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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판례

    살인자의 잊힐 권리

    -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2019년 11월 6일 판결 -

    김봉철 연구위원(사법정책연구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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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힐 권리(Recht auf Vergessen)'란 인터넷에서 생성·저장·유통되는 개인의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강화하고 이에 대해 유통기한을 정하거나 이를 삭제, 수정, 영구적인 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 개념을 의미한다. 최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살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A가 언론사에 대해 자신의 이름을 온라인 기사에서 삭제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2019년 11월 6일자 해당 판결(1 BvR 16/13)에서 연방헌법재판소는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와 A의 일반적 인격권을 오늘날의 인터넷 상황과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경과한 시간 등을 고려하여 비교 형량하였다. 이하에서는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와 판결의 요지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관계]

    A는 1981년 대서양을 횡단하는 요트에서 두 명을 총으로 살해하고 한 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1982년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한 뒤 2002년에 출소하였다. 시사지인 슈피겔(DER SPIEGEL)은 1982년과 1983년에 해당 사건에 대해 A의 실명을 거론하며 상세하게 보도하였으며, 원문 기사는 1999년부터 슈피겔의 온라인 기록 보관소에서 누구나 무료로 접근 가능하다. 여느 인터넷 검색 포털에 A의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기사가 가장 먼저 검색된다. A는 2009년 처음으로 그러한 온라인 간행물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슈피겔로 하여금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며 보도하는 것을 중단하여 달라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연방법원은 이를 기각하였다. 연방법원은 A의 일반적 인격권에 대한 보호이익에 비해 언론사가 추구하는 공공의 정보이익 및 표현의 자유가 더 중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연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A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자신의 일반적 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자신은 해당 사건을 공론화한 적이 없으며 현재 자신의 삶을 그 사건과 무관하게 영위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제3자가 자신의 이름을 검색엔진에 입력할 경우 과거의 언론보도가 검색되어 스스로의 인격권을 발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주장이다. A는 과거의 살해사건이 시사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오늘날까지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여 보도함에 지속적인 공공의 이익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판결이유]

    A가 자신과 언론사 간의 민사소송 결정을 다투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은 사인(私人)들 간의 기본권 보장이다. 이러한 경우 기본권은 간접적으로 제3자적 효력을 통해 적용된다. 이에 따르면 기본권은 사인에게 직접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지만 사인들 간의 법적 관계에서 방사효(放射效)를 미치며 일반법원이 법률을 해석하는 때에 적용되어야 한다. 기본권은 헌법적 가치판단으로서 효력을 발하며 '지침'으로서 민법에 방사된다. 이때 기본권은 자유를 가장 덜 제약하는 제한이 아니라 원칙 결정으로서 동등한 자유 간에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방의 자유는 타방의 자유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기본권의 간접적 효력의 범위는 개별 사안의 정황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A의 경우는 판례상 표현의 자유라는 틀 안에서 발전되어 온 연방기본법 제1조 제1항과 연계한 연방기본법 제2조 제1항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이 문제된다. 이때 보호되는 내용은 역시 일반적 인격권의 또 다른 형태로서 표출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구분된다. 후자는 본 사안에 적용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일반적 인격권은 인격 발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 관련 정보의 보도 및 유포로부터의 보호를 제공한다. 보호의 내용은 폐쇄적으로 한정되거나 구분되는 보장이 아니며 구체적인 필요에 따라 제3자의 기본권과의 조정을 통해 형성된다. 그러므로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는 유연하며 개인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접점을 통해 상대화된다. 인격권으로부터 자신을 표출하는 포괄적인 처분권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며 개인이 자신의 개성을 스스로 결정하고 발전시키며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 요건의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적 인격권의 또 다른 표출로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위의 권리와 구별된다. 이 권리는 개인 정보를 제한 없이 수집·저장·사용하고 유포하는 것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한다. 즉, 이 기본권은 자신의 정보의 유출과 유포를 원칙적으로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판례에서 우선적으로 국가와 행정청의 정보 수집 및 처리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권의 보호를 사인 간의 관계에 확장시켜 제3자적 효력을 통해 민사소송에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인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기술적인 정보처리 가능성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조작 가능성, 재생산 가능성 및 시간과 장소의 실질적인 제약이 없는 유포 가능성을 비롯하여 이해할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한 불투명한 처리과정에서 알 수 없는 정보의 재결합 가능성으로 인해 개개인은 광범위하게 의존하게 되고 피할 수 없는 계약의 조건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전개는 인격 발현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을 조성할 수 있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그러한 위협을 저지하는 권리이다. 

