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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전자문서의 문서성을 부정하는 대법원 판례에 관한 소고

    김현철 검사(수원고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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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만약 사기범죄에 사용할 목적으로 컴퓨터 워드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국가기관 명의의 로고를 첨부한 증명서를 컴퓨터에서 임의로 작성하고 이를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상대방에게 첨부파일로 이메일로 송부하여 사용한 경우에는 공문서 위조 및 행사죄로 처벌될 수 있을까?위와 같은 사안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볼 때 당연히 공문서위조 및 행사죄로 처벌되어야 할 것이지만 문서에 관한 종래의 형법 해석과 '출력되지 않은 전자파일은 문서가 아니다'는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로 인하여 실무상 현재 문서죄로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공공의 신용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대법원의 이러한 해석은 2020년 6월 9일 개정된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해석이다. 아래에서는 형법의 문서개념을 간략히 살펴보고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과 변경 필요성을 검토한다.


    2. 형법상 문서의 개념과 대법원의 판례

    형법상 문서가 성립하기 위한 3가지 개념요소로서, 첫째 유체물에 의사 내지 관념의 표시가 계속적으로 화체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계속적 기능, 둘째 법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능력과 증명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증명적 기능, 셋째 의사 또는 관념을 표시한 주체 즉 작성명의인이 있어야 한다는 보장적 기능을 필요로 한다.


    전자문서의 문서성 인정여부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부분이 계속적 기능에 대한 것이다. 즉 문서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의사표시의 계속성은 의사표시가 물체에 고정되어 계속성을 가져야 하며 이것은 시각적 방법에 의하여 이해할 수 있는 것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전자문서의 경우에는 이러한 전자파일이나 그 파일을 실행시켜 모니터 화면에 나타낸 문서의 이미지는 계속적으로 물체에 고정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 문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7도19499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9도289 판결 등). 한편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컴퓨터상에 위조한 전자파일은 전자기록이나 특수매체기록도 아니어서 형법상 문서죄 처벌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3. 전자문서의 문서성에 관한 학계의 논의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이하에서는 '전자문서법'이라 한다)에 정의하고 있는 전자문서라 함은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자적 형태로 작성되어 송신 또는 수신되거나 저장된 정보"를 말한다. 기존의 종이에 작성되던 문서는 지금은 대부분 컴퓨터와 같은 정보처리시스템을 이용하여 HWP 또는 MS Word 같은 문서파일을 통하여 작성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증명서 같은 도형이나 문양이 들어가는 문서들도 이미지파일 등을 통하여 전자적 형태로 작성되고 있다. 전자문서법에 의하면 이러한 문서는 모두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자적 형태로 작성되어 송신 또는 수신되거나 저장된 정보에 해당하므로 전자문서에 해당한다. 그리고 전자문서법 제4조제1항의 개정으로 전자문서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문서법에 전자문서의 효력에 대하여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문서를 형법상 문서로 볼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하여 종래 형법학계에서 다음과 같이 계속성의 인정여부에 따라 두가지 견해의 대립이 있었다.


    긍정설은 전자문서도 이미 표준화되어 있는 문서에 한정해 볼 때 상호간의 해독의 합의가 존재하고 컴퓨터 간에 상호 교환되어 질 수 있는 만큼 가독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문서성을 긍정하는 견해이다. 부정설은 우리 형법의 해석상 대법원의 해석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는 출력되기 전까지는 가시성과 가독성이 없기 때문에 문서에 해당한다고 볼수 없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 이것이 현재까지의 다수설이다


    그런데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계속적 기능이 충족되었다고 보고 전자문서가 형법상의 문서죄의 보호범위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계속적 기능 즉 눈으로 읽을 수 있는 가시성 내지 가독성은 작성자와 열람자가 동일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동일한 방법으로 열람하였을 경우 항상 동일한 결과를 볼수 있는 이상 문서로서의 계속적 기능은 충족되었다고 본다. 둘째 형법상 문서죄에서 문서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계속적 기능, 증명적 기능, 보장적 기능을 갖춘 경우에만 문서로서 보호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자문서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이러한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따라서만 형법상의 문서로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셋째 현실에서는 일반국민들이 이미 전자문서를 거래상의 중요문서로 인식하고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문서는 문서가 아니라고 법적 보호를 외면하면 공공의 신뢰를 크게 저해하게 된다.


