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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야별 중요 판례 분석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1. 건설법

    장기계속공사 입찰에 담합행위 있으면 설계보상비 반환해야
    공유재산인 도로에는 도로법이 공유재산법보다 우선 적용

      윤재윤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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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건설소송에 관하여는 눈에 크게 띄는 판결이 없다. 대신에 실무상 자주 문제가 되어 온 쟁점들에 대하여 명확히 정리하거나, 심리 방향을 제시한 판결들이 있어서 이를 중심으로 살핀다.



    1. 민간제안사업의 우선협상자 지정에 관한 사법심사기준(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7두43319 판결)

    [요지] 행정청이 복수의 민간공원 추진자로부터 민간공원조성계획 입안 제안을 받은 후 특정 제안자를 우선협상자로 지정하는 행위는 공원의 설치·관리권자인 시장 등의 자율적인 정책 판단에 맡겨진 재량행위이며 법원은 해당 심사기준의 해석에 관한 독자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않은 채로 그 기준에 대한 행정청의 해석이 객관적인 합리성을 결여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야 한다.

      

    [해설] 원고가 구성한 A컨소시엄과 경쟁자인 B컨소시엄이 피고 시장에게 민간공원 개발사업 제안서를 각 제출하였는데 피고가 마련한 평가항목표에 의하면 컨소시엄의 자금조달능력은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금융참여업체 수를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어 있었다. 피고는 A컨소시엄을 1순위로 평가하고 안내까지 하였으나 B컨소시엄이 금융참여업체에 건설회사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를 받아들여 B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최종 지정하였다. 쟁점은 피고가 '금융참여업체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였는데 원심법원은 평가 과정을 종합하여 금융참여업체를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피고가 재량권의 한계를 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한계를 넓게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즉 ① 공원조성계획 입안 제안을 받은 행정청이 심사기준을 정하고 우선협상자를 지정하는 것은 도시공원의 설치·관리권자인 시장 등의 재량에 속하고 ② 그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행정청의 의사는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하므로 법원은 해당 심사기준의 해석에 관한 독자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않은 채로 그 기준에 대한 행정청의 해석이 객관적인 합리성을 결여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위 각 판시는 당연한 내용이지만 대법원의 결론에 대하여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행정청이 스스로 세운 심사기준에서 다의적이고 불확정한 개념이 있을 때 그 개념에 대한 일반적인 규범통제는 어디까지 해야 할 것인가? 재량행위라 하여 법원이 사법적 통제의 요체인 규범적 통제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피고가 갑자기 심사기준과 결론을 바꾼 것이 과연 객관적 합리성을 가진 정책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원심판결이 구체적 협의내용을 근거로 하여 합리적 해석을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정책적 판단은 행정청의 권한을 넓게 인정하되 심사기준 등에 대한 문언적·규범적 판단은 엄격한 사법심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결론에 대하여 검토가 필요하다.

     


    2. 제척기간이 경과한 수급인의 하자담보청구권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허용 여부(적극)(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55648 판결)
    [요지]
    도급인의 하자담보청구권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채권·채무관계의 정산 소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하여 도급인은 제척기간이 지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해설] 원고가 기계 공급대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기계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원고의 위 대금 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하였는데 피고가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시점에는 이미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1년(민법 제670조 제1항)의 제척기간이 경과한 후였다.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는바 이 판결은 제척기간에 위 조항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최초로 판시한 것이다.

     

    민법 제495조는 당사자의 신뢰 및 공평의 원칙을 중시하여 상계적상의 요건상 예외를 인정한 것인데 이러한 필요는 제척기간에도 동일하기 때문에 이 판결의 취지에 찬성한다. 더구나 제척기간은 중단이 인정되지 않고,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지 않는 점, 기간이 단기인 경우가 많은 점 등에서 이러한 해석의 필요성이 크다. 다만 두 제도 사이에 근본취지가 다르다는 점은 이론상 장애가 되며 특히 본 사안과 달리 자동채권과 수동채권 사이에 견련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문제가 남아있다.


    3. 공공계약상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에 계약상대자가 그 후 계약금액 조정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7다213470 판결)

    [요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등 국가나 공기업이 일방 당사자가 되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상대자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방법으로 지수조정률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데도 이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조정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에 그 후 계약당사자는 지수조정률 방법을 선택할 수 없고 품목조정률 방법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하여야 한다. 

