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법률정보

    연구논단

    상사신탁의 개념과 유형에 관한 연구

    이영경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67605.jpg

    Ⅰ. 글에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신탁실무는 상사신탁이 압도적이다. 상사신탁의 중요성에 불구하고 그동안 학계와 실무는 상사신탁을 신탁업자가 영업의 일환으로 하는 것으로 여겨 주로 규제법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왔다. 신탁법의 적용 및 해석과 관련한 사법적 차원에서 상사신탁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 못하였다. 신탁법은 민사신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상사신탁이 신탁법상 어떠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하 상사신탁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다양한 상사 목적의 신탁이 상사신탁이라는 개념 속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유형화하여 보고 이들이 어떠한 법적 쟁점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상사신탁의 개념과 유형에 관한 연구', 증권법연구 제21권 제3호(2020.12.)를 참조하길 바란다.


    Ⅱ. 상사신탁의 개념
    1. 통설적 견해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신탁법 교과서와 문헌들은 신탁을 민사신탁과 상사신탁으로 나누고 상사신탁을 신탁업자가 영업으로서 인수한 신탁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통설적 견해에 의하면 신탁 자체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신탁업자가 취급하는 신탁 중에 생전증여형 신탁과 부양신탁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신탁상품의 경우 위탁자는 증여 목적의 행위를 하는 것이어서 영리를 추구하는 상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수익자의 입장에서도 무상으로 신탁의 이익을 누리고 상사성을 가지지 않는다. 다만 수탁자의 입장에서는 신탁보수를 취득하기 때문에 영리성이 인정되지만 그렇다고 하여 신탁 자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상사성을 띄게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신탁업자가 아닌 자가 수탁자가 되는 상사신탁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위탁자가 자금조달을 위하여 1회적으로 사업신탁을 하여 자회사를 수탁자로 삼아 영업을 이전하고 신탁의 수익권을 투자자에게 발행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자회사는 신탁업자는 아니지만 위탁자인 회사가 영업을 위하여 자금조달을 하려는 상사 목적의 신탁으로서 상사신탁으로 볼 수 있다.

     
    2. 상사신탁의 새로운 개념 정립
    이처럼 통설적 견해에 의하면 신탁 자체의 실질과 괴리되는 문제가 발생된다. 따라서 상사신탁을 통설적 견해와 같이 단순히 신탁업자가 영업으로 인수한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탁 자체의 성격을 기준으로 상사신탁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법적인 관점에서 신탁 자체의 목적이 영리성을 가지는 상업적인 신탁을 상사신탁이라고 해야 한다.


    Ⅲ. 상사신탁의 유형

    실무에서 이용되는 상사신탁의 예는 매우 많은데 특정금전신탁·투자신탁·자산유동화신탁·사업신탁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상사신탁은 매우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어 이를 유형화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사신탁을 유형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상사신탁을 이용하는 목적에 따라 도구형 신탁, 자산운용형 신탁 및 사업형 신탁으로 나누어 본다.

     
    1. 도구형 신탁

    도구형 신탁이란 도산절연·절세 등을 위하여 신탁을 도구삼아 이용하는 것으로서 수탁자는 위탁의 지시에 따라 재산관리 등을 하는 제한적인 역할을 함에 그치는 신탁이다. 자산유동화신탁·담보신탁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유형의 신탁에서는 수탁자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수동신탁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자산유동화신탁이나 담보신탁의 경우는 수탁자가 일정한 범위에서 재량을 가지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므로 수동신탁 즉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관리 또는 처분에 관하여 아무런 적극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는 신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실제적인 모든 권한을 위탁자가 행사하고 수탁자는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신탁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신탁에서는 수동신탁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

     
    2. 자산운용형 신탁

    자산운용형 신탁이란 수탁자의 자산운용능력에 기대어 투자수익을 올리고 이를 통해 신탁의 이익을 누리려는 신탁이다. 특정금전신탁·투자신탁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유형의 신탁에서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하여 수익을 올릴 것을 기대한다. 수탁자의 주된 업무내용은 투자활동으로서 투자판단 등을 위하여 넓은 범위의 재량권을 가지며 수탁자가 투자행위를 함에 있어서 선관주의의무가 중요하다.

