 바, 대리점에서 자신의 위법 사항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의 제공이나 사실 확인에 흔쾌히 동의해 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컴플라이언스를 중시하는 공급업자들은 표준계약서 조건에 반하더라도 대리점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을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하려고 할 것이다. 반면 공급업자들이 대리점을 통해 리베이트 제공 등 위법행위를 하려고 하면 표준계약서에 따른 대리점에 대한 감사 제한이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리점의 반품 요청 권리

    표준계약서는 공급업자의 귀책사유가 없고, 인도 시점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던 제품의 경우에도 사용기한이 12개월 이상 남아 있고 재판매가 가능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대리점이 반품을 요청할 수 있으며, 공급업자는 이에 응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상법상으로는 매매계약이 체결돼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물품을 인도하면,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등 매도인의 귀책사유가 있거나 매도인이 장래 반품 수락을 별도로 약정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매도인이 매수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제에 따른 반품 요청을 받아 줄 법적 의무는 없다. 대리점법 시행령에서도 “공급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상품이 파손되거나 훼손된 경우 반품을 거부하는 행위”를 불이익 제공행위의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리점고시에서는 “합리적 이유 없이 반품이 가능한 대상 상품을 한정하거나 공급한 제품의 일정비율 이내에서만 반품을 허용하는 등 부당하게 반품을 제한하는 행위”를 불이익 제공행위의 유형으로 규정하여, 공급업자가 대리점의 반품 요청을 받아 주는 것이 원칙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반품을 거절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표준계약서의 반품 관련 규정은 “사용기한이 12개월 이상 남아 있고 재판매가 가능한 의약품의 경우” 공급업자가 무조건 반품을 받아 주도록 명시하고 있어, 그러한 해석을 다시금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품 규정은 공급업자의 계약의 자유를 부당히 과도하게 제한하고 대리점법 및 동법 시행령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약품은 국민의 건강 및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으로 운송 시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혹시 반품 과정에서 제품이 변질되거나 훼손되더라도 포장의 개봉 자체가 약사법상 금지되므로 반품 수령 시 그 사실을 인지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혹시라도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어 그 위험부담이 엄청나다. 공급업자로서는 반품 받은 의약품에 대한 품질검사를 다시 실시해야만 재판매가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이러한 품질검사 재실시가 어려울 수 있다.

    표준계약서는 제약업종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공급업자와 대리점 간 동반 성장을 이루기 위한 공정위의 고민과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제약업종은 특수성이 인정되고, 의약품의 종류, 대리점의 역할, 대리점 마진 등에 따라 다양한 거래조건들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바, 표준계약서가 제약업종의 모든 대리점거래에서 절대적인 모범 답안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공정위는 표준계약서의 사용을 적극 권장할 계획임을 밝혔으나, 대리점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개별 거래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위에서 살펴본 조항들의 변경 적용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그 타당성을 고려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공정위의 조사 및 심사 결과에 대응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요하는 고단한 작업일 수밖에 없는 바, 표준계약서 조건에 반하는 대리점계약은 일단 대리점법 위반이라는 접근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공정위에서 표준계약서의 적용 실태를 계속적으로 파악하고 업계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표준계약서가 공급업자와 대리점이 모두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이고 공평한 기준으로 개선되어 나가길 희망한다.


    임혜연 변호사 (법무법인 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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