     

    [해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 제2항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방법에 관하여 '계약을 체결할 때에 계약서에 계약상대자가 지수조정률을 원하는 경우 외에는 품목조정률 방법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는 뜻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시행령과 달리 계약금액 조정방법을 정해놓지 않았다가 공사 도중에 물가변동조정을 하게 되자 조정방법의 선택을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가 실무상 자주 발생하고 있다. 계약상대자인 원고는 계약서에 계약금액 조정방법이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이상 계약 체결 이후라도 원고의 선택에 따라 지수조정률에 의한 방법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조항의 개정 내용, 공공계약의 성격 등을 종합할 때 계약 체결 시 그러한 권리 행사에 아무런 장애사유가 없는데도 원고가 지수조정률 방법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품목조정률 방법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하여야 한다며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는 국가계약법령상 위 조항이 '계약담당 공무원에 대한 내부규범'인지, '강제력을 갖는 효력규정'인지와 직결된 문제이다. 대법원은 후자의 입장에서 선택권의 행사시점을 계약체결 시로 한정하고 그 이후에는 품목조정률 방법만 적용하도록 법규로 정하였다고 본 것이다. 국가계약법상 개별 조항의 법적 성격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문제임에 틀림없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 등).


    4. 장기계속공사계약의 입찰에서 투찰가격에 관한 담합행위를 한 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및 담합행위를 한 탈락자에 대하여 이미 지급한 설계보상비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7다276679 판결)
    [요지]
    국가가 발주하는 장기계속공사에 관한 입찰에서 투찰률 담합행위를 한 자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총괄계약이 아니라 각 차수별 계약상 공사대금의 확정상태에 따라 차수별 계약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사유로 입찰 무효의 사유가 존재한다면 국가는 담합행위를 한 탈락자에 대하여 특별유의서 규정에 근거하여 이미 지급한 설계보상비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 

     

    [해설] 국가가 발주한 공사 입찰에서 A컨소시엄과 B컨소시엄이 투찰률을 미리 합의함으로써 A컨소시엄이 낙찰을 받았고 이어 총공사금액 및 총공사준공일을 부기하여 위 공사의 1차 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차수 별로 2차 내지 4차 계약을 체결하여 위 공사를 완성하고 공사대금을 지급받았는데 그 후 공정거래위원회가 A·B컨소시엄이 부당한 담합행위를 저질렀다고 해당 회사에게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국가가 컨소시엄 구성원들에게 투찰률 합의로 인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와 탈락한 회사들에게 기지급 설계보상비의 반환을 구하였다. 

     

    원심은 ① 총괄계약이 포함된 1차계약이 성립된 때 A컨소시엄의 총공사금액에 대한 권리의무가 확정되었으므로 이 때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보아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었고 ② 이 사건 담합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입찰이 무효가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원고는 설계보상비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① 총괄계약의 효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 계약이행의사의 확정, 계약단가 등에만 미칠 뿐이고 계약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의 범위, 계약의 이행기간 등은 모두 차수별 계약을 통하여 비로소 구체적으로 확정된다. 이 사건 1차 계약과 동시에 총괄계약이 체결된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종료되고 원고가 지급할 총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각 차수별 계약을 통해 지급할 각 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는지를 추가로 심리함으로써 차수별 계약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각각 판단하여야 한다. ② 공공 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자의 수를 많게 함으로써 경쟁을 통하여 국가계약사무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설계비 보상 규정의 입법취지인바, 입찰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공동행위가 사후에 밝혀진 이상 입찰의 무효 여부와 관계없이 발주자는 탈락자들에게 지급한 설계보상비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총괄계약'의 법적 성격에 관한 판결(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관련쟁점을 정리하는 판결이 계속 따르고 있어서 다행이다. 

