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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재판을 대상으로 한 권한쟁의심판

    이황희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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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론

    권한쟁의심판과 법원의 재판 간의 관할경합 문제는 권한쟁의심판 분야의 오랜 난제 중 하나였다. 동일한 문제를 지방자치법상 소송(제169조 등)이나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도 있고 권한쟁의심판으로 다툴 수도 있는 상황이 존재해, 법적 판단의 혼선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작년에 선고된 공유수면 매립지에 관한 사건(2015헌라3)에서도 관할경합 문제가 기저에 놓여 있었다. 본고는 헌법재판소법(이하 '법') 규정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에 법원의 재판이 포함된다고 본다면,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이하에서는 이 해석론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포함해 관할경합 문제의 구체적 해결방안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졸고,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권한쟁의심판", 저스티스, 제183호(2021. 4.)를 참고하기 바란다. 본고는 이 논문의 'Ⅲ.'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Ⅱ. 실정법 해석론

    법은 법원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되고, 법원의 적극적·소극적 작용이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됨을 인정하면서도, 헌법소원심판에서처럼 법원의 재판에 대한 예외적 취급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다(제61조 이하).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에 의해 다른 기관의 권한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본격적으로 심사한 사례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론 설시를 통해 법원의 재판이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에 해당함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법 제61조 제2항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려면,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존재하여야 한다. 여기서의 처분은 입법행위와 같은 법률의 제정과 관련된 권한의 존부 및 행사상의 다툼, 행정처분은 물론 행정입법과 같은 모든 행정작용 그리고 법원의 재판 및 사법행정작용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공권력처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2005헌라4)." 이는 앞서 본 현행법의 상황에 어긋나지 않는 해석으로 보인다.


    Ⅲ. 반론과 그 검토
    1. 재판소원 금지조항에 근거한 반론과 그 검토

    위 해석에 관하여 제기될 수 있는 몇 가지 반론을 살펴본다. 먼저, 위 해석은 재판소원을 금지한 법조항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법률조항의 문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약점이 있다. 법은 헌법소원심판과 달리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에서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있지 않은 까닭이다.

    2. 재판작용의 특성에 근거한 반론과 그 검토

    다음으로, 실정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이라는 기관의 특성상 재판작용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①법원은 분쟁해결기관일 뿐 국가의사형성에서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므로 다른 기관과의 관계에서 권한분쟁을 겪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 ②법원이 분쟁의 주체가 될 경우 사법기능의 독립성 등이 훼손될 수 있는 점, ③법원의 재판을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한 헌법 제101조의 취지에 반하는 점, ④법원과 다른 기관과의 권한분쟁을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얻는 이익과 그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비교할 때 후자가 더 큰 점을 주요한 이유로 제시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약점이 있다. ①논거는 권한쟁의심판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형성된 객관적 권한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반응적 역할에 의해서도 그와 같은 권한질서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반론이 가능하다. 재판작용에 의해 다른 기관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②논거는 다른 기관이 권한을 행사해 법원의 재판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법원이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그 침해를 물리칠 수 있지만, 역으로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해 다른 기관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에는 그 기관이 이를 수인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이와 같은 상황은 권력분립 및 균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보인다. 또 후술하듯이 권한쟁의심판에서 법원의 재판을 취소할 수 있는 입법례도 있는데, 이러한 국가에서 사법기능의 독립성 등이 저해된 것인지도 의문이다. ③논거에 따른다면, 입법행위와 행정행위를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헌법 제40조와 제66조 제4항에 위배될 터인데, 이렇게 되면 권한쟁의심판의 존재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지 문제될 것이다. ④논거의 경우, 관점의 차이에 따라 형량의 결과는 반대로 나올 수 있다. 만약 형량을 통해 법원의 재판을 권한분쟁의 심판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된다면, 법 제68조 제1항처럼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같은 문구를 같은 법 제62조 등에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 해법이다.

    3. 입법자의 추정적 의사에 근거한 반론과 그 검토

    입법자의 추정적 의사에 근거한 반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입법자의 태도에 비추어 권한쟁의심판에서도 동일한 입법자의 의사를 추정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자의 의사가 반드시 그렇게 추정되어야 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헌법소원심판과 권한쟁의심판은 그 취지가 다르므로 소송의 내용과 대상을 서로 달리 정할 수 있는 까닭이다.

    예컨대, 법원의 재판에 관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태도를 비교해 보자. 독일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대표적인 국가이지만 권한쟁의심판에서는 연방최고재판소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연방최고재판소는 실정법상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Art. 93 GG, §63 BVerfGG), 법해석상으로도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연방최고재판소는 연방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있어서 헌법적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요컨대, 독일은 헌법소원심판과 권한쟁의심판에서 법원의 재판을 취급하는 방식이 상이한바,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심판에서만 대상이 된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상황은 다르다. 독일과 달리, 헌법소원심판에서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지 못하는 반면, 권한쟁의심판에서는 법원을 당사자로 인정하면서(Art. 138 B-VG) 법원의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는 권한쟁의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조치들(Akte)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조항을 두고 있고(제51조),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서 말하는 '조치'에 법원의 판결이 포함된다고 봄으로써 권한쟁의심판을 통한 판결의 취소가능성을 마련했다. 이 조항은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가 설립되었던 1920년 무렵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상반된 내용의 법원 판결이 이미 확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실질적인 효력을 가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오스트리아인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25년 위 헌법재판소법 제51조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는 법원의 확정판결을 포함해 헌법재판소가 권한분쟁에 관한 자신의 결정에 반하는 제반 조치들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모순 없이 실현되도록 만들었다. 요컨대, 오스트리아 역시 헌법소원심판과 권한쟁의심판에서 법원의 재판을 취급하는 방식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두 심판의 기능상 차이 때문일 것이다. 헌법소원심판의 주된 관심이 주관적 권리보호에 있다면 권한쟁의심판의 그것은 객관적 권한질서의 보장에 있다. 헌법재판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는 어느 기능에 방점을 두느냐에 좌우되며, 그에 따라 두 심판제도의 내용이 상이해 질 수 있다. 두 심판이 법원의 재판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Ⅳ. 우리의 법규정과 실무례상의 가능성

    우리에게는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법 제51조와 같은 조항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법 제66조 제2항이 그와 매우 유사하게 기능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법 제66조는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심판의 대상이 된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하도록 하면서, 그와 함께 헌법재판소는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권한쟁의심판에서는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를 판단하는 문제와 해당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하는 문제를 모두 심판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실무례도 마찬가지이다(98헌라4 등).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는 법원과 다른 기관 간의 권한쟁의심판에서 권한분쟁을 야기한 문제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그 권한침해의 원인이 되는 판결을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Ⅴ. 결론

    본고에서는 헌법재판소법을 문언 그대로 해석해 법원의 재판을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으로 본다면 헌법재판소와 법원 간의 관할경합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본고의 결론이 우리 헌법재판실무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껏 비어 있던 부분을 채우려는 한 조각의 논의로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황희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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