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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세계 각국의 최고법원의 구성 및 운영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오용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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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고제도의 개혁은 상고제한의 문제뿐만 아니라 최고법원을 어떻게 구성하고 상고심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까지 포함한다. 지난 글에서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의 상고제도(주로 상고제한제도를 중심으로)를 비교법적으로 살펴보았는데<본보 2020년 3월 23일자 11면 참고> 이번 글에서는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의 최고법원의 구성과 운영방식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법원은 연방법원과 주법원으로 나눌 수 있다. 모든 주에서 주 대법원을 두고 있고 대부분의 주 대법원의 대법관 수는 7명(5명, 9명인 주도 있다)이다. 연방의 최고법원은 미연방대법원이며 극히 예외적으로 1심으로서의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연방항소법원 판결에 대한 상고사건과 연방헌법 내지 연방법률에 관한 쟁점이 있는 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상소사건 처리가 대부분의 업무이다.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며 총 9명인데 법무부, 로스쿨, 주법원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미연방대법관들의 상고허가신청사건 검토 방식은 독립심사방식과 공동심사방식이 있다. 독립심사방식은 대법관이 자신에게 전속한 로클럭으로 하여금 사건 전부를 검토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각 사건에 대한 상고허가 여부를 검토하는 방식이고 공동심사방식은 공동심사방식에 동참하는 대법관의 전속 로클럭들을 공동심사조로 편성한 후 모든 상고사건을 로클럭들에게 무작위로 배당하고 로클럭이 배당받은 사건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공동심사방식에 동참하는 대법관들에게 송부하면 대법관들이 그 보고서를 중심으로 상고허가 여부를 심사하는 방식이다. 공동심사방식은 1972년 도입되었는데 로클럭이 검토하는 상고사건 수를 줄여 한 사건에 대하여 보다 심도 깊게 보고서를 작성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여러 대법관들을 위한 보고서를 한 명의 로클럭이 작성함으로써 로클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상고허가여부에 대한 평의 전 대법관들에게 심사목록을 돌리는데, 대법관들은 자유롭게 이 목록에 사건을 추가할 수 있다. 여기 올라가지 않은 사건은 표결 없이 약식으로 기각되고 심사목록에는 올라갔으나 평의에서 토론을 거치지 않은 사건도 표결 없이 기각되며 표결에서 대법관 4명 이상의 찬성이 있는 경우 상고가 허가된다. 상고가 허가된 사건은 정식으로 서면공방 및 구술변론을 거쳐 심리되며 하급심 판결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경우 서면공방이나 구술변론 없이 약식으로 하급심 판결을 파기한다. 

     

    영국의 대법원은 헌법개혁법으로 대법원이 창설되기 전 상원상임법관이 12명이었던 것을 따라 대법관(Justice) 12명으로 구성된다. 대법원장(President of Supreme Court)은 대법관 중 여왕이 임명하는데 법원 내 최고 지위는 갖고 있지 않으며 최고법관(Lord Chief Justice)이 전체 법원의 수장으로서 법원을 대표하여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사법부의 의견을 전달하고 법원 전체의 행정을 맡고 있으며 그 외 항소법원 형사부의 수장도 맡고 있다. 

     

    상고허가 여부 심리는 원칙적으로 변론을 열지 않고 3인 이상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부에서 서면 심리하고 아주 예외적으로 변론이 열리기도 한다. 일반 공중에게 중요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고 있다고 인정되면 상고를 허가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간략한 이유를 붙여서 기각 결정을 한다. 상고가 허가되면 상고인이 원심에서 인정된 사실과 쟁점을 정리한 요약서면 등을 제출하고 변론기일이 정해진다. 대부분 사건은 5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진행하고 특별한 사건의 경우 7명, 9명의 대법관이 변론기일에 참석하기도 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든 상고사건은 공개법정에서 구술변론으로 진행된다. 

     

    독일은 통상법원과 특별법원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최고법원도 연방일반최고법원 (Bundesgerichtshof), 연방행정최고법원(Bundesverwaltungsgericht), 연방재정최고법원(Bundesfinanzhof), 연방노동최고법원(Bundesarbeitsgericht), 연방사회최고법원(Bundessozialgericht) 등 5개의 최고법원이 있으며 최고법원을 헌법적으로 통제하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있다. 연방일반최고법원은 25개의 재판부(Senat, 13개의 민사부와 6개의 형사부, 8개의 특별부)가 구성되어 있고, 현재 152명의 판사(Richter, 19명의 재판장, 특별부는 민·형사부 판사가 겸직함)가 근무하고 있다. 연방행정최고법원은 14개의 재판부, 56명의 법관이 근무하고 있고 연방노동최고법원은 10개의 재판부, 38명의 법관(10명의 재판장)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방재정최고법원은 11개의 재판부, 60명의 법관(11명의 재판장)이 소속되어 있고, 연방사회최고법원은 14개의 재판부(각 재판부는 3명의 전문법관과 2명의 명예직 법관으로 구성), 44명의 전문법관(11명의 재판장)이 근무하고 있다. 연방일반최고법원의 각 부에는 1명의 재판장과 6~7명의 판사가 소속되어 있는데 개별 사건의 재판에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며 법원조직법에 따라 개별 사건의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1명의 재판장과 4명의 배석판사로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연방일반최고법원에는 일반 재판부 외에 민사연합부와 형사연합부가 있으며 이들이 합쳐진 대연합부가 있다. 연방일반최고법원의 어느 한 재판부가 법률문제를 판단할 때 다른 재판부의 재판과 배치되는 판단을 내리고자 하는 경우 이 사건은 연합부가 맡게 된다. 즉 민사재판부가 다른 민사재판부나 민사연합부의 재판과 다른 판단을 내리고자 하면 민사연합부에서 이를 담당하여야 하며 형사사건도 마찬가지이다. 민사(형사)재판부가 형사(민사)재판부나 형사(민사)연합부의 판단과 다른 판단을 내리고자 하는 경우 대연합부가 당해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민사연합부는 최고법원장과 각 민사재판부의 부원 1인으로 구성되며 형사연합부는 최고법원장과 각 형사재판부의 부원 2인으로 구성된다. 대연합부는 최고법원장과 민사 및 형사연합부의 부원으로 구성된다. 

