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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스페인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의 회사법적 시사점

    강정혜 교수(서울시립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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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서론

    19세기 초기 유럽에서 시작된 협동조합(co-operation) 운동은 세계 1차 대전 후 1950년대까지 각국에서 다양한 협동조합 형태로 시도되었다. 이스라엘의 키부츠(kibbutz)라는 커뮤너티 협동체는 성공적으로 안착되었고 유럽·미국·캐나다·멕시코 등에서 협동조합이 만들어졌으며 소련을 위시한 공산국가에서는 '계약'에 기반하지 않은 '국가 명령'에 의한 협동조합체들이 만들어졌다. 이후 특히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체제로 협동조합이 인식되었고 그러한 바탕 하에 국가 주도로 협동조합 설립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주도의 활동은 뿌리로부터 시작된 활동이 아니고 위로부터 타율적으로 시행되었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하였고 국내 사기업체와의 강한 경쟁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간의 경쟁에도 노출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주로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협동조합 활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스페인 몬드라곤 지역에서 1956년 설립된 한 개의 협동조합을 모체로 하여 설립된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는 스페인 국내 기준으로도 10위에 드는 기업이며 전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 활동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오늘날 모드라곤 기업 복합체의 현황을 보면 266개의 회사·협동조합들과 15개의 기술센터(technology centers)를 포함하고 있으며 총 8만 818명을 고용하고 있다.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가 표방하고 있는 기업 가치는 협동·참여·사회적 책임·혁신이다. 이하에서 이러한 기업 가치와 운영원리를 살펴봄으로서 비교법적인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스페인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의 회사법적 시사점, 서울법학 제27권 제4호(2020. 2.), 457면 이하를 참조하길 바란다.

     


    Ⅱ. 스페인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의 특징
    1. 연혁

    몬드라곤 기업 집단의 모체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서 돈 호세 마리아신부가 1956년 설립한 울고(ULGOR)이다. 당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소매점이나 신용조합 같은 소비자 협동조합 형태였는데 울고는 사기업 형태를 취하면서 각각의 회사 구성원인 근로자가 자신이 투자한 자금과 무관하게 1인당 1표라는 근로자 소유권 개념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회사의 주인이자 운영주체가 근로자인 점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이들은 그동안의 협동조합의 약점인 고립성과 주류 경제 생태계의 주변부에 있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후 새로이 만들어지는 기업들이 서로 연대(連帶)하여 결속되도록 내부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위원회나 상호 약정(계약) 등을 이용하였다. 1977년에서 1985년 사이 겪은 유럽의 심각한 경제위기로 인하여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는 이 시기에 4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었다. 또한 스페인의 유럽경제공동체 가입으로 전 세계적인 경쟁에 노출되었지만 적극 대처하여 국제적인 유통망과 상품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2. 의사결정 구조 및 운영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의 법적 성격은 단순한 협동조합 복합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한 자본주의 체제하의 사기업도 아니다. 1986년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는 격화된 경쟁에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들을 스스로 새로이 규정하는 바 협동조합(a cooperative)이라고 규정하지 아니하고 몬드라곤 협동조합 회사(MCC, The Mondragon Cooperative Corporation)라고 규정하기에 이른다. MCC 산하의 '개별'협동조합들은 아래에서 보는 의무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결속되어 있어 MCC의 운영원리라고 볼 수 있는데 계약에 기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요 의무는 다음과 같다.

     

    ○ 조합원 재배치 수용: 해고 없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MCC에 가입한 후에는 재배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으며 재배치시 조합원 한 명당 MCC에서 일정한 금액을 지원한다.


    ○ 손익 재배분에 참여: 법인세 납입 전 이익 기준으로 일정한 비율의 손익재배분이 있으며 신산업에 대한 투자기금(10%), 교육기금(2%), 손실보전을 위한 연대기금(2%)에 출연하여야 한다.