     

    그런데 민사신탁에 기반한 전통적인 신탁법리는 수익자 보호를 위하여 신탁재산의 원본이 보존될 수 있도록 수탁자의 투자활동에 대하여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미성년자인 자녀, 장애인과 같은 자를 부양하는 등의 증여적인 신탁에서는 수탁자의 위험한 투자행위를 제한하고 신탁재산의 원본을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현대의 상사신탁에서는 신탁의 목적이 영리추구이므로 수탁자의 투자활동에 적극적인 시각이 요구된다. 특히 자산운용형 신탁은 신탁재산의 운용을 통한 수익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이를 위해 수탁자는 투자를 위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신탁에 투자하는 수익자는 원본에 손실이 발생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합의한다. 이러한 특성상 전통적인 증여적 신탁에서와는 다른 접근을 요한다.

     
    그러나 신탁법은 수탁자의 투자행위를 민사신탁과 상사신탁에서 달리 취급하지 않고 증여적 성격의 민사신탁을 기초로 한 전통적인 신탁법리가 상사신탁에도 그대로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신탁법에는 상사신탁의 수탁자의 투자행위에 대하여 일반적인 의무인 신탁법 제32조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이외에는 별다른 지침이 없다. 수탁자의 투자활동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가 지나치게 엄격하면 수탁자는 책임발생을 우려하여 적극적인 투자판단과 수익창출을 위한 선택을 하기 어려워진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수탁자의 투자행위와 관련하여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이른바 신중한 투자자의 원칙(prudent investor rule)을 도입하는 등 현대의 투자이론에 따라 신탁법제가 발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단순히 신탁행위로 정하여 해결할 수 있다는 안이한 사고에서 벗어나 수탁자의 주의의무와 관련한 심도있는 논의와 입법적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3. 사업형 신탁

    사업형 신탁이란 주요 사업자산이나 사업 자체를 신탁재산으로 하여 수탁자가 이것을 가지고 사업을 영위하고 그 수익을 배당하는 신탁이다. 토지개발신탁·사업신탁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유형의 신탁에서 수탁자의 주된 신탁사무는 사업을 위한 경영활동이므로 사업신탁의 수탁자는 회사의 이사에 비견할 만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탁자의 의무와 책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수탁자의 주의의무와 관련하여 수탁자가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회사의 이사와 같이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충실의무와 관련하여 수탁자가 객관적으로 볼 때 신탁에 유리하거나 공정한 조건의 자기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는 등 일정한 예외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탁자가 수행하는 사업상 활동은 매우 광범위하고 전문성을 요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신탁사무의 위임을 넓게 허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신탁법리에 기반한 수탁자의 자기집행의무(신탁법 제42조)를 완화하여 수탁자가 그 재량에 따라 필요한 경우 신탁사무를 위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업신탁의 수탁자는 여러 사업상 채무를 지게 되고 대규모 차입 등 다액의 채무를 지게 될 수도 있으므로 책임범위가 다른 유형에 비하여 매우 커진다는 특징을 가진다. 신탁법상 수탁자는 신탁재산 외에 고유재산으로도 책임을 지는 무한책임이 원칙인데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수탁자의 부실화 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유한책임신탁(신탁법 제114조 이하)을 이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사업형 신탁에서 유한책임신탁 제도의 활용이 크게 기대된다.


    Ⅳ. 글을 마치며

    우리나라에서는 상사신탁이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음에도 이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는 활발하지 못하였다. 신탁업자가 영업으로서 신탁을 인수하는 관점에서 상사신탁을 파악하고 주로 규제법적 측면에서 다루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 사법적 측면에서 상사신탁의 개념을 정의하고 관련 법적 쟁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문에서는 상사신탁을 신탁 자체의 목적과 실질에 따라 파악하고 신탁의 이용목적에 따라 유형화해 보았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상사신탁에서 제기되는 주요한 법적 쟁점들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민사신탁에 기반한 신탁법과 신탁행위에 의한 규율만으로는 상사신탁에서의 법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향후 상사신탁에 대한 많은 관심과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영경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