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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수사개념의 변화와 수사권의 헌법적 근거

    김성훈 부장검사(대전지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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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서론
    형사사법작용을 실현하기 위해 사법기구를 조직하고, 형사절차를 구성하는 방식은 대륙식과 영미식의 두 가지가 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대륙식 사법기구와 형사절차가 도입되었으나, 해방이후 사법기구는 영미식으로 변경한 반면, 형사절차는 계속 대륙식으로 유지하여 양자간에 균열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1954년 형소법을 제정하면서 예심제도를 폐지하고, 예심판사가 가진 공판전 강제처분권을 검사에게 부여했다. 검사는 예심재판이 담당하던 기능을 수사의 형식으로 수행하게 되었고, 행정부에 속하지만 실질적 사법권을 행사하는 ‘준사법기관’이 되었다.

    하지만, 사법기구가 영미식으로 조직되어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해방이후 계속 영미이론의 영향을 받다 보니 검사의 준사법기관성을 부정하는 견해들이 생겼고, 이런 견해를 기반으로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에 관한 주장이 생겼다. 이는 영미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우리의 형사절차와는 전혀 맞지 않는 이론이고, 검사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나 역할은 지금도 학계와 실무계에서 지배적인 견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2020년 국회는 이런 소수의 견해가 가진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소법을 개정하여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버렸고, 그 결과 개정된 형소법이 헌법상 사법권 보장규정과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영미식 관점에 따라 검사의 준사법기관성을 부정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과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헌법적 근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Ⅱ. 대륙식 형사사법과 영미식 형사사법
    1. 대륙식 형사사법
    유럽대륙에서는 사실규명을 위해 피고인에 대한 신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신문을 하는 사법관에게 신문권과 소환, 체포, 구속 등의 강제처분권을 부여하고, 신문을 받는 피고인에게는 수인의무가 부여되었다. 한 명의 사법관이 형사절차 전체를 주재했고, 여기에서 많은 인권유린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1789년 대혁명 이후 프랑스는 형사절차를 수사, 예심, 공판, 집행으로 나누어 여러 명의 사법관이 담당하게 함으로써 사법관들 상호간의 견제를 통해 인권침해를 방지했다. 이후 독일 등 대륙의 국가들이 프랑스 제도를 계수하여 대륙식 형사사법체제가 형성되는데, 여기에서 법원은 행정적으로 법무부에 속하고, 검찰은 법원에 부치된다. 행정작용과 사법작용은 범죄발생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전의 예방은 행정작용에 속하고, 이후의 처벌은 사법작용에 속한다. 사법작용은 수사, 예심, 공판, 집행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고, 사법관(magistrat)은 사법작용을 담당하는 검사, 판사를 함께 지칭하는 개념이다. 사법관인 검사가 수사와 집행을 담당하고, 사법관인 판사가 예심과 공판을 담당한다.

    2. 영미식 형사사법
    반면, 영미에서는 사실규명을 위해 피고인에 대한 신문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법정에서 원피고의 공방으로 사실관계를 규명할 뿐 경찰이나 법관이 피고인을 신문하지 않는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질문하고 대답을 청취할 수는 있지만, 피의자의 의사에 반하여 소환하거나 신문할 수 없다. 신문을 위한 체포나 구속도 없다.

    영미에서도 형사절차는 수사, 예심, 공판, 집행으로 진행된다. 다만 영미의 검사는 행정부에 속하는 반면, 사법부인 법원은 행정부와 별개로 구성되어 양자가 조직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따라서 영미에서는 검사와 판사를 총칭하는 사법관이라는 개념이 없고, 법관은 판사와 치안판사(magistrate)만을 지칭한다. 영어의 magistrate는 프랑스어 magistrat와 같은 어원이지만, 치안판사를 의미할 뿐 검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영미에서 검사는 행정관일 뿐이다. 행정작용과 사법작용은 경찰이 법원에 고발하는 절차인 charge를 기준으로 하여 그 이전의 수사는 행정작용, 이후의 예심, 공판, 집행은 사법작용에 속한다. 사법작용은 좁은 개념이고, 수사는 사법작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형식적으로는 charge를 기준으로 행정작용과 사법작용을 나누지만, 경찰이 미해결 범죄의 일반적 조사가 아니라 특정한 용의자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자백을 받아내는 수사를 시도할 때 그 수사는 조사적인 것에서 고발적인 것으로 이동하여 실질적으로 사법절차가 시작된다고 본다. 그래서 진술거부권의 고지와 변호인 참여권의 보장을 통해 경찰의 수사가 대륙식 신문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를 어기는 경우 자백의 증거능력을 배제하여 그 수사를 무효화시킨다.

    원래 수사에는 일반적 강제수사라는 개념이 없다.
    고유한 수사는 임의적 수사이고, 형사절차에서 강제처분은 판사만 할 수 있다.
    그런데 형소법 제정시 예심제도를 폐지하고 예심재판의 기능과 예심판사의 강제처분권을 검사에게 부여하였다.
    그 결과 현행 형소법상 수사권에는 고유한 수사권과 예심적 수사권이 있는데, 예심적 수사권은 실질적 사법권에 속한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권 규정은 행정부에 속한 검사가 사법권(예심적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적 근거가 된다.

