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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세계 각국의 법조인 양성 및 법관 임용 시스템 검토

    오용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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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한 나라의 사법제도는 그 나라의 사법 역사의 반영이며 1심, 2심, 3심의 개혁이 서로 큰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글들을 실었다<본보 2020년 8월 10일자 12면 참고>. 그런데 이러한 논의와 함께 사법제도의 기초가 되는 법조인양성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무에서 사법제도를 끌어가는 법조인들이 어떠한 시스템(국가 관장 또는 민간 자율)에 의하여 양성되는지의 문제는 법조인들의 법률적 자질, 사법에 대한 인식, 법률 업무에 임하는 태도, 국가나 공동체사회의 법조인에 대한 기대 등과 큰 관련성이 있다. 그러므로 사법제도의 개혁을 논함에 있어 법조인들이 어떤 시스템에서 양성되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어떠한 자질을 갖고 있는지, 그들의 생각과 자질이 그 사회의 사법제도와 잘 조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의 법조인 양성 및 법관 임용 시스템을 비교법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영미법계의 법조인은 실체법의 해석보다는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사회적 관습을 발견하는 역할을 하므로 최소한의 법적 소양만을 갖춘 상태로 법률가를 배출하고 이후 실무를 통하여 경험을 익히고 배워가는 구조로 양성한다. 원칙적으로 국가가 법조인 양성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민간에 법조인 양성을 맡긴다.

     

    미국은 대학교 학부과정에 법학과가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전공의 졸업자가 미국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 ABA)의 인가를 받은 로스쿨에 입학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법률적 지식이 아닌 일반 상식과 논리성 및 언어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을 통해 로스쿨 입학자격을 얻게 되며 로스쿨에 입학하면 3년간의 로스쿨 교과과정을 거친 후 변호사시험(Bar Exam)에 응시하게 된다. 미국 대부분의 로스쿨은 학기 중 학생들의 외부기관 연수를 인정하고 학점을 부여하며 법원·검찰·정부기관·민간분야 등 다양한 외부연수 분야가 존재한다. 미국은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 합격 이외 변호사 활동을 위한 요건으로서의 실무연수 제도는 두고 있지 않으며 다양한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무교육을 받게 된다.

     

    미국은 각주마다 다른 방식의 법관임용제도를 갖고 있다. 대체로는 법관선거방식, 주지사나 의회 임명방식, 실적위주 선발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미국 특유의 법관임용방식인 법관선거방식은 정당의 공천을 받는 정당입후보 선거방식과 공천이 없는 비정당입후보 선거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실적위주 선발방식은 법관지명위원회(Judicial Nominating Commission)가 법관 대상자의 검증을 통해 법관후보자를 주지사에게 추천하면 주지사가 그 후보자 명단 범위 내에서 법관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정당입후보 선거방식이 법원과 법관이 점차 정치화되는 문제를 야기하자 사법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실적위주 선발방식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실질적인 선발작업은 법조인과 비법조인으로 구성된 법관지명위원회를 구성하여 진행하며 이 위원회에서 2~5명의 법관을 지명하고 주지사는 이들 중 한 명을 법관으로 임명한다. 법관지명위원회의 심의는 공개되어야 하며 선발기준 중 주요한 것은 고결성, 법률 지식과 법적 능력, 전문적 경력, 사법적 기질, 성실성, 건강, 재정적 책임, 공적 활동 등을 들 수 있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는 연방상원의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연방법원 판사는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지 않지만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 중에서 연방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것이 확립된 관행이다. 통상 법조계에서 크게 활약하고 평판이 좋은 변호사를 연방법원 판사로 임명한다. 대통령이 연방법원 판사 후보자를 공식적으로 지명하여 상원에 통보하면 미국변호사협회에 소속된 연방사법상임위원회는 지명된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연방상원 법사위원회에 제출한다. 연방상원 법사위원회는 청문회 등을 통하여 후보자를 심사하고 이를 통과한 후보자는 연방상원 본회의에서 최종 심사를 받아 인준을 받으면 대통령은 그 후보자를 연방법원 판사로 임명한다.

     

    영국의 법조인 양성은 법학교육과정과 실무교육과정으로 나뉘고 실무교육과정은 Legal Practice Course(LPC), Period of Recognised Training(PRT), Professional Skills Course(PSC)의 3단계로 나뉜다. 대다수 사무변호사(Solicitor)가 이수하는 법학교육과정은 사무변호사규제기관인 SRA(Solicitors Regulation Authority)가 인정하는 법과대학을 3년 동안 이수하여 법학학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이다(법학학사학위 미소지자과정은 3년의 법학 이외 학사과정을 마친 후 1년의 법학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위 과정을 통과한 사람은 1년간의 실무교육 과정(LPC)을 대학에서 이수하고 졸업시험을 통과한 후 2년간의 인가된 실무수습과정(PRT)을 거쳐야 한다(이 과정 중 PSC과정도 이수한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마치면 사무변호사로서 등록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법정변호사(Barrister) 양성과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은 법관인사위원회(Judicial Appointment Commission)를 설치하여 법관 임명절차를 진행한다. 법관인사위원 15명은 비법조인 의장 1명, 사법보직 위원 7명, 변호사 위원 2명, 비법조인 위원 5명으로 구성되며 지원하는 변호사들에 대하여 서류 심사 또는 필기시험을 실시하여 후보군을 선정하고 면접 등을 통하여 법관을 최종 선발하여 임명하게 된다.

