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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유럽 저작권 코드 제5-5조에 비추어 본 한·일·중 저작권법의 권리 제한에 관한 '보충적 일반규정' 입법형식의 유사성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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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처음에

    우리 저작권법 제35조의5 (2020년 5월 26일까지 제35조의3) 제1·2항은 국제조약의 3단계 테스트(제1항 후단)와 미국 저작권법의 공정이용(fair use) 조항의 4가지 고려요소(제2항)를 하나의 조문 아래 결합한 독특한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제1항 상단은 한정 열거된 권리제한규정(제23조~제35조의4, 제101조의3~제101조의5)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제35조의5에 해당하면 추가적(즉 보충적)으로 권리제한이 된다. 그래서 제35조의5 조항을 '보충적 일반규정'이라 부른다.

    최근 일본과 중국 저작권법에도 '보충적 일반규정'으로 부를 수 있는 권리제한규정(들)이 신설되었다. 2018년 개정된 일본 저작권법 제30조의4, 제47조의4, 2020년 개정된 중국 저작권법 제24조의 본문 단서 및 '제13번째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 일본, 중국의 이들 권리제한규정은 3단계 테스트(three step test)와 결부된 '보충적 일반규정'이라는 점에서 그 입법형식이 유럽 저작권 코드(European Copyright Code) 제5-5조와 유사하다.


    Ⅱ. 유럽 저작권 코드 제5-5조의 입법형식

    유럽 저작권 코드는 유럽 차원에서 저작권법의 조화와 통일을 위한 모델로서 2010년 4월 26일 제안되었다. 그 중 제5장 권리제한은 Dreier 교수와 Hilty 교수가 작성한 것으로 권리제한을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규정한다. 즉 제5-1조(경제적 의미가 경미한 이용), 제5-2조(표현 및 정보의 자유를 위한 이용), 제5-3조(사회적, 정치적 및 문화적 목적을 촉진하기 위한 이용), 제5-4조(경쟁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을 위한 이용)의 4가지 유형이다.

    그런데 이러한 4가지 유형의 개별적 권리제한규정과 함께 권리제한의 일반조항으로서의 성격을 가진 '그 밖의 제한(Further limitations)'에 관한 제5-5조를 두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제5-5조는 "{그 밖의 이용으로} 제5-1조 내지 제5-4조의 개별제한규정에서 열거된 이용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comparable)[중괄호는 필자 주, 이하 같음]으로서 관련한 제한규정의 대응요건을 충족하고, 그 이용이 해당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지 않으며,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고 저작자 또는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지 아니할 것'을 규정한다. 제5-5조는 '3단계 테스트 plus 그 밖의 사유'라는 입법형식으로 구성되어 한정 열거된 제한규정을 보충하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보충적 일반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저작권 코드의 권리제한에 관한 주석에서는 '제5장은 영미법 방식의 개방형 일반조항(open-ended)의 권리제한 시스템과 대륙법 방식의 한정열거 방식의 조합'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권리제한이 필요한 모든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에 따라 권리제한의 접근방법에 유연성(flexibility)을 고려한 것이다. 이는 '유럽형 공정이용(fair use)' 또는 '소극적인 공정이용 규정(modest fair use exception)'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김병일 '유럽연합에서의 저작권법 개혁에 관한 논의', 계간 저작권, 한국저작권위원회, 2015 봄호 참고).


    Ⅲ. 일본과 중국 저작권법에서 '보충적 일반규정'의 입법형식
    1. 2018년 개정 일본 저작권법의 '보충적 일반규정'

    일본에서는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 공정이용(fair use) 조항의 도입에 대해 2007년까지는 부정적인 입장이 대세를 차지하였다(中山信弘, 著作權法(初版), 有斐閣, 2007, 309~310頁). 그런데 中山교수가 2008년부터 fair use 조항의 도입에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하면서 이를 도입하자는 입법론이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2012년 및 2020년 개정에서도 일본판 fair use 조항은 채택되지 않았고 한정열거방식의 권리제한규정을 추가하는 것에 그쳤다. 다만, 아래에서 보듯이 2020년 개정 일본 저작권법에는 '보충적 일반조항'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규정들이 도입되었다.