    Ⅲ. 한국의 형사사법
    1. 수사와 예심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대륙식 형사사법체계가 도입되었다. 재판소(법원)는 사법성(법무부)에 속하고, 검사국(검찰)은 재판소에 부치되었다. 검사와 판사는 모두 사법관이었고, 수사는 검사가, 예심은 예심판사가, 공판은 본안판사가 담당했다. 형사절차도 대륙식의 일본 형소법이 의용되었다. 의용형소법(일제강점기에 의용된 일본 형소법)은 수사, 예심, 공판, 집행으로 구성되었는데, 대륙식 모델에 따라 원칙적으로 검사에게는 강제수사권을 부여하지 않았고, 판사만이 강제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수사는 원칙적으로 임의수사에 제한되었다. 수사기관은 현행범과 요급사건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피의자를 신문할 수 없었고, 체포, 구속 등 강제처분을 할 수 없었다. 형사절차에서 강제처분은 판사가 하는 것으로, 검사나 경찰에게 부여된 일반적 강제수사권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조선형사령에 의해 수사기관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어 대륙식 형소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사실상 거의 모든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독자적으로 강제처분하는 관행이 형성되었다.

    해방 후 1954년 형소법을 제정할 때 예심제도를 폐지하고 예심재판의 기능을 검사가 수행하게 되면서 형소법상 수사 개념이 확장되었다. 수사 개념에는 ‘고유한 수사’인 임의수사 외에 ‘예심적 수사’인 강제수사가 추가되어 광의의 수사개념이 되었고, 검사는 일반적인 사건에서 피의자신문을 하고, 신문을 위한 체포, 구속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2. 검사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와 역할
    예심재판 기능은 사법작용에 속하고, 이를 검사가 하더라도 그 성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예심적 수사를 대륙식 관점에서 보면 재판 기능을 사법관인 검사에게 부여한 것이다. 사법기능의 역할분담을 사법관들 사이에서 조정하는 것으로 재판기능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사법권 침해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제정 형소법의 입법자들은 이런 관점에서 검사에게 예심적 수사권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를 영미식 관점에서 보면 행정관인 검사가 사법작용을 하는 것으로 검사는 사법기관은 아니지만, 사법작용을 하는 준사법기관이 된다. 그런데, 영미에서 준사법기관은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행정부의 위원회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영미의 검사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영미의 이론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여 한국의 검사도 준사법기관이 아니라 행정관에 불과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검사의 수사권은 행정권에 속하고, 경찰이 검사의 지휘없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0년 국회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형소법 개정을 단행했다.

    이는 영미와 우리나라의 수사범위의 차이를 간과한 것이다. 영미에서는 치안판사나 대배심 법정에서 예심절차가 이루어진다. 수사기관은 치안판사나 대배심의 권한을 행사하는 예심적 수사를 할 수 없다. 반면, 우리는 예심제도가 폐지되어 수사기관이 예심판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예심적 수사를 하고 있다. 예심적 수사는 검사가 준사법기관으로서 실질적 사법권을 행사하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데, 만약 검사의 준사법기관성을 부정하고 검사를 단순한 행정관으로 보면, 검사의 사법권 행사를 정당화할 근거가 없다. 검사에게 피고인신문권 등 예심판사의 권한을 부여하는 형소법 규정은 법원에 포괄적 사법권을 부여한 헌법 제101조 제1항 규정과 충돌한다. 따라서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려면 먼저 검사가 예심적 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검토되어야 한다.

    3. 헌법상 영장신청권의 수사권 부여 기능
    우리 헌법은 제12조 제3항, 제16조에서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들의 표면적 의미는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등 강제처분을 하려면 검사가 신청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는 기본권 보장 규정이다. 하지만, 이면적으로는 “검사가 법관에게 강제처분을 위한 영장을 신청할 권한을 가진다”, “검사가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처분을 하는 수사방식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절차규정으로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피의자신문,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등은 사법권에 속하지만, 행정공무원인 검사가 이런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의 수사절차를 헌법이 허용한다는 의미다. 검사에게 예심적 수사권을 부여한 형소법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승인하고, 나아가 입법자에게 검사가 영장을 발부받아 예심적 수사권을 행사하는 방식에 따라 형사절차를 입법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헌법 제12조 제3항, 제16조는 검사에게 예심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사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헌법적 근거다.


    Ⅳ. 결론
    수사권에는 고유한 수사권과 예심적 수사권이 있는데, 예심적 수사권은 실질적 사법권에 속한다. 형소법이 검사에게 예심적 수사권을 부여한 것은 검사가 사법관이라는 대륙식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나, 현재 우리는 검찰과 법원이 별도로 구성되는 영미식 조직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검사를 대륙식의 사법관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검사에게 예심적 수사권을 부여한 형소법 규정은 일견 법원의 사법권과 충돌하는 듯이 보이지만,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권 규정은 검사에게 예심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규정으로 해석되어, 사법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2020년 형소법 개정으로 현재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경찰이 행사하는 수사권에는 행정권에 속하는 고유한 수사권 외에 사법권에 속하는 예심적 수사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행정관인 경찰관이 독자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는 헌법상 보장된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시급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김성훈 부장검사(대전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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