    4. 전자문서의 문서성을 부인하는 대법원 판례에 대한 비판

    첫째 전자문서의 문서성을 부인하는 대법원의 해석은 개정된 전자문서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해석이다.


    현재 시행 중인 전자문서법 제4조 제1항은 '전자문서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020년 6월 9일 개정되어 올해 12월 10일 시행되는 같은 법 제4조의2(전자문서의 서면요건)에 의하면 전자문서는 첫째 전자문서의 내용을 열람할수 있을 것, 둘째 전자문서가 작성 변환되거나 송신 수신 또는 저장된 때의 형태 또는 그와 같이 재현될 수 있는 형태로 보존되어 있을 것이란 두가지 요건만 갖추면 그 전자문서를 아예 서면으로 간주하게 된다. 사실상 현재 통용되고 있는 모든 문서파일이나 이미지 파일이 전자문서의 서면간주 대상이 된다. 이것은 그동안 전자문서가 그 자체로는 가독성이 없어서 문서로 볼수 없다고 해석한 대법원의 해석을 정면으로 뒤집은 내용이다. 따라서 전자문서의 문서성을 부인하는 대법원의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둘째 형법상 문서의 본질에 관하여 가독성을 기술적 방법없이 가독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해석이다. 우리 형법의 문언에는 문서의 개념에 정보처리장치에 의한 가독성이 있는 경우를 문서로 포함하지 않는다는 아무런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대법원의 판례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이미지 파일을 보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경우에 그때마다 전자적 반응을 일으켜 화면에 나타나는 것에 지나지 않아서 계속적으로 화면에 고정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형법상의 문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종래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작성한 문서파일이 작성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쉽게 열거나 볼 수 없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가시성 내지 가독성이 없다고 할수 있다. 그런데 HWP나 MS Word처럼 대중적인 문서작성프로그램을 통하여 작성한 경우에도 계속성 내지 가독성이 없어 문서가 아니라고 한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이다.

     

    셋째 현재의 대법원의 해석은 형법상 문서죄의 공범과 미수범의 해석을 왜곡하게 된다.


    대법원은 전자문서로 작성된 파일은 출력하지 않은 이상 문서자체가 아니므로 그 내용을 변경 왜곡해도 죄가 성립하지 않으나 일단 출력을 하면 문서죄가 성립된다는 해석이다. 그런데 예를 들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사기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출력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메일로 전송받은 위조된 문서파일을 출력한 경우 그 파일 자체는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서의 문서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이 이를 문서로 출력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비로소 문서위조죄를 완성하게 된다고 해석하게 된다. 실제 문서 파일의 작성자가 주된 행위를 하였지만 내용상 위조문서의 작성에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고 출력만 한 피고인은 최초의 파일작성자와 함께 문서위조의 정범으로 처벌하게 된다. 따라서 작성만 해 놓고 출력하지 않으면 미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문서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지만 작성자가 아니라 제3자가 출력만해도 출력한 자는 문서죄의 방조범이 아니라 공동정범이 된다. 이것은 종래 형법상의 합리적인 행위책임의 원칙에 맞지 않다. 출력하지 않으면 미수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출력하면 미수가 아니라 기수가 되므로 문서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을 전자문서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게 함으로써 형법해석의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5. 맺는 말(전자문서의 문서성을 부정하는 판례변경 필요)

    종래 전자문서의 문서성을 부정하는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가 변경되기 어렵다고 보고 입법의 불비를 피하기 위하여 형법의 문서범죄규정에 전자문서에 관한 규정을 새로 추가하자는 견해가 있었다. 예를 들면 형법의 문서에 관한 죄 제237의2 제2항에 '이 장의 죄에 있어서 컴퓨터 등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자적 형태로 작성되어 송신 수신 또는 저장된 경우도 문서로 본다'라는 규정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 변경이 없다면 시급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같은 형법의 개정 없이도 새로 개정되고 시행되는 전자문서법의 해석상 현재의 대법원 판례는 위법한 것으로 더 이상 유지될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전자문서의 문서성을 부인해 온 대법원 판례는 신속히 변경되어야 한다.

     

     

    김현철 검사 (수원고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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