    2018년 개정 일본 저작권법은 권리제한규정을 3가지 층으로 유형화하였다. 제1층은 저작물의 본래적인 이용이 아니고 또한 권리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다고 평가되는 유형으로 권리자의 이익을 통상적으로 해하지 않으므로 유연성이 높은 규정이 해당된다. 제2층은 저작물의 본래적인 이용이 아니고 또한 권리자에게 주는 불이익이 경미한 행위유형이므로 상당 정도 유연성이 있는 규정이 해당된다. 제3층은 권리자의 시장과 충돌하는 경우이지만 공익적인 정책 실현 등을 위해 저작물의 이용이 기대되는 유형으로 종래의 권리제한규정이 주로 해당된다(中山信弘, 著作權法, 第3版, 有斐閣, 2020, 351頁).

    2018년 개정 일본 저작권법의 권리제한규정 중 제1층에 해당하는 것이 제30조의4 및 제47조의4 규정이다. 제1층은 3단계 테스트에 합치되는 것을 의미한다. 제30조의4에는 '본문에 의한 보충적 일반규정'(다음에 열거하는 경우(=제1호 내지 제3호를 말함-필자 주, 이하 같음), {그 밖에} 해당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 또는 감정을 스스로 享受하거나 타인에게 享受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과 '단서 제3호에 의한 보충적 일반규정'(앞의 제1호, 제2호에서 열거하는 경우 {이외에}…)이 마련되어 있다. 제47조의4 제1항에도 '본문에 의한 보충적 일반규정'(다음에 열거하는 경우(=제1호 내지 제3호를 말함), {그 밖에 이것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저작물의 전자계산기에서의 이용을 원활하게 또는 효율적으로 행하기 위하여…부수적으로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이 있고 同條 제2항에도 '본문에 의한 보충적 일반규정'(다음에 열거하는 경우(=제1호 내지 제3호를 말함), 그 밖에 이것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저작물의 전자계산기에서의 이용을 행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거나 또는 해당 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이 마련되어 있다.

    정리하면, 일본 저작권법 제30조의4 규정 및 제47조의4 규정은 '3단계 테스트 plus 그 밖의 사유'라는 입법형식으로 구성된 '보충적 일반규정'인 것이다.

    2. 2020년 개정 중국 저작권법의 '보충적 일반규정'

    2020년 개정 중국 저작권법 제24조 본문의 단서 및 '제13번째 상황'은 '보충적 일반규정'을 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제24조 본문은 '다음의 각 항의 상황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3단계 테스트 중 1단계 '일부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 아울러 본문의 단서 '해당 저작물의 정상적인 사용에 영향을 끼치거나 저작자의 합법적인 권익에 불합리한 손해를 끼쳐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은 3단계 테스트 중 2단계, 3단계에 각 해당한다. 그리고 제24조는 '(13) 법률·행정법규에 규정된 {그 밖의 상황}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새로이 '제13번째 상황'을 추가하였다(권효문, '중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대한 쟁점 연구',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논문, 2022. 2. 참고).

    요컨대, 중국 저작권법 제24조 본문의 단서 및 '제13번째 상황'은 '3단계 테스트 plus 그 밖의 사유'라는 입법형식으로 구성된 '보충적 일반규정'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Ⅳ. 결론

    베른협약과 WTO/TRIPs에서 규정하는 3단계 테스트는 권리제한에 관한 입법이나 그 해석에서 ① 일부 특별한 경우에 ②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③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3가지 요건을 누적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어느 한 가지라도 결여되면 3단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3단계 테스트는 권리제한에 '브레이크'를 거는 권리보호의 원칙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적 해석과는 달리 3단계 테스트를 유연하게 해석함으로써 기존의 권리제한규정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적 일반규정'으로 기능하게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도 제시되고 있다(문건영, '삼단계 테스트의 해석·적용과 저작권법 제35조의3(현 제35조의5-필자 주)의 관계', 계간 저작권, 한국저작권위원회, 2020 봄호 참고).

    유럽 저작권 코드 제5-5조를 비롯하여 우리 저작권법 제35조의5, 일본 저작권법 제30조의4 및 제47조의4, 중국 저작권법 제24조 본문의 단서 및 '제13번째 상황'은 모두 3단계 테스트와 결부된 '보충적 일반규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3단계 테스트 plus 그 밖의 사유'라는 입법형식은 3단계 테스트를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이러한 입법형식은 비교법적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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