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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빅 데이터 보호와 유명인의 퍼블리시티 보호를 인정한 새로운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소고

    박준석 교수 (서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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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설(새로운 부정경쟁방지법의 관련 내용 등)

    4차산업혁명·인공지능 시대와 관련된 빅 데이터 등 데이터 보호문제 그리고 한국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던 퍼블리시티권 보호문제, 이렇게 극히 중요한 이슈들을 모두 포함한 개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 2021년 11월 11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법에서는 제2조 제1호에 열거된 부정경쟁행위, 즉 '일반 부정경쟁행위'의 대상으로 ① 새로운 카목에서 약칭 '데이터산업법'상의 데이터 중 소정요건을 갖춘 데이터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② 신설 타목에서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구 카목(타인의 성과물 차용금지 조항)은 이제 '파목'이 되었다.

    데이터 보호문제와 퍼블리시티권 보호문제는 사실 그 연혁이나 논의내용이 종전까지 서로 전혀 다른 것들이다. 그럼에도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의 일부로 동시에 포섭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맹렬하게 확장·급변 중인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의 모습을 상징한다. 공교롭게 필자는 데이터 보호문제의 경우 우리 부정경쟁방지 법제로 보호할 것을 처음 제안했었고(이하 관련 설명은, 졸고 '지적재산권법에서 바라본 개인정보 보호', 정보법학, 2013. 12. 및 '빅 데이터 등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지적재산권법 차원의 보호가능성', 산업재산권, 2019. 1. 각 참조), 퍼블리시티권 보호문제의 경우도 민법상 인격권의 일부나 저작권 유사 권리가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가 타당하다는 입장에 동참했었다(이하 관련 설명은, 졸고 '퍼블리시티권의 법적 성격', 산업재산권, 2009. 12. 및 '인격권과 구별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지에 관한 고찰', 서울대 법학, 2015. 12. 각 참조). 필자의 오랜 주장들과 대체로 일치하는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내용을 환영하지만, 각론에서 일부 우려되는 점이 있어 이 글을 적는다.


    2. 빅 데이터 등 데이터 보호에 관한 카목 입법의 분석

    "데이터는 (21세기의) 새로운 석유다"라는 유행어처럼 빅 데이터 등의 무한한 가치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대체로 시장의 자율에 맡긴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유럽연합은 이미 2017년에 '데이터 경제'를 구축한다면서 빅 데이터 작성자에게 데이터 소유권(data ownership)을 인정할지 적극 검토했었다. 하지만 소유권 같은 배타적 독점권 부여방식은 데이터의 폭넓은 유통에 너무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정적 견해가 결국 받아들여졌다.

    데이터에 배타적 독점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무리라면 조금 완화된 수준의 보호방식은 어떨까? 일본은 2018년 부정경쟁방지법 안에 세계 최초로 여겨지는 독특한 데이터 보호규정을 신설하였다. 특허권·저작권 같은 배타적 독점권 부여 방식이 아니라 제한적으로 일정한 부정경쟁행위의 배제를 구할 수 있을 뿐인 소극적 보호방식이 부정경쟁방지법의 독특한 특징이고, 우리 부정경쟁방지법 역시 그런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입법자는 사실상 일본의 위 입법 내용을 대부분 수용하여 새로운 카목을 신설하였다.

    이런 카목을 평가하자면, 빅 데이터 작성자에게 지재권 차원의 보호를 부여함으로써 빅 데이터 작성을 촉진할 유인책이 조기에 마련되었다는 점, 배타적 독점권 대신 부정경쟁방지법 특유의 소극적 보호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훨씬 신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무척 긍정적이다.

    하지만, 영업비밀 침해행위 규율을 변형한 일본 입법자의 태도를 그대로 추종한 부분은 잘못되었다. 빅 데이터가 영업비밀로만 간직되는 현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보호 시스템 하에서 빅 데이터가 널리 유통·이용되도록 유인하는 데 카목의 입법목적이 있는 이상, 그것과 질적으로 전혀 다르며 충돌하는 목적을 가진 영업비밀 침해행위 규율을 모방한 것은 올바른 접근방식이 아니다. 우리법은 '일반 부정경쟁행위'와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명확히 구별하여 ㉠ 법률 정식명칭에의 반영, ㉡ 독립된 장(章) 할당, ㉢ 구제수단의 구체적 차이 등에 각각 반영하고 있지만, 일본법은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널리 부정경쟁행위의 일부로 취급하기 때문에 위 ㉠ 내지 ㉢ 등에서 우리법과 큰 차이가 있다. 즉, 영업비밀 침해행위 규율을 변형해서 새로운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는 방법은 일본법에서와 달리 한국법에서는 체계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우리 입법자가 간과했다.