     

    독일의 법조인 양성제도의 특징은 통일적 법조인, 2단계 법조인 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적 법조인은 법조인의 업무 영역은 판결이나 자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며 변호사도 법관·검사와 더불어 하나의 사법제도상의 기관으로서 법관·검사와 동일한 양성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4년간 법학을 이수한 후 대학과 국가에서 치르는 1차 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1차 시험에 합격한 후 2년의 사법연수과정을 이수하여야 하며 민사법원, 검찰청이나 형사법원, 행정기관, 변호사 사무실에서 시보로 근무하여야 한다. 시보들은 연수기간 중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으며 준공무원의 자격을 갖게 된다. 사법연수과정 수료 후 2차시험을 보게 되며 이에 합격하면 법조인이 된다. 여기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사람은 각 주 법무부에 판사·검사로 지원하게 된다. 

     

    독일 주법원 법관은 주마다 선출방식이 다른데 법관선발위원회가 설치된 경우 주법무부장관이 법관선발위원회와 공동으로 결정한다. 법관선발위원회는 주의회의원·판사 등으로 구성되며 비밀투표를 통하여 법관 임명을 결정한다. 연방법원 법관은 연방 관할주무관청의 장관과 법관선발위원회가 공동으로 선출하며 법관선발위원회는 32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16인은 독일 16개 주의 관할주무관청 장관이 담당하고 나머지 16인은 연방하원에서 선출된다. 위원회에서 과반수의 득표를 얻으면 연방법원 법관으로 선출되고 연방법원 법관은 대체로 주고등법원 법관 중에서 선출된다.

     

    프랑스의 법조인 양성제도의 특징은 사법관 양성제도와 변호사 양성제도를 완전히 분리하여 운영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법권은 일반법원과 행정법원으로 나뉘는데 일반법원은 국립사법관학교 출신의, 행정법원은 국립행정학교 출신의 사법관으로 구성된다. 판사와 검사는 단일한 조직을 구성하고 판사·검사 직역을 서로 옮길 수 있다. 일반법원의 사법관이 되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국립사법관학교의 입학·졸업을 통한 것(대부분 국립사법관학교를 거쳐 사법관이 된다)과 변호사 등의 전문경력을 바탕으로 사법관에 임용되는 것이다. 국립사법관학교를 입학하기 위해서는 대학(법과대학에 한정하지 않음)에서 4년의 교육을 받은 후 국립사법관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입학시험에 합격하면 사법연수생의 지위를 갖게 되고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으면서 31개월간의 교육을 받게 된다. 이 밖에도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입학시험도 있으며 학위는 요구하지 않고 직업경력만 검증되면 된다(국립사법관학교에서 2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프랑스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학교육 4년차 학위 또는 법에 의해 동등학위로 인정되는 학위 소지자가 변호사연수원 입학시험에 응시하여 1차 필기시험과 2차 구술시험을 통과하여야 한다.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고 오히려 등록금을 부담하며 준공무원적 지위는 없다. 6개월의 이론연수와 1년의 실무연수로 이루어지고 연수과정을 마친 후 변호사 자격시험(대부분 합격함)을 보고 변호사자격증을 취득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영미법계의 법조인 양성은 민간 부분에 맡겨져 있고 이러한 민간 부분에서 실무를 경험한 변호사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여 임명한다. 이에 반해 대륙법계는 법조인 양성이 국가에 의하여 통제된다. 국가 시험을 통과하고 국가가 주관하는 실무수습 과정을 이수하여야 법조인이 될 수 있으며 변호사 경력 없이 바로 법관으로 임용되어 직업법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2007년 사법개혁을 통하여 미국식 로스쿨과 경력변호사의 법관 임용 제도를 도입하였다. 우리 법조계가 아직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출신의 법조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로스쿨 출신 법조인의 수는 이미 우리 법조계의 50%에 육박하고 있고 향후 10년 후 이들이 우리 법조계의 주류가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민간 부분에서 양성되고 실무를 익힌 법조인은 국가 부분에서 양성되고 실무를 익힌 법조인과 법적사고방식, 법률실무에 대한 인식과 경험에서 확연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결국 변화되는 사법제도를 운영할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양성된 법조인이 될 것이며 이들의 사법제도 운영방식은 기성 법조인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이 점도 사법제도 개혁을 논함에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조심스레 새로운 관점의 제안을 해 보았다.

     

     

    오용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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