     

    사인 간의 관계에서 헌법적 가치판단으로서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우선적으로 대치되는 다른 기본권과의 조정을 통해 형성된다. 대치되는 자유권은 직접 정보를 다루고 처리하며 자신의 때로는 변화하는 목적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권리이다. 그러한 요구와 이로부터 도출되는 정당화의 부담은 형식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며 때로는 여러 극단이 존재하는 사인 간의 관계 속에서 그 보호의 필요성에 따라 형량을 통해 산출되어야 한다. 개인의 자기발현에 관한 권리와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자신의 정보를 사용하는 것에 관한 일반적이거나 총체적인 결정권한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개인에게 어떤 맥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정보가 다른 이들에게 접근이 가능해지며 사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한다. 즉, 자신에게 적용되는 인식을 직접 실체적으로 함께 결정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정보와 관련된 모든 행위에 대한 전체적인 보호급부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와 형량의 규정에 따라 결정된다.

     

    정보처리 가능성의 새로운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보장하는 목적을 갖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특히 사인에 의한 불투명한 정보의 처리와 사용으로부터 보호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구분되는 것은 의사소통 과정의 결과로서 개인과 관련된 보도 및 정보의 처리로부터의 보호이다. 이때 개인의 인격발현에 대한 위협은 제3자에 의한 불투명한 정보처리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간행물의 형식과 내용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위협에 대한 보호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무관하게 일반적 인격권의 의사표현에 관한 권리가 제공한다. 이처럼 본안에서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아닌 일반적 인격권의 표현권에 관한 보호내용이 심사척도가 된다.


    피고의 측면에서는 의사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연방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 및 제2문)가 관계되는 기본권으로서 형량되어야 한다. 이때 인터넷상의 의사소통 요건이 고려되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의 보호 사이의 형량에는 시간적 정황이 항상 중요시되어 왔다. 판례는 범죄행위에 대한 현재의 보도에는 정보의 이익에 대해 일반적으로 우선권을 부여해 왔으며 확정력 있는 판결을 받은 범죄자의 신원에 관한 보도도 허용해 왔다. 그러면서도 범죄행위로부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원에 관한 보도를 할 정당한 이익은 점차 줄어든다고 하였다. 오늘날의 정보기술적 요건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유포는 새로운 법적 차원에 대한 고려를 제공한다. 이전의 인쇄물이나 방송물에 비해 오늘날 웹상에 게재된 정보는 오랜 기간 동안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접근이 가능해졌다. 정보는 언제든 미지의 제3자에 의해 취득되고 웹상에서 논의될 수 있으며 문맥을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특히 검색엔진에서의 이름 검색을 통해 다른 정보와 함께 인격의 프로필로 결합되고 유포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일반적 인격권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한다. 과거의 착오와 잘못에서 벗어나 개인의 확신과 행동을 전개하는 기회를 갖는 것 또한 일반적 인격권이 보장하는 자유에 포함된다. 따라서 법규는 이러한 자유가 시간적으로 가능하도록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잊힐 권리).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가 적절히 보호되어야 한다. 익명으로만 보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공공의 정보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자 언론이 스스로 보도의 대상과 시기·기간 및 형태에 대해 결정하는 것에 대한 큰 제한이기 때문이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법원이 계쟁 판결에서 대치되는 기본권들 간의 형량을 하고는 있지만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화된 정황을 충분히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못하였고 차등적인 보호 가능성에 관한 문제 역시 해명되지 않았다고 보고 해당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김봉철 연구위원(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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