     

    프랑스 최고법원(파기원)에는 총 6개의 재판국(Chambre)이 설치되어 있고{각 재판국 안에 2~4개의 섹션(section)이 있다} 그 중 5개는 민사사건(민사 3개, 상사·경제, 사회 각 1개)을 담당하고 1개는 형사사건을 담당한다. 각 재판국에는 1명의 재판국장(President)과 1명의 재판국 선임판사(Doyen de la chambre), 1~3명의 섹션 선임판사(Doyens de section), 최고법원 판사(Conseillers, 총 97명), 재판연구관(Conseillers referendaires, 총 78명) 등이 배치되어 있다. 통상은 각 섹션이 하나의 부로서 사건을 처리하며 각 부의 재판은 재판국장 또는 해당 섹션에서 가장 선임인 판사가 진행한다. 특별히 중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해당 재판국 소속 판사 전부가 참여하는 합의부를 구성하여 심리한다.

     

    상고사건의 쟁점이 여러 개 재판국의 업무에 연관되어 있는 경우 또는 이러한 문제를 그대로 각 부마다 판결할 경우 판결내용에 상호모순이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사건을 연합부에 회부한다. 연합부 구성에는 적어도 3개의 부가 참여하여야 한다. 따라서 연합부에는 최고법원장, 해당 재판국장(3명), 해당 재판국의 최선임 최고법원 판사(3명), 최고법원장의 명령에 의하여 각 재판국에서 지명한 각 2명의 판사(6명)가 참여하므로 최소한의 구성원은 13명이 된다.

     

    최고법원이 1차로 파기이송한 사건에 대하여 1차 파기이송법원이 최고법원의 파기이유와 반대의 결론을 냄으로써 1차 상고이유와 동일한 이유로 2차 상고가 제기된 경우 또는 어떤 사건에 중대한 원칙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사실심 법원들 사이에 혹은 사실심 법원과 최고법원 사이에 판결내용에 관하여 상호모순이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을 전원합의부로 이송할 수 있다. 전원합의부에는 최고법원장, 전체 재판국장(6명), 각 재판국 최선임 최고법원 판사(6명), 최고법원장의 명령에 의하여 각 재판국에서 지명한 2명의 최고법원 판사(12명) 등 총 25명이 참석한다. 전원합의부의 판결은 파기이송법원에 대하여 당해사건의 쟁점에 관하여 기속력을 가지며 이 점에서 연합부를 포함한 다른 모든 재판부의 판결과 구별된다.

     

    영미법계의 대법원은 적은 수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상고허가되는 사건 수가 적기 때문에 대법관 모두가 각각의 사건에 대하여 심리·합의 과정에 참여한다. 대법관 수가 많아지면 대법관 전원이 합의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워지므로 대법관수는 10명 내외로 유지한다. 이에 반하여 대륙법계의 최고법원은 상당히 많은 재판부와 100명이 훨씬 넘는 법관들로 구성되어 있다(대법관이라는 명칭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사건에 모든 법관들이 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극히 일부의 법관들만 참여하여 심리하게 된다. 우리 대법원은 대법관 수는 영미식을 따르고 있으나 운영방식은 대륙법계 최고법원의 그것과 비슷하다. 폭증하는 상고사건 때문에 많은 재판연구관들을 두고 있고 보통의 사건들에 있어서는 재판연구관들의 보고서만으로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재판연구관의 역할이 아주 크다.

     

    과거 우리 대법원은 미국 연방대법원과 같은 정책법원을 추구했으나 그 운영방식은 그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대법원 상고사건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하여 상고법원 신설을 추진했으나 좌초되고 말았다. 대법관의 인원수, 역할은 영미법계를 추구하나 상고사건의 처리방식은 대륙법계를 벗어나기 힘든 부조화가 우리의 현실이며 여전히 그 개혁은 답보상태에 있다.

     

     

    오용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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