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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방송을 위한 합리적 음악 이용의 필요성

    이대희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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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작권과 집중관리제도

    저작권 집중관리단체는 저작물의 이용허락, 사용료(저작권료) 징수 및 분배, 저작권 침해 대응 등 저작권자를 위하여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곧 집중관리단체는 이용허락 등에 대하여 개별 저작권자들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고 이로 인하여 막대한 거래비용이 소요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저작권 제도를 운영하는 필수적인 존재가 된다. 집중관리단체의 효과적인 운영은 정확하게 산정(算定)한 이용내역에 대하여 사용료를 징수하고, 징수한 사용료를 공정·투명하게 분배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저작물 이용내역에 대한 '산정'은 사용료의 징수와 분배를 위한 것으로서, 어떠한, 누구의 저작물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 의하여 이용되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저작권법은 집중관리단체에 대하여 저작권신탁관리업과 저작권대리중개업 2가지를 규정하고 있다(제105조).


    2. 개별 및 포괄정산 방식

    사용료는 저작물이 실제로 이용된 바에 따라 징수하고 이를 해당 저작권자에게 분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를 위하여 모든 저작물에 대한 이용내역에 따라, 사전에 책정된 사용료에 따라 징수한 후, 해당 권리자에게 분배하면 된다(개별이용허락, 개별정산). 그런데 개별정산은 엄청난 숫자의 저작물이 존재하고, 저작물이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현실적이다. 개별정산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포괄정산(포괄이용허락, blanket license)인데, 저작권자와 이용자가 일정한 기간동안(예컨대 1년) 이루어진 이용에 대하여 한꺼번에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예컨대 저작권법 제25조의 수업목적보상금을 산정하면서 음악 1곡당 42원으로 책정·징수하는 것이 개별정산이고, 학생 1인당 연간 기준금액(일반대학 1300원)으로 책정·징수하는 것이 포괄정산이다(수업목적 저작물이용 보상금기준, 문화체육관광부고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하여 일정기간에 걸친 저작권사용료로 책정하는 것도 포괄정산의 좋은 예다.


    3. 음악저작물 관리비율에 대한 분쟁

    2014년 음악저작물 집중관리단체인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함저협)이 설립된 이후, 기존의 집중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방송사 간에, 이용허락계약서에 규정되어 있는 '음악저작물 관리비율(97%)'이라는 개념의 해석과 관련하여, 사용료에 관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관리비율'은 방송사가 이용한 음악들 중에서 음저협이 저작권자로부터 신탁받아 관리하는 비율인데, 방송사는 함저협이 새로이 등장한 만큼 음저협의 관리비율이 낮아졌다는 입장이고, 음저협은, 실질적인 계약내용인 포괄정산의 이용허락하에서는, 관리비율이 의미가 없거나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분쟁의 결과가 어떻게 판가름 나는가에 관계없이, 관리비율이라는 개념에 의하여 사용료를 산정하면, 저작권자나 이용자에게 모두 손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저작권 제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하여 방송에서 음악이 원활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분쟁대상인 관리비율은 '곡별(개별)정산' 방식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음저협의 사용료징수규정은 지상파방송사의 방송사용료를 '매출액x1.2%(음악사용료율)x조정계수x음악저작물관리비율'로 정의하면서(제16조), 관리비율을 '구체적인 이용횟수'를 파악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 다른 수치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제4조). 곧 포괄정산에 의한 이용허락계약이 합리적이고 실제로 포괄정산에 의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비율의 개념을 통하여 곡별정산의 방식을 취하도록 함으로써 분쟁이 야기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곡별정산은 저작물이 이용되는 횟수에 따라 사용료를 징수하여 분배하므로 이상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곡별정산은 현실적으로 매우 불합리하여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거나, 상당히 중요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4. 관리비율에 따른 음악이용 실측의 불가능·비효율성

    관리비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확한 이용 내역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특정 신탁관리단체가 관리하는 전세계의 몇 천만 개에 해당하는 음악저작물이, 수백 개의 채널·프로그램을 통하여, 음악방송이나 드라마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더군다나 신탁관리단체 회원의 가입·탈퇴나 신규 저작물의 추가 등으로 인하여 관리저작물은 수시로 변경되기도 한다. 신탁관리단체가 모든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여 사용내역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거래비용이 소요되므로, 정확한 사용내역을 파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거나 이론적으로나 가능하다.

