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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원격의료의 허용 여부에 관한 새로운 접근

    현두륜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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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작하며

    원격의료란 대체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원격으로 의료정보의 교환과 기술지원, 보건교육 및 질병의 진단과 치료 등을 하는 일체의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고 그와 대비되는 개념은 '대면의료' 또는 '대면진료'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원격의료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일반적으로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과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만 허용되고 '의료인과 환자' 간의 원격의료는 불가능하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 주된 근거는 의료법 제34조의 '원격의료'에 관한 규정이다. 즉 2002년 신설된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 해당한다)은 제33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이하 '원격의료'라고 한다)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의료법상 원격의료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1) 당사자는 의료인과 다른 의료인 간에 행하여 질 것 2) 방법은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할 것 3) 내용은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원격의료는 현행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의료인과 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고 실제로 이러한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에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2. 의료법상 원격의료가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는가?

    그러나 의료법 제34조는 제33조 제1항에 대한 예외규정일 뿐 원격의료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아니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개설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수행하라는 내용인데 이는 의료업 수행에 대한 장소적 제한 규정일 뿐 원격의료를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며 더구나 의사의 진찰 방식을 제한하거나 대면진료를 의무화한 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외 현행 의료법에 원격의료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실무에서 원격의료가 금지되고 있는(또는 금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의료법 제34조 때문이 아니라 그 외 다른 의료법 규정이나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 때문이다. 원격의료의 종류에는 원격 진찰이나 상담, 원격 검사, 원격 진단서(증명서와 검안서 포함) 발행, 원격 처방 등 다양하다. 그 중 원격 진찰이나 상담은 현행 의료법상 불법은 아니며 이를 처벌하는 규정도 없다. 다만, 원격으로 진찰을 하거나 상담을 했을 경우 의료인이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할 뿐이다. 현행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따르면 원격 진찰이나 상담 등에 대해서는 진찰료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만약 원격 진찰이나 상담 후 그 비용을 받았을 경우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이나 진료비 허위 청구의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원격 검사란 환자가 의료기관 외에서 의료기기 등을 이용하여 신체 상태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의료인에게 전달하여 검사를 받는 시스템이다. 이것도 현행 의료법상 금지대상은 아니다. 다만 해당 기기가 의료기기법상 적법한 허가나 신고를 받은 것인지 검사료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될 뿐이다. 


    반면, 원격 진단서 발급이나 원격 처방의 경우에는 의료법이 직접 적용될 수 있다. 이때 적용되는 의료법은 제34조가 아니라 제17조 및 제17조의2 규정이다. 2019년 8월 27일 개정된 의료법은 기존 의료법 제17조를 제17조 및 제17조의2로 나누어서 규정하고 있는데 제17조는 진단서·검안서·증명서에 관한 것이고 제17조의2는 처방전에 관한 것이다. 둘 다 '직접 진찰'한 의사로 하여금 진단서 등이나 처방전을 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는 '직접 진찰'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쟁점이다. 


    결국 현행 의료법상 원격의료가 허용되는지 여부 및 그 허용범위는 의료법 제34조 해석의 문제라기보다는 의료법 제17조와 제17조의2 해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3. '직접 진찰'의 의미

    구 의료법 제17조의 '직접 진찰'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관해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먼저 헌법재판소 2012. 3. 29. 2010헌바83 결정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면진료가 아닌 형태의 진료를 금지하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하면서 '직접 진찰'을 '대면 진찰'의 의미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대면진찰이 아닌 원격진찰 이후 처방전이나 진단서 등을 발급하면 의료법 위반에 해당된다. 


    그러나 대법원의 해석은 이와 다르다.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은 의사가 전화 진찰을 한 후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가 구 의료법 제17조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 규정이 처방전 등의 발급주체를 제한한 규정이지 진찰방식의 한계나 범위를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여기서 '직접 진찰'의 의미는 '자신이 (스스로) 진찰'한 경우로 해석하였다. 이에 따르면 의사가 전화로 진찰하였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환자와 대화하였다면 '직접 진찰'에 해당되고 따라서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이러한 입장은 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두50014 판결에서도 다시 확인되었다. 특히 위 두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 조항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러한 입장은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4도9607 판결에서 다소 변화되었다. 2014도9607 판결은 의사인 피고인이 전화통화 이전에 환자를 대면하여 진찰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전화 통화 당시 환자의 특성 등에 대해 알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행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진찰'이란 환자의 용태를 듣고 관찰하여 병상 및 병명을 규명하고 판단하는 것으로서 진단방법으로는 문진·시진·청진·타진·촉진 기타 각종의 과학적 방법을 써서 검사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진찰의 개념 및 진찰이 치료에 선행하는 행위인 점, 진단서와 처방전 등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이 사건 조항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현대 의학 측면에서 보아 신뢰할 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진찰'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행위가 전화 통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하여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종전의 대법원은 '직접'의 의미에 초점을 두고 이는 '스스로'의 의미이지 '대면'의 의미는 아니라고 보았다. 반면 2014도9607 판결에서는 '진찰'의 의미에 초점을 두고 '현대 의학 측면에서 보아 신뢰할 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없었다면 이를 '진찰'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한편 2014도9607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니었고 여전히 종전의 2010도1388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 진찰'의 해석에 관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둘 다 '직접 진찰' 부분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 해석은 각각 달리함으로써 코미디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고 재판기관이 각각 달리 해석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닌가? 따라서 원격의료에 관한 의료법 개정을 논하기 전에 우선 의료법 제17조와 제17조의2의 '직접 진찰'의 의미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직접 진찰'이 '대면 진찰'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내용으로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이 현재의 혼란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한편 개인적으로 의료법에 대면진찰을 의무화하고 일체의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찰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향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화나 정보통신기술 등을 이용한 진찰도 대면진찰과 마찬가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비대면진찰(또는 원격진찰)을 통하여 대면진찰과 같은 정도로 환자의 심신 상태에 관하여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이를 법에서 금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두륜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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