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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존댓말 판결문의 미래

    이인석 고법판사 (대전고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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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 판결문의 발전

    판결문은 시대의 상황을 반영한다. 조선시대에는 국왕이나 수령이 판결을 했다. 당시 나라의 주인은 왕이었고, 왕이 백성에게 판결을 할 때 낮춤어법을 사용해야 자연스러웠다. 일제 강점기 직후에는 일본 판결문을 참고하여 판결문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자를 같이 쓰는 일본 판결문을 참고하다보니 우리 판결문에도 한자를 같이 썼다. 이후 법원에서 판결문을 한글 전용으로 하겠다고 발표하자, 많은 법조인들이 법원의 권위가 떨어지고, 판결의 내용 전달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은 오래지 않아 한글전용 판결에 완승을 선언했다. 판결문은 그 시대에 맞게 형성된다. 왕이 주인인 시대에는 왕의 입장에서,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제국에 편리하도록 판결문이 작성되고, 그러한 판결은 나라의 규범이 된다. 지금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재판을 받는 분들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니까 존댓말로 판결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나라 공문서는, 행정부의 과태료 통지서에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서까지 모두 존댓말을 사용한다. 법원도 판결문을 제외한 공문서는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판결문만큼은 여전히 평어를 사용한다. 판결은 국민이 받아보는 마지막 남은 평어 형태의 공문서로 보인다. 법원은 이제까지 판결문의 한글전용, 간이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미 법정에서 대부분 판사들이 존댓말을 사용하여 구두로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도 존댓말로 선고하는 대법관, 법관들이 상당수 있다. 이 글은 국민주권에 부합하는 알기 쉬운 판결이 앞으로는 존댓말 판결과 결합하여 시대의 흐름이 될 것이라는 이론적, 역사적 근거를 밝히며 아울러 예상 가능한 문제점에 대하여 검토한다.

     

     

    Ⅱ. 존댓말 판결문의 이론적 근거
    1. 판결문의 기능에 비추어 본 근거

    판결문은 당사자에게 판결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줘 그 판결에 대해 불복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국민에게 보고하는 것이 판결문의 본질적 기능이다. 그렇다면 보고받는 국민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편 당사자가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는 존댓말로 작성하고, 법원은 평어체 판결을 당사자에게 송달하고 있는데, 이는 법원 중심의 비대칭적 관계이므로 해소할 필요도 있다.

     

    상급법원에 대하여 판결문은 원심법원이 어떠한 이유로 판결하였는가를 나타내어 그 당부를 심판하는 기초를 형성한다. 이를 상급법원에 대한 보고적 기능이라 한다. 상급법원에 대하여 존댓말로 보고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 한다면 상, 하급자 서로 존댓말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2. 헌법적 관점에서 본 근거
    헌법 제1조 제2항에서 천명한 국민주권의 원리는 국가권력의 정당성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통치권의 행사를 최종적으로 국민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등 국가권력 내지 통치권을 정당화하는 원리다. 국민의 의사가 올바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판결 등 공문서의 내용을 쉽게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 알기 쉬운 판결문을 작성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나아가 판결문을 읽는 주권자인 국민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이 존댓말 판결의 필요성을 도출하는 근거가 된다.

     

     

    Ⅲ. 존댓말 판결문의 역사적 근거
    과거에는 판결하는 사람 중심으로 판결문이 작성되었다면, 국민주권이 실질화 되면서 판결문은 읽는 사람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즉, 한자에서 한글로, 일본어투에서 우리말로, 어려운 용어에서 쉬운 용어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관통하는 개념은 판결을 읽는 국민을 존중하는 정신이다. 이런 의미에서 존댓말 판결은 국민을 존중하는 판결문 발전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과거 한문혼용과 세로쓰기는 사건의 신속한 처리에 장애가 되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1961년 '법원공문서규칙'을 공포하여 한글전용을 시행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한글전용을 반대하는 등 거센 반발이 있었으나 그럼에도 판결문의 한글전용화와 가로쓰기는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 그 후 대법원은 판결 간이화를 위해 1991년 '판결문 작성방식의 개선을 위한 참고사항'을, 1998년 '판결문작성방식에 관한 권장사항'을 제정했다. 판결문 간이화 노력은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에도 반영되었다.

