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법률정보

    연구논단

    복종과 상명하복이 언급되는 국가와 사회가 근대적인가?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72510.jpg

    Ⅰ. 처음에-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공무원의 복종의무

    국가공무원법의 제정 당시(1949년 8월 12일) 제29조가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단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처음부터 공무원의 복종의무가 천명되어 지금(현행 국가공무원법 제57조)에 이르고 있다. 다만 의견진술권은 1963년 4월 17일에 종전 국가공무원법을 폐지하고 새로이 제정된 국가공무원법(제57조)에서부터 삭제되었다.

    복종(Obedience)개념에는 무조건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자신의 신념이나 희망에 합당하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타인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21세기 정치학대사전). 현대사회의 근본원칙은 활동에서의 자율이다. 행동에서 개인의 자율의 보장은 시민사회의 핵심적 가치이고, 근대법질서의 근본 바탕이다. 개인의 주체적 자아를 무시하는 복종의무가 법제도로 존재하기에, 봉건적 뉘앙스를 지닌 상명하복의 체제는 공조직을 넘어서 어느 조직에서나 당연히 통용된다고 여겨진다. 복종의무의 존재는 공조직을 넘어 우리 공동체 전체에 대해 전근대적인 문화를 낳는다(상론은 이계수, 민주법학 제40호 2009, 125면 이하).


    Ⅱ. 복종(준수)의무의 근거

    비단 공조직이 아니라 하더라도, 조직의 위계질서에서 복종의무의 존재는 당연하게 여겨지나, 섬세한 고찰이 필요하다. 국가 및 국가의사를 결정하고 표시하는 행정청(독임제하에서는 행정청의 장, 합의제하에서는 행정기관 그 자체)은 자신의 활동에 대해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므로, 당연히 그 소속 직원의 활동에 대해 지시와 명령을 할 수 있으며, 소속 직원은 그에 따라야 한다. 직업공무원제를 택한 이상, 조직에서 소속원은 상관(상사)의 지시·명령을 따라야 한다. 만약 복종의무가 없다면, 행정각부의 장을 비롯한 행정의 민주적 통제란 공허해진다. 따라서 복종의무는 전체적으로 민주주의 및 법치국가원리 그리고 국가책임의 파생이라 할 수 있으며, 국가의사와 국가지배간의 귀속관계의 필수적인 구성요소이다(Brinktrine/Schollendorf, BeckOK Beamtenrecht Bund, 14. Edition, 2019, §62 Folgepflicht Rn.1).


    Ⅲ. 복종의무의 연원

    독일에서의 상황을 보면, 독일 프로이센 일반주법(PrALR) 제10편 제2조에 의해 군인과 군무원에 대해 '특별한 충성과 복종'이 과해진 다음(군인 및 군무원은 일반적인 신민(臣民)의무 이외에, 국가원수에 대해 특별한 충성과 복종을 해야 한다), 1873년의 제국공무원법에 제국의 모든 공무원은 황제의 명령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는 식으로 복종의무가 채용되었고, 바이마르 헌법하에서 '상관에 대한 충성과 복종의 의무'가 통용됨으로써, 공무원의 복종의무가 공무원법의 전래적인 원칙이 되었다. 한편 복종의무와 관련해서 실정법상으로 현행 독일 연방공무원법 제62조와 공무원신분법 제35조는 표제로 '직무명령준수의무(Folgepflicht)'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지시(직무명령)의 구속성이다. 그런데 그들의 경우 군인신분법제11조는 여전히 '복종의무(Gehorsam)'를 규정한다. 일본의 경우 현행 일본 국가공무원법은 '상사의 명령에 따를 의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1887년(메이지 20년)에 만들어진 '관리복무기율(官吏服務紀律)' 제2조는 "관리는 장관의 명령을 준수하여야 하고, 단 그 명령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1882년(메이지 15년)에 일왕(천황) 자신이 군인의 대원수(大元帥)임을 전제로 하여 다섯 개 항의 행동강령을 과거 우리 육군 복무신조의 원형인 '군인칙유(軍人勅諭)'의 이름으로 정하였는데, 그 내용의 하나로 "군인은 예의가 발라야 한다"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하급자가 상관으로부터 명령을 받는 것은, 바로 짐(천황)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는 일왕(천황)을 정점으로 그 뜻을 전하는 관리, 그리고 복종의 대상인 신민(臣民)으로 구성된 일종의 가부장적 국가체제이어서 상관의 명령의 불복종은 바로 일왕에 대한 불복종이다. 조건을 달 수 없는 무조건적 절대 복종만이 요구될 뿐이다. 요컨대 지금 공무원과 군인의 복종의무의 원형은 1882년에 만들어진 일본의 '군인칙유'와 1887년에 만들어진 일본의 '관리복무기율'이라 할 수 있다.


