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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인공지능을 창작주체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계승균 교수(부산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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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제의 소재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충격을 줌과 동시에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간의 일자리를 뺏고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지적인 창작영역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이 저작권법 영역에서 말하는 창작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시론적(試論的) 의미를 가지는 발제를 하고자 한다. 


    그동안 기계를 보조수단으로 이용하여 창작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인간이 창작의 주체가 되고 단지 컴퓨터 등을 창작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계나 컴퓨터 등의 도움을 다소 받았다고 하더라도 인간을 창작의 주체로 인정하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인공지능이 창작의 주체가 되는지가 문제되는 것은 인간행위가 개입됨이 없이 또는 인간의 창작행위로 볼 수 없는 몇 가지 조작 예를 들어 조건설정 또는 데이터 입력 등을 하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을 통하여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행위가 없거나 창작기여행위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인공지능을 창작의 주체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생물체라고 할 수 있는 동물이나 식물도 권리주체로서 인정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기계 또는 어떤 시스템에 권리주체 내지 규범적 주체를 법감정상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 저작권제도의 의미

    우리는 여기서 저작권제도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제도는 인간창작행위에 대해서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저작자에게 창작의 동기를 유인한다. 즉 창작을 자극하고 창작활동에 따른 경제적 수익을 보장하는 권리를 부여하고 이를 재산권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필자도 개인적으로는 저작권법을 '창작자의 근로기준법'이라는 표현을 좋아하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강조한다면 인공지능의 창작은 법규범 바깥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제도를 문화 산업정책에 따라 보호되는 제도인가 하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공지능의 창작물에 대해서 권리를 인정하거나 보호하여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 그다지 큰 거부감은 생기지 않는다. 문화산업 내지 창작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정책설에 따른다면 인공지능창작물에 대한 보호의 근거를 마련하기는 쉽다고 판단된다. 다만 이용관계가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 따라서 저작권은 자연권에 바탕을 둔 정신적 창작물에 대한 보호를 위한 제도라는 전통적 견해에 의하면 인공지능 창작물에 관해서는 거부감이 들거나 또는 개념의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3. 법규범해석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에서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규정함으로서 성립요건에 인간이라는 용어, 정확하게는 자연인이라는 의미를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창작한 것은 저작물에 개념에 포섭될 수 없다. 즉 보호자격이 없는 것이다. 또한 저작권법에서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가 창작자주의인데 말 그대로 창작행위를 구체적으로 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한다는 원칙으로서 자연인을 전제로 한다. 저작권의 본질적인 핵심은 인간의 정신적 창작을 보호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발명특허·발명자 개념에도 그대로 차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창작한 것을 보호영역으로 포섭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개념을 수정하든지 또는 새로운 개념 예를 '인공지능창작물·기계창작물'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어떤지 생각해볼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인공지능이 창작한 것을 비교적 거부감이 덜한 '준저작물'이라는 개념을 제안해 보았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내지 경제적 의미에서 인간을 본인으로 보고 인공지능을 대리인으로 설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본인과는 별도로 대리인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서 본인이 대리인의 행동을 본인이 통제 내지 제어할 수 없게 된 상황을 경제학에서는 '본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본인-대리인관계는 규범적 의미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법학에서는 대리인도 의사능력이 있는 것과 수권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논의하는 창작행위라고 하는 사실행위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회적 관점에서 본인-대리인문제로 보자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4. 인공지능창작물의 규범에의 수용가능성

    인공지능이 창작한 준저작물을 몇 가지 관점에서 저작권규범체계내로 수용가능성에 대해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사회현상 내지 법현상의 관점에서 1)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무임승차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이 창작한 성과물 또는 창작물의 가치가 인간에 의한 창작의 가치와 비교하여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문화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목적을 고려해 볼 때 그와 같이 보호범위의 사각지대에 두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다른 현상은 2) 과학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학자들이 예측하는 것보다 더 빨리, 더 광범위하게 인간생활에 응용되고 있다. 인간의 탐욕 또는 신이 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가 인공지능기술의 발전속도를 채찍질할지도 모른다. 규점적인 관점에서도 3) 작은 동전론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작은 동전론은 독일에서 발전해온 이론으로서 특정 정신적 제작물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저작물인가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할 때에 고려되는 원칙으로서 소위 '의심스러울 때는 저작자를 위하여(In dubio pro auctore, Im Zwefel zugunsten des Urhebers, presumption for the author)'라는 일반적인 해석원칙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다. 음악을 예를 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가 작곡한 것과 같이 거장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교향곡이나 시중의 유행가 또는 간단한 동요 같은 곡이나 저작권 보호에 있어서는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일상적 의미의 삶에 있어서 저작물이라고 하는 것은 유명한 작곡가가 작곡한 곡보다 유행가 작곡가들이 간단히 작곡한 곡들이 더 많을 것이고 세계적인 문학가들이 지은 심오한 가치와 철학을 담은 소설보다는 매일 간단히 서술된 소설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 경우 심오한 내용을 가진 소수의 저작물만 저작권보호의 가치가 있고 대중가요와 같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일상에 퍼져있는 대부분의 저작물들은 보호의 의미가 없다고 하는 것은 문화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수용할 수 없는 것이며 문화창작자들의 근로기준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저작권법이 예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면 인공지능이 창작한 창작물의 창작의 정도 내지 형성의 정도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공지능이 창작한 창작물이 과연 인간이 행한 고도의 정신적 노동의 결과로 볼 수 없고 기계가 행하는 검색을 통해서 행하는 표현의 범위 내에서 만든 것이라면 그리고 어느 인공지능도 이러한 것을 할 수 있다면 작은 동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작은 동전론을 관철한다면 인공지능이 창작한 창작물에 대한 권리부여에 대한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창작의 수준이 낮더라도 사회적·문화적으로 유의미하고 보호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라면 창작의 주체가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도 저작권 보호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또한 4) sui generis형태로 인공지능저작물 또는 준저작물을 보호하는 방안이 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예는 우리 저작권법에 규정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관한 특례조항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보호내용·보호기간 등을 달리 정하거나 축소하여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를 보호하는 형태이다. 아니면 인공지능산업을 보호하는 형태로 해서 간접적으로 인공지능창작물을 보호하는 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 또 다른 근거를 만들면 5) '창작주체=권리주체=책임주체'라는 기존의 공식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도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창작주체는 대리인인 인공지능이더라도 권리주체와 책임주체는 인간으로 설정하여 권리관계를 설정하거나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이다. 

     


    5. 나가면서

    2016년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과 관련된 논의가 한국사회에서 촉발되었다. 대부분 논의의 중심을 인공지능을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점에 관해서 공학이나 경제학 등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면 법학에서는 규범의 관점에서 권리주체 혹은 행위능력, 책임론과 관련하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동물에게도 권리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데 기계를 규범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법감정상 수용하기 힘든 면이 많다. 그렇지만 마냥 무시할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권리의 역사를 보면 '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변호사자격을 부여하지 않은 사례[Bradwell v. State of Illinois(1872)]도 불과 150여년 전인 1872년 12월 1일 미국에서 있었다.

     

     

    계승균 교수(부산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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