     


    5. 개발행위에 따른 공공시설의 무상귀속에 관한 국토계획법 제65조 제1항의 적용범위(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6다252478 판결)
    [요지]
    국토계획법 제 65조 제1항은 넓은 면적의 사업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단지형 개발사업'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며, 종래의 공공시설이 해당 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경우에 해당할 때에만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귀속되는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해설] 기존 간선 도로를 그대로 존치하면서, 그 지하에 입체교차로를 추가로 설치하는 개발사업에서 시행자가 위 도로 부지의 소유자인 국가에 대하여 국토계획법 제 65조 제1항을 근거로 도로부지가 자신에게 무상으로 귀속되었다고 주장하여 분쟁이 발생하였다. 위 조항은 개발사업의 시행자가 행정청인 경우 그가 새로 공공시설을 설치하면 새로 설치된 공공시설은 이를 관리할 관리청에 무상으로 귀속되고 종래의 공공시설은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구 공공시설을 대체하여 신공공시설을 설치할 경우에 시행자와 관리청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공공시설에 관한 공익성을 높이는데 취지가 있다. 원심은 이 사건 개발사업에 위 조항이 당연히 적용됨으로써 시행자가 위 토지를 무상취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조항이 '단지형 개발사업'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판시하면서 그 근거로서 ① 신·구 공공시설 무상귀속제도가 규정된 국토계획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은 모두 넓은 면적의 '단지형 개발사업'에 관한 것인 점 ② 단지형 개발사업에서 '신 공공시설'이 관리청에 무상귀속되고 '구 공공시설'이 시행자에게 무상귀속됨으로써 공익성이 높아지고 상호 이해관계가 조율되는 점 ③ 이를 위하여는 종래의 공공시설을 용도폐지 하여야 하는데 개발사업 인허가 관청이 구 공공시설의 관리청 동의 없이도 이를 할 수 있는 것은 단지형개발사업의 경우에만 가능한 점 등을 들고 있다.

     

    이 사건에서 구 도로가 여전히 도로로 사용되고 있으며 구 도로에 관하여 시행자가 투입한 것이 없는 이상 이를 시행자가 무상으로 취득할 이유가 없으므로 판결의 결론에 찬성한다. 그러나 '단지형 개발사업'을 논거로 제시한 것은 의문이 남는다. '단지'는 도시개발법·국토계획법 등에 간헐적으로 나오지만 그 개념요건이 무엇인지 전혀 명확하지 않다. 개발사업이 단지형 개발뿐 아니라 이 사건 사업과 같이 구 공공시설을 존치하면서 추가적으로 개발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단지형 개발사업이라는 불확실한 개념보다 구 공공시설에 관하여 실질적인 '용도폐지'가 있었는지 여부만으로 기준을 삼는 것이 어떨까? 대법원 2019.2.14. 선고 2018다262059 판결(미공간)에서는 국유지인 종전 도로를 존치하고 추가공사를 한 사안에서 종전 도로부지에 대한 시행자의 무상취득을 인정하였는바 본 사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다.


    6. 주민소송에 있어 대상 처분의 위법성 판단 기준 및 도로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의 관계(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8두104 판결)
    [요지]
    주민소송에서 대상 처분의 위법성 판단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손실이 발생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항고소송과 마찬가지로 모든 법규범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도로의 점용에 관해서는 도로법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13조의 특별규정으로 우선 적용된다. 

     

    [해설] 교회 신축 과정에서 피고 구청장이 구의 공유재산인 도로 지하에 예배당 일부 시설을 건축하도록 도로점용허가를 내주었는데 주민들이 주민소송으로 위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한 사건이다. 피고는 이 처분으로 구의 재정에 손실을 야기한 바가 전혀 없으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① 주민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성 심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손실을 야기하였는지 여부로 제한할 필요가 없으며 취소소송의 경우와 같이 모든 법규범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명시적인 재무회계법령뿐 아니라 비례 평등 등 법의 일반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남용까지 포함하게 됨으로써 주민소송이 항고소송의 심리와 큰 차이가 없어서 권리구제 기능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② 공유재산법은 공유재산의 취득 관리 처분에 대한 사항 일반을 규율하는 일반법의 성격을 갖는데 반하여 도로법은 도로의 기능적 특성을 고려하여 그 소유관계를 불문하고 특수한 공법적 규율을 하는 법률로서 도로가 공유재산에 해당하는 경우 공유재산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특별법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상판결은 주민소송에서의 대상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 및 공유재산법과 도로법의 관계에 대해 내려진 최초의 판결로 보인다.


