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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형법 제137조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위헌성 고찰

    - 입법론을 중심으로 -

    사공영진 변호사 (전 대구고법원장·대구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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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형법 제137조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형법 교재와 주석서를 살펴보았으나 입법 연혁이나 입법론을 소개한 책은 별로 없었다. 이는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에서 대법원 판례를 위주로 하는 출제와 이에 대비한 공부 방법이 고착화된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여 지는데 법률문화의 발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시각에서 필자는 현행 형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1953년부터 지금까지 약 70년 동안 별다른 비판적 논의없이 적용되어 온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하여 입법론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제기해 본다.



    1. 우리 형법의 관련 규정 등
    가.
    형법 제136조는 협의의 공무집행방해죄로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제137조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나.
    한편 형법 제297조(강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제298조(강제추행)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며,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는 반면에 제302조(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 미성년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이나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데 위계로써 미성년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한다. 즉 범행의 수단·방법이 폭행 또는 협박인 경우와 위계인 경우를 차별하여 위계로 인한 범행의 법정형을 폭행 또는 협박인 경우보다 가볍게 규정하고 있다. 


    다.
    폭행은 사람에 대한 불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뜻하고 협박은 공포심을 일으키게 할 목적으로 타인에게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며 위계는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타인의 착오 또는 부지를 이용하거나 기망·유혹의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위계는 위법성이나 죄질 및 비난가능성에 있어서 폭행 또는 협박보다 가벼운 행위라고 할 것이다. 또한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 행위만 있을 경우 제260조, 제283조로 처벌하지만 위계 행위만 있을 경우에는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특히 위계의 의미의 모호성과 공무집행방해의 결과발생과의 인과관계 여부, 특히 수사 또는 재판 과정이나 행정관청의 인·허가처분 등과 관련하여 허위진술, 허위신고 또는 허위자료 제출 등의 행위가 있는 경우 본죄의 성립을 쉽게 단정할 수 없어 학설의 대립과 함께 대법원 판례도 위계를 인정한 경우와 인정하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져 있으며 또 동일한 사건에 관하여도 심급마다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상당한 것이 현실이다.



    2. 외국의 입법례
    가.
    독일 형법은 협의의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 공무집행공무원에 대한 저항죄(제113조)를 '제6장 국가권력에 관한 저항죄' 부분에 규정하는 한편 객체인 공무원의 범위를 '법률, 법규명령, 판결, 법원의 결정 또는 처분의 집행임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나 연방 군인'으로 제한하고 행위를 공무원에 대한 폭행 또는 폭행을 고지한 협박에 의하여 저항하거나 사실상 공격한 경우에 한정하며 기본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이다. 반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제145조 d)는 '제7장 공공질서에 대한 죄' 부분에 규정하는 한편 행위자의 명확한 고의를 요하고 객체를 '관청 또는 고발을 수리할 권한이 있는 기관'으로 제한하며 위법행위가 발생한 사실 및 제126조 제1항(범죄위협에 의한 공공평온교란)에 규정된 위법행위의 실행이 임박하다는 사실을 기망한 행위에 대하여 그 기망행위가 제164조(무고), 제258조(처벌방해) 또는 제258조a(공무상처벌방해)에 따라 처벌되지 않은 경우에만 처벌하고 기본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규정하여 우리 형법의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나.
    프랑스 형법은 협의의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 공무집행저항죄(제433-6조)를 '제5장 공무집행저항죄' 부분에 규정하는 한편 객체도 공무원 등 공무취급자가 직무수행 중에 '법률, 공권력의 명령 또는 법원의 판결 또는 영장의 집행을 위하여 활동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특수한 형태로 공공토목사업 또는 공익토목사업의 집행에 저항하는 공공사업집행저항죄(제433-11조)를 처벌하고 있으며 행위의 태양도 폭력적인 저항을 하는 행위 또는 폭행 또는 폭력으로써 저항하는 행위만을 처벌하고 있는데 기본 법정형은 1년의 구금형 또는 벌금형이다. 그러나 우리 형법상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 범죄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
    일본은 명치 40년(1907년) 현행 형법이 제정 공포되어 이듬해 시행된 이후 1920∼1930년대에 관료적 국가주의와 시민적 사회방위주의를 반영한 '개정형법가안(改正刑法假案)'이 공표되어 전면적 개정 움직임이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실제로 개정되지는 못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새로운 헌법 정신을 반영한 형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1974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현대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등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에 부합하려는 '개정형법초안(改正刑法草案)'이 작성되었는데 위 초안에 대하여 재야법조, 정신의학자 등 사회 각 방면에서 비판적 의견이 쏟아져 현재까지 입법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다만 현재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일부 조문별로 개정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일본 형법은 우리 형법체계와 유사하게 협의의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 공무집행방해죄(제95조 제1항)를 '제5장 공무의 집행을 방해하는 죄' 부분에 직무강요죄와 함께 규정하는 한편 객체도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으로 포괄적으로 정하고 행위의 태양도 '폭행 또는 협박'으로 규정하며 기본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만 엔 이하의 벌금이다. 그러나 우리 형법상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 범죄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3. 입법례의 평가 및 입법론
    가.
    우리 형법체계와 같은 대륙법체계 국가 중 독일 외에 프랑스, 일본 형법 등은 협의의 공무집행방해죄 외에 따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유형을 처벌하지 않고 있고 독일 형법도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실제로는 사법방해죄의 한 형태로 처벌하고 있어 우리 형법의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는 사실상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으며, 법정형 자체도 우리 형법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해방 이후 대표적 형법학자인 유기천 박사는 우리 형법 제8장의 공무방해에 관한 죄의 입법 연혁에 관하여 제136조 '협의의 공무집행방해죄'는 일본 형법가안 제208조의 영향으로 그 형기를 상향한 것이며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일본 형법가안 제210조의 영향 아래 신설한 규정이나 일본 형법가안이 위력을 사용한 경우도 포함하여 형기를 3년 이하로 한 데 비하여 현행법은 위계의 경우만을 넣고 협의의 공무집행방해죄와 동일한 형기를 부과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 각국의 입법례는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자기의 직무집행이 차질 없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의무가 있는 이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의 책임을 전적으로 행위자에게 부담시킬 수는 없고 또한 위계는 행위위반가치가 대체로 폭행이나 협박보다는 작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거나 독일처럼 개별 법률에 규정하여 처벌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인식이 투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4. 맺으며

    이렇듯 우리 형법의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일본 개정형법가안의 영향을 받아 입법화된 것이지만 개정형법가안은 전근대적,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이란 비판으로 인해 일찍이 폐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법은 여전히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정형도 협의의 공무집행방해죄와 동일하게 규정하는 등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는 매우 불합리한 형법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한 형법 제137조는 헌법 제11조, 제13조, 제37조 제2항에 위배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 형법이 옛 틀을 벗어버리고 다수 입법례에 따라 위 조항을 폐지하고 개별 법률에 규정하는 입법화를 통해 규범통제를 하거나 법률개정을 통해 감경적 범죄유형 형태로 입법화를 추진하는 방향을 제시해 본다.


    사공영진 변호사 (전 대구고법원장·대구회)

    ※ 이 글은 이병희(61·군법 제7회) 법무법인 어울림 변호사와 공동연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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