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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판례

    미국 연방대법원이 정치적 게리맨더링 사건을 심사할 수 있는지 여부

    임기영 책임연구원(헌법재판연구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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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주로 문제되었던 선거구 획정 사건들은 크게 정치적 게리맨더링, 인종적 게리맨더링, 선거구간 인구편차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정치적 게리맨더링은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으로 당파적(partisan) 게리맨더링이라고도 한다. 이와 달리 인종분포를 선거구 획정에 이용하여 소수인종에게 불리하게 또는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인종적 게리맨더링이라고 한다. 선거구간 인구편차는 선거구간 인구수가 동등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문제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62년 Baker v. Carr 판결 이후 선거구간 인구편차 문제에 관해서 사법심사적합성(justiciability)을 확립하여 인정해왔고, 인종적 게리맨더링에 대해서도 이를 큰 이견 없이 인정해왔다. 반면 정치적 게리맨더링에 대해서는 1973년 Gaffney v. Cummings 판결과 1986년 Davis v. Bandemer 판결 이후 사법심사적합성을 인정해오면서도 의견대립이 심하였고 그 심사기준에 대해서도 대법관마다 의견이 제각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45년여 동안 정치적 게리맨더링을 위헌으로 판결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결국 2019년 6월 27일 연방대법원은 Rucho v. Common Cause 사건에서 정치적 게리맨더링 사건은 연방법원이 심사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정치문제(political question)로서 연방법원의 관할 밖에 있다며 사법심사를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많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하에서는 Rucho 판결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사건개요

    이 사건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와 매릴랜드 주에서 올라온 사건이 병합된 것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가 민주당에 불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하였고 매릴랜드 주에서는 민주당이 장악한 주의회가 공화당에 불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한 것이 문제가 된 사건이었다. 각 연방지방법원은 문제가 된 선거구구역표를 위헌으로 판결하였고 이에 이 사건은 연방대법원에 상고되었다.

     

    연방대법원은 Baker v. Carr(1962) 판결에서 사법심사에 적합하지 않은 정치문제들을 몇 가지 제시한 바 있는데, 그 중 하나로 '문제해결을 위해 사법적으로 발견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문제'를 들었다. 이번 사건에서 법정의견은 정치적 게리맨더링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미국헌법이 주의회에 선거구 획정 문제를 다룰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적절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연방법원이 이러한 정치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보아 재판권이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에 반대의견은 법정의견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3. 법정의견

    법정의견은 연방대법원이 그동안 정치적 게리맨더링을 이유로 선거구구역표를 위헌선언한 적이 없었고 사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발견하지 못한 채 이러한 사건들을 재판하느라 분투해왔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연방법원이 과도한 당파성을 이유로 선거구구역표를 파기하는 것이 재판권의 범위 내에 있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보았다.

     

    법정의견은 1인1표의 원칙이나 인종적 게리맨더링과 달리 정치적 게리맨더링은 재판하기에 훨씬 더 어려운 문제라고 평가하였다. 인종차별이나 1인1표의 원칙 위반은 위법으로 제거의 대상임에 반해 선거구 획정과 의석배분 문제는 정치와는 불가분의 관계로 어느 정도의 당파성은 허용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당파성이 과도한 것인가인데 이를 결정할 기준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

     

    법정의견은 당파적 게리맨더링에 대한 소송이 정치적 지지의 정도에 따라 정치적 힘(의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이는 비례대표제에 대한 갈망에서 나온 것으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 미국에서는 헌법이 요구하는 바가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연방대법원에게 정치적 권력을 배분할 권한이 있다는 근거도 없다고 하였다.