    거의 모든 국가가 방송의 음악저작물 이용에 대하여 포괄정산방식을 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용료의 징수 및 분배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에서도, 공연권단체(ASCAP, BMI)가 방송국들과 포괄이용허락계약을 체결하여 사용료를 징수하고 분배한다. 한국에서 신탁관리단체와 방송사가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관리비율을 가지고 다툴 일이 아니다.

    한국의 법원도 포괄방식에 대하여 "'블랭킷 방식'에 의하여 음악저작물 사용자들의 수입 또는 매출액에 일정한 비율의 사용료율과 조정계수 등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피고의 관리저작물 일체의 사용에 관한 저작물사용료로 지급받고, 계약기간 중 관리저작물이 추가되더라도 그에 대한 사용료를 추가로 지급받지 아니하며, 관리저작물 중 일부에 대한 신탁이 종료되더라도 음악저작물 사용자들이 지급하여야 할 저작물사용료 중 음악저작물 사용료가 공제되지 않는"것이라고 설명하고, "저작물사용계약상 대상저작물의 범위 및 사용료에 관한 위와 같은 방식의 합의는 음악저작물의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집중관리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고, 사용계약 관계를 간명하게 규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합리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있다(서울고법 2013. 1. 16. 선고 2012나57455 판결).

    방송사가 '큐시트(cue sheet)'를 신탁관리단체에 제공하더라도 정확한 내역파악은 불가능하다. 큐시트를 제공하는 방송사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제공된 큐시트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으며, 큐시트는 분배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신탁관리단체가 모든 음악의 메타정보(음원 DNA)를 전자적으로 보유하여 방송프로그램을 모두 모니터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일정한 음악은 메타정보를 구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연주자나 음악의 길이 등이 조금이라도 변경되면 메타정보도 변경되기 때문이다.



    5. 징수·분배의 정의 왜곡 및 괴리 야기

    관리비율은 저작권사용료 징수 및 분배의 정의를 왜곡하고 양자 간에 괴리를 야기한다. 음악저작물이 예컨대 1)음악 전용 프로그램에서 전곡 사용되는 경우와 2)어떠한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잠깐 사용되는 경우를 고려해 보자. 정의 내지 형평의 관념이 관철되어야 한다면, 사용료는 전자에 대하여 후자보다 더 많이 징수되고, 해당 저작권자에게도 더 많이 분배되어야 한다.

    그러나 관리비율을 적용하여 사용료를 징수하면, 모든 음악저작물은, 이용되는 상황과 관계없이, 모두 동일한 가치로 취급되어 동일한 사용료가 산정?징수되므로, 징수의 단계에서 정의가 왜곡된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신탁관리단체는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저작물의 가치를 달리 취급하여 차등 분배를 하고 있으므로, 징수단계에서 모든 저작물의 가치를 동일하게 관리비율은 징수와 분배 간의 괴리도 야기한다.


    6. 방송에서의 음악저작물 이용의 개선방향

    대규모로 다양하게 음악저작물이 이용되는 방송에 있어서는 포괄정산이 불가피하고, 그 적절성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곡별정산의 전제가 되는 징수규정상의 관리비율은 포괄정산방식 체제하에서는 존재의의가 없는 것으로서 사라져야 할 개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곡별정산을 전제로 하는 관리비율 규정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규정의 개정을 유도하거나, 규정의 개정이 제안되는 경우 이를 승인해야 할 것이다.

    신탁관리단체와 방송사들도 포괄방식에 의한 이용허락계약을 전제로, 정확한 사용내역 확보를 위한 문제해결에 서로 노력함으로써, 오히려 공정하고 투명한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에 의하여 창작자인 권리자와 이용자인 방송사 모두가 음악저작물의 광범위한 이용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포괄정산방식하에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분배를 위해서 큐시트의 제작·제출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큐시트 작성·제출은 포괄이용허락을 받은 이용자의 책임이지만, 이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번거롭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ASCAP 및 BMI는 최신 기술을 이용한 시스템인 'RapidCue'를 공동 개발하여 방송사 등이 편리하게 큐시트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방송사는 여러 형태의 문서로 하나의 창구를 통하여 제출하고, 제출된 큐시트는 자동적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됨으로써, 더욱 신속·정확하게 이용내역을 파악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큐시트 제출을 위한 시스템과 산업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대희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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