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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완전자회사 부당지원행위와 경제적 동일체

    이황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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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론

    상법 제169조는 '회사'를 '법인'으로 정의하고 판례 역시 법인격을 기준으로 개별 사업자의 정체성을 파악한다('법인격 독립론'). 공정거래법도 보통 사업자들이 서로 분리·독립한 것으로 전제한다. 예컨대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및 부당공동행위 금지제도는 복수의 사업자 간에 이루어지는 거래합의를 규제한다. 그런데 모자회사 간에는 지분과 경영상 특별히 긴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원칙을 관철시키기 곤란할 수 있고, 완전모자회사 간 부당지원행위에서 더욱 문제될 수 있다. 상세한 논증은 '서울대학교 법학' 제62권 제3호(2021.9.)에 실린 '완전자회사 부당지원행위와 경제적 동일체'를 참조하길 바란다.


    2. 완전모자회사 간 관계에 대한 국내외 공정거래법

    미국, 유럽, 일본 등 경쟁법에서는 법인격이 다르더라도 경영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등 경제적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하나의 사업자로 간주하는 이른바 '경제적 동일체(a single economic entity)' 이론이 정립되어 있다.

    우리 공정거래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기준'이 모자회사 간 간이심사제도를 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경제적 동일체 이론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완전모자회사에 관하여는 더욱 그러하다. '공동행위 심사기준'에서는 부당공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2 이상의 사업자'에 관하여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의 행위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면서 완전모자회사를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로 인정하여 그러한 취지가 더욱 분명하고, 실무상으로도 그러하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4조 제3항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당해사업자와 그 계열회사는 이를 하나의 사업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학계에서는 이 규정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있어서 경제적 동일체 이론을 입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100% 자회사로서 시장경쟁에서 독자성이 없는 경우라면 원칙적으로 모회사와 하나의 경제적 동일체(a single economic entity)로 취급하는 것이 국내외 공정거래법에서 대략 일치된 법리라고 할 수 있다.


    3. 부당지원행위에서 완전모자회사 간 관계에 대한 법리

    우리 공정거래법에서는 유독 부당지원행위에 관하여 앞에서 본 경쟁법 일반원리와 다른 판례상 법리가 형성되었다. 즉 대법원은 모회사와 완전자회사가 서로 '별개의 독립한 거래주체'이고 완전자회사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다른 회사'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거의 확립한 것으로 보인다. 지분율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보통의 모자회사 경우에 대하여는 말할 것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와 같은 입장에서 오랜 기간 법집행에 임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항상 옳은 것인지에 대하여는, 완전모자회사의 경제적 실체와 관련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

    판례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금까지 완전모자회사 관계가 문제된 경우는 사안이 단순하고 비슷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즉 대개가 100% (또는 대부분) 자회사가 자본잠식 등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게 되자 모회사가 지원에 나서고, 그 결과 자회사의 시장퇴출을 막는 등 관련시장에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한 경우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심결례는 대법원 판례상 법리를 현재까지 부당지원행위의 모든 유형에 일률적으로 적용해왔다. 특히 최근 사건에서 퇴출 가능성이 있는 자회사를 인위적으로 존속시킨 경우 100% 모자회사 관계라 하더라도 시정조치한다는 의지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을 보면, 앞으로도 이러한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 소견으로 이와 같은 법리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경제적 동일체성이 인정되는 완전모자회사 간에는 내부적으로 지원주체의 손해와 지원객체의 이익의 교환이라는 부당지원행위의 기본구조가 결여되기 때문이다. 외부적으로도 지원객체를 통해 발현되는 경쟁제한효과나 경제력집중이 지원주체가 도운 결과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신의 능력제고를 통한 성과로 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내부 및 외부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지원행위의 위법성 판단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물론 완전모자회사라도 그 실체에 다양한 변종과 대내외 관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항상 경제적 동일체인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사안의 개별적 사실관계와 특성을 살펴 달라질 수 있는 실질을 구체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크다. 그럼에도 부당지원행위 전체에 걸쳐 일률적으로 그 차이를 무시하는 것은 문제로 본다. 나아가 기업조직 내지 사업활동의 자유 차원에서도,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판매, 인력관리, 보건위생 등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 중 일부를 내부의 사업부서가 맡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100% 자회사를 두어 따로 수행하도록 할 것인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으로 경제적 동일체성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 부당공동행위 관련 모자회사 간 경제적 동일체성 여부에 대한 미국, 유럽과 국내 경쟁법의 대체적 이론은 '개별적 판단설'이다. 모자회사 간 지분이나 지배·종속성 등 관계나 결합의 정도, 자유로운 경쟁의 여지, 공동의 전략적 의사결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 이들 간 실제 관계가 어떤지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미국 1984년 Copperweld 판결이 채택하고 일본에서도 중시하는 완전한 이해관계의 일치(complete unity of economic interest)나 유럽 판례상 결정적 영향력(decisive influence) 여부 등이 기준이 될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완전모자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제적 동일체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완전모자회사의 경제적 동일체성을 인정하더라도 지원주체 요건을 부정하여 지원행위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판례변경이 필요하여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따라서 경제적 동일체성은 주관적 지원의도나 객관적 부당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지원주체와 지원객체의 관계나 경제적 효과 귀속 등 내부관계와 경쟁제한효과 또는 경제력집중 우려 등 외부효과를 고려하는 방법으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와 같은 법리의 필요성과 구성은 사실 종래 대법원의 부당지원행위 관련 판례상 법리에 실질적으로 이미 제시되어 있다. 판례들이 완전모자회사가 경제적 동일체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반드시 필요한 고려요소들을 지원의도 내지 부당성 단계에서 고려하라고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4. SPP조선 판결과 시사점

    최근 대법원의 SPP조선 판결(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은 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부당지원행위 관련 형사사건에서, 일부 지원행위는 기업집단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아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완전모자회사 또는 그에 가까운 모자회사 간 지원행위가 문제되는 경우 ① 계열회사들이 실체적 측면에서 결합되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에 있는지, ② 지원행위가 계열회사들의 공동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지, ③ 지원할 회사의 선정이나 지원 규모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지, ④ 지원행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행되었는지, ⑤ 지원하는 회사가 그에 상응한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주와 법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전제로 1인회사의 1인주주도 형법상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선언한 판례(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도2330 전원합의체 판결 등)와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1985년 로젠블룸 원칙(Rozenblum Doctrine)의 취지를 상당히 수용한 것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SPP조선 판결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관하여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적어도 종래 법인격 독립론이 경제적 동일체의 실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때에는 예외적으로 경제적 동일체성을 반영할 가능성을 개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요청을 외면하고 모든 사안에 대하여 기계적으로 법인격 독립론을 유지하고 경제적 동일체성에 대한 실질적 검토를 외면하는 것은, SPP조선 판결이 탄생한 경위나 사안 등에 비추어볼 때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5. 결론

    완전모자회사 간 지원행위의 위법성 판단에서는 사안의 성격에 따라 내부 및 외부관계에서 경제적 동일체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동일체성이 인정된다면, 이를 지원행위의 성립단계가 아닌 지원의도 내지 부당성 판단단계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이미 부당지원행위 관련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경제적 동일체성에 대한 고려가 부당지원행위의 병폐를 허용하는 의미로 악용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황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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