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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문화재의 불법적 국제 거래에 대한 형사 책임

    주강원 교수 (홍익대 법학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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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론

    국제적인 물품 거래에 있어 문화재는 특별한 지위를 차지한다.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의 거래를 살피면 주로 식민 지배나 전쟁으로 피해를 겪었던 개발도상국에서 도난 또는 도굴된 문화재가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시장에서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 국제 사회의 협력 없이는 불법 문화재 거래의 근절이 불가능하다. 이에 국제 사회는 '1970년 유네스코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과 '1995년 UNIDROIT 도난 또는 불법 수출 문화재에 관한 협약' 등을 제정한바 있다. 이 협약들은 불법적으로 출처국에서 반출된 문화재를 당사국이나 원소유자에게 반환하기 위한 행정적·민사적 조치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 불법적인 문화재 유통의 효과적인 근절을 위하여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과 소유권의 회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문화재의 반출과 유통에 관여한 행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것 역시 실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연방법인 '도난물품법(이하 NSPA)'과 '문화재 관련 범죄에 관한 유럽 평의회 협약(이 협약은 2017년 키프로스의 니코시아에서 열린 회의에서 채택되었기 때문에 Nicosia 협약으로 통용된다. 이하 Nicosia 협약)'은 타국에서 도난당하거나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가 자국 내에 반입되어 유통되는 경우의 행위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위 법률과 협약의 주된 내용을 소개하고 우리 문화재보호법에의 시사점에 대하여 살피고자 한다.


    Ⅱ. 미국 NSPA의 주된 내용

    미국의 도난 문화재와 관련된 대표적인 연방법으로는 1970년 유네스코협약의 이행법인 문화재협약이행법(이하 CPIA)과 NSPA가 있다. CPIA는 미국 내로 불법하게 반입된 문화재의 압수와 반환 등의 조치를 다루고 있다면, NSPA는 불법하게 반출된 문화재를 미국 내로 반입하고 유통시킨 행위자에 대한 형사 책임을 규율한다. NSPA는 적용대상을 문화재로 국한하고 있지 않으나 아래의 McClain 판결 이후 NSPA는 미국 내로의 문화재의 이동을 규제하는 효과적인 법률적 수단이 되었다.


    NSPA는 기망(fraud)에 의해 도난, 변경 또는 취득된 미화 5000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재화가 국제적 상거래나 주간의 거래를 통해 미국 내에서 교환, 판매 등의 방법을 통해 유통될 경우 행위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NSPA는 일반적인 절도에 적용되는 법률로서 문화재 거래와 관련된 요건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이 법률을 문화재 거래에 적용하려할 경우 외국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반출된 문화재가 미국 내로 반입되는 경우 이를 도난당한 물품으로 취급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아울러 행위자의 인식(knowledge)이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요구되는바, 행위자가 도난당한 문화재라는 사실을 알면서 문화재를 유통시켰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역시 문제된다.

    문화재가 도난당한 물품이려면 원소유자가 적법하게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 요청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자국 내의 문화재나 유물 등에 대하여 모두 파악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발굴하여 유통시키는 행위를 도난으로 볼 수 있을지 문제된다. 이에 미국의 판례는 출처국의 법률과 NSPA를 결합하여 출처국이 국가에게 문화재나 고고학적 유물 등의 소유권을 부여하는 문화재 국유법을 시행하고 있는 경우, 그 국가에서 적법한 허가 없이 이루어지는 문화재의 반출은 NSPA의 해석상 도난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United States v. McClain 및 United States v. Shultz 판례는 문화재가 출처국의 국유로 간주되기 위하여 다음의 요건들을 확립한바 있다.ⅰ) 출처국의 관련 법률은 명시적으로 소유권에 관한 법이어야 한다. ⅱ)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률은 국내적으로 집행 가능한 것으로서 불법적인 수출 규제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 ⅲ) 대상물은 소유권을 주장하는 국가의 현재의 국경 내에서 발견되었어야 한다. ⅳ) 대상물은 법 제정 당시 그 국가에 위치하였어야 한다.