     

    ○ 분배연대 원칙: 법인세 납부 후 기준으로 10%를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45%를 내부유보하며 45%를 노동배당하되 의무적으로 출자금으로 전환한다. 출자금에 대한 이자는 7.5%이하이며 일부만 현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오늘날 MCC의 기관 구성은 회원 협동조합들의 총회로서 MCC를 대표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총회(Co-operative Congress)·이사회(standing committee)·회장·집행위원회(generral council)로 이루어져 있다.


    Ⅲ. 회사법적 시사점
    1. 협동조합과 회사

    협동조합 기본법 제4·14조는 협동조합 등의 법인격을 법인으로 보고 일정한 경우 상인에 준하여 판단하고 있고, 사회적기업 육성법 시행령 제8조 5호는 사회적 기업의 조직형태 중 하나로 협동조합 기본법상의 각종의 협동조합을 들고 있다. 또한 상법은 2011년 합자조합의 개념도 신설한 바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입법 추세는 조합과 회사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최적의 기업 형태를 모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의 법적 성격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2. 의사 결정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의 경영기관은 기업 집단 내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경험한 사람인 조합원들로 충원된다. 이들은 대체로 조합평의회 대의원·이사·경영위원회 대의원 순으로 자연스럽게 경영수업을 받으며 리더로 성장한다. 의사 결정에서의 근로자의 참여는 근로자들이 의사 결정 과정이 공정하고 합당하다고 여겨지게 만들고 근로자들에 대한 감독비용을 감소시킨다. 평등적인 문화와 위계적인 통합경영이라는 서로 모순되는 기업의 목적이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에서 성공적으로 실현하였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한 요소이다.

     

    3. 이해 충돌
    주식회사의 경우 외부의 투자자들인 주주들은 투자금에 대하여 배당과 주가 상승을 통한 수익실현을 기대한다. 그리고 내부의 근로자들은 이러한 주주들과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이익충돌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의 경우 외부의 투자자와 근로자라는 지위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그러므로 주식회사와 달리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적다고 할 수 있다.

     

    4. 지역성
    오늘날의 기업들은 생존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그리하여 효율과 수익을 위하여 자본은 수시로 국제간으로 쉽게 이동하나 사람의 이동은 어렵고 다국적 기업의 모회사는 지역과 유리된 채 독자적으로 생산설비 재배치를 결정하여 고용과 지역사회 침체와 같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역에 기초한 몬드라곤 기업 집단과 같은 협동조합은 특히 고용안정을 통하여 지역 커뮤니티를 굳건하게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5. 이사의 보수
    이사의 보수의 적정성과 관련하여 주식회사의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의의 결의로 정하고(상법 제388조), 상장회사의 경우 일정한 제한 규정이 존재하나 직접적인 이사의 보수의 적정성과 관련된 규율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의 경우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급여지수 범위(salary scale)의 존재이다. 이는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 내 산하 협동조합이나 기업에 적용되는 원칙으로서 가장 낮은 급여와 가장 높은 급여와의 비율을 말하는데 초기에는 1:3의 비율이 15년간 유지되다가 고급인재의 유출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여 이후 1:4.5로 변경되었고 오늘날은 소속 협동조합에 따라서 최대 1:12까지 격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급여의 사회적 균형 추구와 윤리적 리더쉽의 측면에서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가 채택하고 있는 급여지수의 범위를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다.



    Ⅳ. 결론

    앞서 살펴 본 몬드라곤 기업 복합체는 기본적으로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이 협동조합·기업들을 묶는 연대방식은 조합원 재배치 수용등과 같은 법적 의무사항에 의해 결속되어 있는 계약에 기반한 구조이다. 조합과 회사와의 전통적인 법적 구분이 흐릿해지면서 앞서 본 몬드라곤 협동조합 기업 복합체의 협동조합적 요소와 기업 운영 원리는 우리나라 회사법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강정혜 교수(서울시립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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