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법률정보

    연구논단

    변리사법과 변호사대리의 원칙

    강현중 고문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79381.png

    1. 문제의 제기

    변리사법 제2조에서는, 변리사는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하여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을 대리하고 그 사항에 관한 감정(鑑定)과 그 밖의 사무를 수행하는 것을 업(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변리사법 제8조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변리사의 업무에 속하는 특허사항에 관하여 특허법 제12조는, 대리인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법 제1편 제2장 제4절의 소송대리인 규정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을 뿐 변리사법 제8조를 준용하지 않고 있고,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 또는 상표법에서도 특허법과 마찬가지로 대리인에 관하여 변리사법을 준용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리사법 제8조의 '법원에 대하여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대리'를 변리사가 소송대리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민사소송법 제87조의 '변호사대리의 원칙'

    민사소송법 제87조는 '소송대리인의 자격'이라는 제목으로 그 내용에서는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즉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 속에 변리사가 포함되지 않으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은 법정대리인이 아니라 소송대리인에 속하므로 본인의 임의대리인이다. 학설과 판례는 일치하여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이라고 함은 자기가 맡은 업무에 관해서 일체의 재판상 행위를 할 권한이 법률에 의하여 인정된 사람을 말한다고 풀이한다. 그 맡은 업무에 관해서는 본인에 갈음하여 일체의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대리인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의 지위에 있게 하거나 그 지위를 상실시킬 수 있는 사람이 본인이라는 점에서 임의대리인에 속한다. 보통 지배인, 선장, 선박관리인, 국가소송수행자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서 변리사를 지배인과 같이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이라고 풀이하려 한다면 변리사는 법인인 대한변리사회의 재판상 재판외의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변리사회의 지명에 의하여 변리사가 되었다가 변리사회의 해촉에 의하여 변리사직을 잃어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이 된다. 그러나 변리사는 특허청장이 실시하는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자격을 가진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실무시험에 합격하여 변리사자격을 취득한 사람(변리사법 제3조)일 뿐이지 변리사회의 업무처리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 또 그 업무도 특허, 실용신안 등과 같은 특정사항을 대리하고 그 사항에 관한 감정을 업으로 하고 있어 업무의 성질에 포괄성이 없다. 따라서 변리사를 민사소송법 제87조에서 정한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특허법 제12조는 변리사법 제8조에 불구하고 변호사대리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서 법원에 대하여 특허사항에 관한 소송대리를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실용신안법 제3조는 특허법 제12조를 준용하고 있고, 디자인보호법 제14조는 특허법과 같이 민사소송법을 준용하고 있으며, 상표법 제14조 역시 민사소송법을 준용하고 있어 법원에서의 소송 대리는 모두 변호사대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변리사에 의한 소송대리를 허용하지 있지 않고 있다.

    한편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다108104 판결'은, 변리사법 제8조에 의하여 변리사에게 허용되는 소송대리의 법위는 변리사법 제2조에서 정한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대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으로 한정되고, 현행법 상 특허 등의 침해를 청구원인으로 하는 침해금지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 등과 같은 민사사건에서 소송 대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대법원 판결에서 기속력이 있는 판시부분은 "현행법상 특허 등의 침해를 청구원인으로 하는 침해금지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 등과 같은 민사사건에서 소송대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이다. "변리사법 제8조에 의하여 변리사에게 허용되는 소송대리의 법위는 변리사법 제2조에서 정한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대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으로 한정된다"는 부분은, 부가적 사항에 대한 판시이므로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이 없다. 그러므로 위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변리사의 소송 대리는 허용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3. 헌법 제27조 제1항과의 관계

    주지하는 바와 같이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법률에 의한 재판'에서 법률이란 국회에서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모든 법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기본이념을 구현하는 법률을 말한다. 예컨대 형사법은 헌법의 기본이념인 죄형법정주의, 형벌불소급이나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구현된 형사법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를 무시한 법은 그것이 비록 국회를 통과하였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27조 제1항의 법률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민사재판에서도 당사자의 대등화(對等化)를 통해서 국민의 사법상 권리보호를 실현하자는 것이 헌법의 기본이념이므로 이를 무시한 채 국회를 통과한 민사법은 역시 헌법에 위반되었다고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헌법 제27조 제1항의 이상(理想)이 민사사법에서 그대로 구체화된 것 가운데 하나가 민사소송법 제87조에서 정한 변호사대리의 원칙이다. 이를 통해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11조의 법 앞에 평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변리사법 제12조는 헌법의 이념에 맞지 아니하므로 특허, 디자인보호, 실용신안 및 상표법에서는 변리사법 제12조를 채용하지 아니하고 민사소송법 제87조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특허법 제191조의2, 실용신안법 제33조, 디자인보호법 제172조 및 상표법 제166조가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의 보수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109조를 준용한다. 이 경우 변호사는 변리사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특허법 제12조의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헌법상의 이상에도 맞지 아니하므로 무효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4. 외국의 입법례

    미국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을 합격한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만 특허관련소송을 수행할 수 있고 위 과정을 거치지 않은 변리사(Patent Agent)는 소송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며, 독일에서는 변리사에게 특허 등 침해소송에서 소송대리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고, 영국에서는 2010년에 아예 변리사제도를 폐지하고 특허변호사와 상표변호사제도를 신설하여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입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 일본 민사소송법 제80조는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에는 존재하지 않은 보좌인 제도를 두고,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은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보좌인과 함께 법원에 출석할 수 있는데(1항) 법원은 그 허가를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으며(2항),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이 보좌인의 진술을 즉시 취소하거나 경정하지 않을 때에는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이 스스로 한 것으로 본다(3항)고 규정하였다. 한편 일본 변리사법 제5조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등에 관한 사항에 관해서 일본 민사소송법 제80조의 보좌인으로서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과 함께 출석하여, 진술 또는 신문할 수 있는데 그 진술은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이 진술한 것으로 보지만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이 그 진술을 즉시 취소하거나 또는 경정(更正)할 때에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여 변리사를 변호사가 아니라 보좌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본 변리사법 제6조의2는 변리사가 특정침해소송 대리업무시험에 합격하고, 그 취지의 부가를 받은 때에는 특정침해소송에 관하여 변호사가 동일한 의뢰자로부터 수임하고 있는 사항에 한하여 그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지위는 변호사가 아니라 일본 변리사법의 일반적 총칙 규정인 제5조 소정의 보좌인이 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일본에서도 변호사대리의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은 일본과 달리 보좌인 제도를 두지 않고 있으므로 일본식으로 변리사를 보좌인으로 규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5. 결론

    그렇다면 헌법 제27조 제1항의 이상은 민사소송법 제87조에서 정한 변호사대리의 원칙으로 구체화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를 무시한 변리사법 제8조나 특허법 제191조의2, 실용신안법 제33조, 디자인보호법 제172조 및 상표법 제166조들은 실효성이 없거나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강현중 고문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