    3. 유명인의 퍼블리시티 보호에 관한 타목 입법의 분석

    '특정인의 성명·초상 등을 경제적(영리적)으로 적극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한국 법제에서는 인격권(초상권)의 일부 내용에 불과하다는 견해(편의상 '㉮ 견해'라고 함, 주로 민법학자들의 입장)와 인격권에서 독립된 별개 권리라는 견해('㉯ 견해', 주로 지재권학자들의 입장)의 대립이 아직 진행 중이다. 나아가 ㉯ 견해 내부에서도 그것이 저작권 유사의 권리라는 견해('㉰ 견해')와 부정경쟁방지법 차원의 보호여야 타당하다는 견해('㉱ 견해')의 대립이 있다. 이런 복잡한 논란의 실체는 앞서 언급한 졸고들의 논의로 갈음하되 이하에서는 편의상 '인격권(초상권)'이 아닌 '퍼블리시티(권)'으로 호칭한다. 필자가 동참한 위 ㉱견해에서 살펴보면 타목 신설은 다음과 같이 획기적인 의미가 있다.

    첫째, 위 ㉱견해에서는 일반조항인 구 카목(타인의 성과물 차용금지 조항)을 근거로 삼아 퍼블리시티권 보호가 충분히 가능함을 주장했었고 실제로 대법원 2020. 3. 26.자 2019마6525 결정에서는 BTS의 화보집 무단발행 행위를 카목 위반행위로 의율했는데, 타목은 특정 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유명인의 퍼블리시티 보호 전반에 대해 구 카목의 법리를 안정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개정 관련 입법자료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전문위원 박철호), 체계자구 검토보고서, 2021. 11. 9. 회의상정자료, 5면 참조}. 일반조항인 구 카목에서 퍼블리시티 보호 부분을 특별조항으로 분화시킨 것이 타목임은 두 조문 문구를 비교해도 분명하다.

    둘째, 유명인의 퍼블리시티 보호를 구 카목보다 더 분명하게 규정한 타목 신설로 물권법정주의 위반을 내세워 ㉱견해 등을 공격하던 비판론은 한층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다만, 타목 입법에서도 약간 우려할 만한 점이 있다. 조문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개정 관련 입법자료들의 취지는, 타목의 보호가 언제나 양도불가능하다고 잘못된 이해를 전제한 듯하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보호라도 제한적인 양도성을 가지고 있다. 가령 당해 표지를 사용하고 있는 영업의 실체와 더불어 양도되는 것은 가능하다. 타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4. 결어 -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의 급변과 바람직한 발전 방향 -

    부정경쟁방지법은 한국의 지재법 중에서 가장 맹렬하게 확장 중인 법률이다.

    먼저 '일반 부정경쟁행위'의 경우, 총 13개 목 중에서 무려 8개 목(다목·사목·아목·자목·차목·카목·타목·파목)이 불과 20년 전쯤인 2001년 2월 3일 개정 이후 신설된 조항들이다. 카목과 타목을 비롯해 근래에 추가된 보호대상들은 전혀 별개의 입법에서 다루어도 될 정도로 아주 다채로운 대상들을 망라한다. 한편 일반조항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파목(구 카목) 관련 다툼이 부정경쟁방지 사건을 넘어 저작권 등 지재권 사건 전반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경우, 국내외에서 특허사건 못지않을 정도로 사건숫자나 중요도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기술 개발 수준이 점점 세계 정상급에 다가갈수록 기술경영적 판단과정에서 특허보호가 아닌 영업비밀 보호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자세히는, 졸고 '우리법상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비교론적 고찰', 산업재산권, 2012. 8, 26~28면 참조). 좋은 최신 사례가 미국 ITC를 무대로 약 2조원 규모의 합의가 이루어진 LG 대 SK의 전기차 배터리 분쟁이다.

    급변 중인 부정경쟁방지법의 발전방향에 관해 혹자는 '일반 부정경쟁행위'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유사성, 공정한 경쟁질서의 객관적 확립을 목적으로 시정권고(시정조치)같은 공법적 구제가 인정되는 점 등을 근거로 공정거래법과의 더 긴밀한 연계, 심지어 두 법의 통합을 주장한다. 하지만 큰 맥락을 완전히 잘못 짚은 견해라고 본다(자세히는 졸고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의 법적 성격', 산업재산권, 2021. 10, 407면 이하 참조). 공법인 공정거래법 쪽이 아니라 정반대 방향인 민법과의 유기적인 역할분담에 더 신경을 써야 옳다. 일반조항인 파목과 일반불법행위 법리와의 관계, 파목에서 파생된 타목과 인격권 보호와의 관계 정립이 부정경쟁방지법의 미래를 좌우할 진정한 과제라고 보는 것이다.


    박준석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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