     

    2019년 1월 10일 대전고등법원에서 주문을 존댓말로 한 민사 판결을 처음으로 선고하였다. 이후 민사, 형사 결정문, 형사 판결문도 존댓말로 작성하기 시작하였고, 주문과 이유 전체를 모두 존댓말로 작성한 판결도 선고되었다. 점차 다른 법원에서도 존댓말로 작성된 판결이 선고되고 있다. 간이한 판결에 이어 존댓말 판결은, 알기 쉽게 쓴 판결을 존중받으며 읽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역사적 흐름의 정점에 있다.

     

     

    Ⅳ. 존댓말 판결문에 대한 문제제기와 검토
    1. 판결문의 권위와 객관성

    존댓말 판결문이 법원의 권위나 객관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현재 법원의 재판은 존댓말로 진행된다. 법정에서 당사자에게 존댓말로 이야기한다고 해서 법원의 권위와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판사가 당사자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 판사의 권위 내지는 객관성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평어 내지 반말이 권위 있다는 견해는 권위를 상명하복에서 오는 명령체계로 오해하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다. 막스 베버는 근대국가의 권위를 합법적으로 제정된 법에 근거하는 합리적 정당성에 의하여 설명했다. 민주국가에서의 지배는 합리적 권위에 근거한다. 상하관계에 의한 경외감, 전통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법원의 권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법원의 권위와 판결의 객관성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법리에 맞는 판결에서 나온다. 합리적 논증과 당사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취해야 민주주의 국가에서 진정한 권위를 누릴 수 있다.

     

    2. 판결문의 분량과 작성의 어려움
    존댓말로 쓰면 판결문의 분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실제로 같은 판결문을 존댓말과 평어체로 하나씩 작성해 보았는데 분량이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다.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준비서면도 판결문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 존댓말로 작성되어 있다. 변호사도 어려움 없이 존댓말 준비서면을 작성한다. 존댓말로 판결문을 작성하는데도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3. 평어체 법령과 조화
    법령이 평어체로 되어 있다고 하여도 반드시 판결문도 평어체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령이 평어체로 되어 있지만 각종 공문서는 존댓말이다.

     

    4. 강제집행
    존댓말 판결문이 행여 강제집행에 어려움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필자는 약 2년 동안 관찰하였으나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존댓말 판결문이 집행에 문제가 있는지 집행관에게도 문의하였으나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에도 같은 내용의 주문이 평어는 집행이 가능하고, 존댓말은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를 상정하기 어렵다.

     

    5. 관행
    판결문 관행은 시대에 맞게 변화할 수 있다. 한글전용 판결문도 처음에는 법조인들이 어색해 하였으나 지금은 모두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

     

    6. 기타
    재판이나 잘하지 존댓말 판결이 무슨 소용이냐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정에서 구두로 재판을 할 때 반말을 하는 판사가 존댓말을 하는 판사보다 잘한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평어체로 판결문을 작성하는 경우 존댓말로 작성하는 경우보다 재판의 질이 높다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상대를 존중하는 판사가 좋은 재판을 한다.

     

    피고인에게 존댓말을 하는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충분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감정을 해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에는, 피고인에게 반말로 야단치면서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피고인에게 형사절차상 권리를 보장해주며 존중하되 그 죄와 책임에 걸맞은 형을 선고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

     

     

    Ⅴ. 공동창작의 필요성과 예시
    판결문의 형식과 내용은 많은 판사의 경험과 노력이 집약된 공동 노력의 결과다. 존댓말 판결도 판사들이 함께 노력해야 완성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 주문만 존댓말로 작성하는 방안, 이유만 존댓말로 작성하는 방안, 주문과 이유를 모두 존댓말로 작성하는 방안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주문을 예로 들면 "피고는 원고에게 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십시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합니다."는 형식 등이 가능하다.

     


    Ⅵ. 맺는 말
    법원이 역사의 흐름과 동떨어져 진화하는 갈라파고스 제도가 아니 듯이 판결문도 역사와 함께 진화한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의 판결문은 국민이 읽기 쉽고, 존중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작성되어야 바람직하고 자연스럽다. 지금까지 판결문은 한자에서 한글로, 복잡한 판결에서 쉬운 판결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존댓말 판결의 위치는 이러한 발전과정의 다음단계라고 생각된다. 존댓말 판결이 쓰인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국가기관도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고, 다양한 형태로 존댓말을 시도하는 판사가 늘고 있다. 존댓말 판결의 완성은 많은 판사와 법조인, 국민이 함께해야 이룰 수 있는 공동창작 과정이다. 같이 노력한다면 존댓말 판결이 품위 있는 대한민국 법조의 자랑으로 자리매김하리라 생각한다.

     

     

    이인석 고법판사 (대전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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