    7.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이 정관 규정을 위반한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제3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다282438 판결)
    [요지]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의 정관은 자치규정으로서 조합 외부의 제3자를 보호하거나 제3자를 위한 규정으로 볼 수는 없고 조합장이 정관에서 정한 절차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조합 외부의 제3자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해설]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의 정관에서 '총회 의결로 정한 예산의 범위 내에서의 용역계약 등'을 대의원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는데 조합장이 이사회를 개최하여 A법무사에게 등기업무를 위임하기로 의결하자 기존에 등기업무 등을 수행하던 B법무사법인이 을의 정관 위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조합장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원심은 정관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정비사업조합의 정관은 조합과 조합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자치법규이며 여기서 정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해당 조합과 조합원을 위한 규정으로서 조합 외부의 제3자를 위한 규정이라고 볼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정관의 특정 규정이 특별히 조합 외부의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관의 효력은 조합 내부에만 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조합장이 정관 규정의 이행을 전제로 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8.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때'의 의미(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다233242 판결)
    [요지]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때'란 재정비 촉진계획이나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인가를 고시한 때만으로 볼 수 없고 실제로 사업을 위하여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 때를 심리하여 판단해야 한다.

     

    [해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91조 제1항은 토지의 협의취득일 등으로부터 10년 이내에 해당 사업의 폐지·변경 또는 그 밖의 사유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때 취득일 당시의 토지소유자는 그 토지에 대하여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 구청장은 원고들의 소유 토지상에 도시계획시설(주차장) 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2005년 이를 협의취득하여 주차장을 설치하였다. 서울특별시장은 2006년 이 사건 토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고 2008년 위 주차장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재정비촉진계획 고시한 후 2010년 사업시행인가와 재정비촉진구역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각 고시하였다. 한편 원고들은 재정비촉진사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2013년경 위 주차장을 철거하였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원심은 2008년 재정비 촉진계획 고시하였을 때 이 사건 토지들이 필요 없게 되었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정비촉진계획이 고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종래의 주차장이 사용되는 동안은 주차장으로서의 효용이나 공익상 필요가 현실적으로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토지들이 실제로 더 이상 주차장 사업을 위하여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 때가 언제인지 심리하여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였다. 환매권 발생 여부를 둘러싼 분쟁은 근본적으로 공익적 목적과 재정 상황, 토지 소유자의 보호 사이의 이익 조정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환매권의 한계를 어디에 둘 지에 달린 문제이다. 대상판결은 계획의 고시가 아니라 실제의 현실적 상황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 데에 큰 의미가 있다.


    9. 건축신고가 관계 법령에 위반되지 않더라도 건축을 허용하지 않아야 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하여 이를 거부한 사례(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74320 판결)
    [요지]
    건축신고가 관계법령에서 정하는 명시적인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 경우에도 건축을 허용하지 않아야 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건축허가권자는 건축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해설]
    원고가 '사실상의 도로'로서 인근 주민들의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는 토지를 매수한 다음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겠다는 내용으로 건축신고를 하였으나 피고 구청장이 위 사실상 도로가 건축법상 도로에 해당한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원고가 제기한 취소소송에서 제1심법원이 이 사건 토지가 건축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는데 항소심에서 피고는 '이 사건 토지에 건물을 신축하는 경우 인근 토지들이 맹지가 되므로 공익상 요구에 반한다'는 주장을 추가하였고 항소심법원은 위 추가 주장을 단순한 단순한 소권남용의 본안전 항변으로 보아 배척하고 그 당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토지가 건축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의 건축신고가 법령에서 정하는 명시적인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토지상의 건축으로 인근 주민들의 통행을 막지 않도록 하여야 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고 이러한 공익적 요청이 원고의 재산권 행사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두27322 판결도 같은 취지이지만 이는 면사무소 진입로로 사용되며 건축법상 도로에 해당하는 경우였는데 대상판결은 건축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재량판단 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공익상 필요의 판단기준을 보다 명확히 한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피고가 항소심에서 '추가로 주장한 사유'는 '당초의 처분사유'와 도로의 법적 성질에 관한 평가만 달리하는 것일 뿐 모두 도로 상에 주택을 신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므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다고 판시하였는바 이는 행정소송에서 처분사유의 변경기준으로 실무상 큰 의미가 있다.

     

     

    윤재윤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