    Ⅳ. 현행 복종의무 규정의 문제점

    1. 복종개념의 봉건적 성격
    복종(服從)이란 봉건적 용어가 문제된다. 민주적 법치국가에서의 공무원에게 과연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복종이란 용어는 국민 개개인을 권리주체가 아닌 공권력의 대상일 뿐이 신민(臣民)으로 설정한 관헌국가에서나 통한다. 복종의 개념에는 따를 뿐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배제된다. 그 자체가 민주적 법치국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복종 개념에 대한 정당한 비판으로 vgl. Scheerbarth/Hoffken/Bauschke/Schmidt, Beamtenrecht, 6.Aufl. 1992,§15 Ⅱ c). 영어로 '복종하다'는 obey를 의미하는데, '따르다'는 follow는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상관의 직무명령을 따르는 것을 'obey'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위계질서와 같은 조직시스템의 결과로서 공감하여 'follow' 한다고 보아야 한다. 독일의 경우 공무원법제가 비록 내용은 다르지 않지만 복종의무(Gehorsam)에 갈음하여 직무명령준수의무(Folgepflicht)란 표현을 애써 사용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예외가능성에 관한 명시적 규정의 결여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57조 복종의무규정은 그것의 일반적 예외의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않다. 직무독립성을 지닌 각종 위원회의 위원의 경우에 개별법에서 그의 직무독립성을 규정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지만, 독일의 경우(연방공무원법 제62조 제1항 제3문)처럼 일반법인 국가공무원법 차원에서 일반적 예외의 명시적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부하의 항변제도의 결여

    복종의무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바로 부하의 항변권이다. 복종의무와 관계없이 상관의 지시명령에 대해 사법적 권리구제를 강구할 수 있다고 할 때 오히려 그 복종의무의 존재를 감안하면, 조직의 문제를 대외적으로 문제 삼기에 앞서 우선 내부적 의견조정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합리적이다. 명백히 위법인 직무명령에 대해선 복종의무가 성립하지 않기에, 조직의 기능적합성의 차원에서도 상관에게 재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합리적이다. 현행 군인복무기본법 제32조(구 군인복무규율 제24조)가 일종의 항변에 해당하는 '의견건의'를 규정하고 있지만, 제정 당시(1949년 8월 12일)와는 달리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현재의 법상황은 제3공화국 시대의 산물이고 잔흔이기도 하다. 공무원의 법령준수의무의 차원에서도 항변제도의 결여는 문제가 있다. 부하가 조속하게 정당하게 항변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독일 연방공무원법 제63조 제2항은 직무명령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을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고수되는 경우에는 위 상관에게 이의제기를 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Ⅴ. 맺으면서-공무원법제의 봉건적·관헌국가적 잔흔의 조속한 제거

    복종 그 자체는 맹종일 수밖에 없다. 스탠리 밀그램 교수의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이 보여주듯이, 맹목적인 복종은 폭력적 상황을 빚을 수 있다. 관헌국가적인 권위주의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맹목적인 복종은 종종 국가적 불행을 낳기도 하였다. 생각하는 복종이나 성찰적 복종이란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개인의 주체적 자아를 부인하는 복종이란 봉건적 용어가 거리낌 없이 사용되는 상명하복의 체제에서 지배와 권력의 문화는 자연스럽다. 공무원의 복종의무의 존재는 법적 차원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군복무관계의 특수성에서 군인의 복종의무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그곳에서는 복종의무의 존재가 나름 정당화될 수 있는데, 군인복무기본법 제24조의 '명령발령자의 의무'를 독일 군인신분법 제10조처럼 매우 자세히 규정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공무원의 복종의무의 존재는 우리 공법 및 공법학의 수준의 낙후성을 증명한다. 일본 식민시대에 만들어진 우리의 근대성에 대한 발본적인 성찰이 시급하다. 공무원법제 및 군인법제의 봉건적·관헌국가적 잔흔을 조속히 제거해야 한다(김중권, 행정판례연구 제24집 제1호, 2019년 6월 30일, 277면 이하).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마세라티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