     

    법정의견은 심사기준을 정립하는데 있어 첫 번째 어려움으로 무엇이 공정한 것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예를 들어 공정성이란 한 정당이 확실히 우세한 것으로 정해지지 않은 경쟁적인 선거구를 더 늘리는 것을 뜻할 수도 있고 각 정당에게 의석이 보장된 적절한 수의 안전한 선거구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으며 전통적인 선거구 획정기준(연속성·조밀성·행정구역이나 이익공동체의 보존 등)을 고수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법정의견은 각 가설들이 갖는 문제점들을 지적하였다. 만일 경쟁적인 선거구가 공정성의 기준이라면 선거구가 경쟁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결정해야 하고, 각 정당의 의석수에 초점을 둔다면 이상적인 의석수와 이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편차가 과도한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며, 전통적인 선거구 획정기준에 초점을 둔다면 이 기준들의 중요도에 순위를 매겨 각각의 기준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편차까지 허용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법정의견은 이처럼 많은 관점들 중에 공정성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일 자체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이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만일 연방대법원이 공정성의 기준을 정할 수 있다 해도 그 위반이 발생하였는지를 결정할 적용가능한 기준이 없고 사건마다 그 결과가 매우 다를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피상고인들은 1인1표의 원칙 위반 여부가 사법심사 가능한 것이라면 정치적 게리맨더링도 심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정의견은 1인1표의 원칙의 경우 단순한 수학으로도 집행이 가능하지만 정치적 게리맨더링 소송은 선거구구역표가 정당에게 공정한지를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였다. 또한 인종적 게리맨더링 소송은 인종차별의 제거가 요구되는 것인 반면, 정치적 게리맨더링 소송에서 당파성의 제거는 요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법정의견은 이 사건의 선거구 획정이 선거운동에 어려움을 주는 등 미국헌법 수정 제1조(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 등)상의 활동에 지장을 주었으므로 수정 제1조의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비판하며 수정 제1조에 의한 심사는 당파적 행위가 언제 과도한 것이 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반박하였다. 

     

    법정의견은 극도로 당파적인 게리맨더링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해결이 연방법원의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연방법원이 나서지 않더라도 주와 의회가 여러 방법으로 정치적 게리맨더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이유들을 바탕으로 법정의견은 매릴랜드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연방지방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재판권 없음을 이유로 각하하라며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4. 반대의견

    Rucho 사건의 반대의견은 법정의견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였다. 이 사건의 정치적 게리맨더링은 국민의 헌법상 권리 중 가장 근본적인 권리인 정치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 자신의 대표를 선택할 권리 등을 박탈함으로써 '모든 정부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핵심적인 미국의 신념을 깨뜨렸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전국의 법원들이 적용가능한 사법적 기준을 도출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대법원이 최악의 민주주의 파괴적 사건에조차 사법심사를 포기하는 비극을 낳았다고 지적하였다.

     

    반대의견은 우선 정치적 게리맨더링이 가져오는 민주주의 체제의 손상과 유권자 개인의 헌법상 권리에 대한 침해를 살펴보았다. 반대의견은 정치적 게리맨더링으로 인해 유권자가 자신의 대표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자신의 유권자들을 고르게 되고 권력은 국민이 아닌 정부가 가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또한 오늘날의 게리맨더링은 기술의 발달 덕분에 훨씬 더 정교하고 정확해졌으며 과거보다 더 효과적이고 지속적이라며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또한 유권자 개인의 평등권·표현의 자유·결사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언급하였다. 반대의견은 이처럼 민주주의 제도와 개인의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의견이 이러한 헌법적 피해들에 대해 구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비판하였다. 

     

    반대의견은 지난 수년간 연방법원들이 적절한 심사기준을 찾아내왔음을 강조하였다. 연방지방법원들이 증거로 사용한 중간값 구역표는 데이터와 통계에 근거한 것으로 합리적이라고 평가하였고 정치적 게리맨더링이 개입하지 않았을 경우의 선거구구역표를 실제의 선거구구역표와 비교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중립성을 유지하였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어느 정도의 당파성이 과도한 것인지 정확한 수치의 정답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사건 선거구구역표가 극도로 당파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법정의견이 이 사건을 비례대표제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가정한 것에 대해 잘못된 해석이라고 지적하며, 원고는 당파적 이유로 선거구를 과도하게 조작하는 것에 반대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였다.

     

    마지막으로 법정의견이 제시한 연방의회를 통한 해결책에 대하여는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고, 주법원을 통한 해결 역시 주법원이 할 수 있다면 연방법원이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였다.


    반대의견은 이 사건과 같은 정치적 게리맨더링에 대해 반민주주의적이라고 평하며 연방대법원의 역할을 강조하였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하였다.

     

     

    임기영 책임연구원 (헌법재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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