    또한 NSPA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행위자의 인식을 요하고 있는바, 미국의 판례법은 NSPA상의 도난은 보통법의 절도(larceny)만이 아니라 소유자의 재산을 박탈하는 모든 범죄적 취득(felonious taking)에 적용되며, 인식의 요건은 특정사실을 실제로 알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는 물론 의식적으로 그러한 사실을 아는 것을 회피하였음을 증명함으로써 충족된다는 입장이다(conscious avoidance doctrine). 이러한 의식적 회피의 법칙은 피고인의 인식이 요건이 되는 범죄에 있어서 ⅰ) 피고인이 문제가 된 사실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ⅱ) 의식적으로 진실을 확인하는 것을 회피하였다면 인식의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의식적 회피의 존재는 의도적인 무시(deliberate ignorance)나 진실을 아는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목적(conscious purpose)을 증명함으로써 족하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뉴욕주 법원은 ⅰ) 매매가가 시장 가격보다 확연히 낮거나, ⅱ) 매도인과 매수인간 협상이나 판매의 과정이 이전의 거래와 다르거나, ⅲ) 매수인이 매도인의 금전적 어려움을 알고 있었거나, ⅳ) 매수인이 매도인의 소유권을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문화재 거래에 있어 위험신호(red flag)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Ⅲ. Nicosia 협약의 주된 내용

    Nicosia 협약은 다양한 유형의 불법적 문화재 거래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고자 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국제 협약이다. Nicosia 협약은 당사국들이 협약의 주요 내용을 각국의 형사법 체계내로 수용함으로써 효율적으로 국제적인 문화재 범죄를 예방·근절함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약탈, 밀거래, 최종 판매, 매수 등 문화재 거래의 모든 단계에 형사 책임을 묻고 있다.

    Nicosia 협약은 문화재의 절도와 횡령, 위법한 문화재 발굴 및 보유, 도난당하거나 위법하게 수출된 문화재의 수입, 위법한 문화재의 수출, 도난당하거나 위법하게 발굴·수입·수출된 문화재의 취득과 판매, 출처 관련 문서의 위·변조, 문화재의 파괴·훼손 등의 행위를 문화재 관련 범죄로 규정하고, 당사국에게 이러한 행위를 형벌이나 행정 처분 등으로 제재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당사국은 문제되는 행위가 ⅰ) 그 국가의 영토 내, ⅱ) 그 국가의 국기를 게양하는 선박의 선상 또는 ⅲ) 그 국가의 법에 따라 등록한 항공기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ⅳ) 그 국가의 국민에 의해 행해진 때에 관할을 가진다. 그러나 해당 국가에게 실제로 특정 사건을 소추하고 심리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

    국제적 협력과 관련하여 협약은 당사국들이 문화재 관련 범죄와 관련하여 압수와 몰수 등의 수사와 기타 형사 절차를 위하여 협조하여야 함을 선언하고, 문화재 관련 범죄의 예방을 위한 국제적 협력 차원의 조치로서 당사국들은 ⅰ) 자국 내에서 발견된 문화재 관련 범죄의 대상인 문화재의 식별·압수·몰수와 관련하여 협의하고, 정보를 교환하여야 하고, ⅱ) 자국의 문화재 목록과 DB를 공유함으로써 문화재의 밀거래에 관한 국제적 정보를 구축하는데 기여하여야 하며, ⅲ) 불안정하거나 분쟁의 시기에 문화재를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협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불법적인 문화재 거래의 근절에 있어 국제적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고려할 때 문화재 거래의 각 단계에 있어 불법적인 요소를 명시하고 수사와 기소 및 재판 단계에서의 국제적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Nicosia 협약의 취지는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수의 국가만이 가입하여 실효적인 국제 규범으로서 자리 잡지 못한 현 상태에서 Nicosia 협약은 문화재의 보호와 보존을 위해 국제 사회가 기울여야 할 형사 절차 공조에 관한 일응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Ⅳ. 결론

    미국 연방법에 의하면 출처국에서 적법한 허가 없이 반출된 외국문화재가 미국 내로 반입되어 유통되는 경우 CPIA에 따른 문화재의 압수 및 반환 조치는 물론 NSPA에 의해 반입 및 유통 관련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또 Nicosia 협약은 각종 문화재 관련 범죄를 거래의 각 단계별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어 1970년 유네스코 협약과 1995년 UNIDROIT 협약의 민사 및 행정적 조치와 결합할 때 문화재의 불법적 국제 거래 근절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이 중 타국에서 도난 또는 위법하게 수출된 문화재의 수입과 국내에서의 판매와 취득에 대한 형사책임에 관한 Nicosia 협약의 규정은 추후 문화재보호법의 개정을 위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 거래의 특성상 국외 반출로부터 우리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데 초점을 맞춘 우리 문화재거래법의 협소한 규율은 실효적인 규제가 되기 미흡하기 때문이다.


    주강원 교수 (홍익대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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