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법률정보

    연구논단

    MBO와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이연주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Ⅰ. 서론
    일본 코베지방재판소는 2014년 10월 16일 한 의류상사의 주주가 경영진의 경영자매수(Management Buyout,이하 ‘MBO’) 실패와 관련하여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MBO에 소요된 경비 등 약 1억 9700만엔(한화 약 18억원 상당)을 회사에게 지급할 것을 명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하 ‘본 판결’)을 내렸다.  
    본 판결은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의 일환으로 MBO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진력()의무, MBO합리성 확보의무, MBO의 절차적 공정성 배려의무, 주가 결정의 공정성 배려의무, 다른 이사의 절차적 공정성 감시의무를 명시적으로 인정하면서 MBO에 소요된 경비에 대해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일본 학계에서도 특징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원·피고 쌍방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는 하나 우리 기업법무에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여 아래에서 간략히 본 판결을 소개하기로 한다.

    Ⅱ. 일본의 MBO
    MBO는 기업을 매각할 때 대상회사의 이사가 스스로 주식매수인이 되어서 대상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특히 대기업의 기업재편을 위해 비 주력사업 부문을 분리·매각하기 위한 수단으로 MBO를 많이 이용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는 상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진 기업이 MBO를 통해 비상장화하여 각 기업에 적합한 자본관계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MBO거래는 회사를 위해서 선관의무,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이사가 스스로 매수인이 되어서 대상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대상회사의 이사는 주식매도인의 지위와 주식매수인의 지위를 동시에 가지는 구조가 된다.  특히 매수인인 이사는 대상회사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수인인 이사와 매도인인 주주 사이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게 된다.
    이렇듯 MBO의 경우 이사가 자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거래구조상 필연적으로 이해상반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2007년 8월 2일 일본 경제산업성 소속 기업가치연구회(일본 경제산업성에 설치된 연구회 중 하나로서 적정한 M&A법제와 기업가치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M&A와 관련된 실제 재판에서 이 연구회의 연구 결과물이 상당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상장폐지를 시도하는기업이 MBO 거래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지켜져야 할 2가지 원칙, 즉 ‘기업가치의 향상’과 ‘공정한 절차를 통한 주주이익의 배려’, 그리고 MBO거래 시 실무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들을 담은 기업가치의 향상 및 절차확보를 위한 경영자 기업매수에 관한 보고서(이하 ‘MBO보고서’)를 공표하기도 하였다.

    Ⅲ. 사실관계
    1.  2008년 9월 19일 주식회사 샤를(Charle Co.,Ltd. 여성용 속옷 제조회사로서 당시 오사카증권거래소 상장회사, 이하 ‘A’)은 MBO실시를 발표하였는데 구체적으로는 창업주 일가의 자산관리회사 겸 대주주였던 회사를 모건 스탠리계 투자펀드가 설립한 주식회사 Tomorrow가 매수하여 이 회사가 주식공개매수(9월 22일~11월 5일)를 실시하고 공개매수 후에는 창업주 일가가 주식회사 Tomorrow에 출자하여 모건 스탠리가 51%, 창업주 일가가 49% 보유하기로 약정하였다.
    2. A의 이사회는 MBO 실시를 공표할 당시에는 위 거래에 찬동하는 취지의 의사표명을 하였으나 후에 내부통보 및 제3자 위원회 조사를 통해, MBO를 위한 이사회 결의에 이해관계인인 이사(창업주의 장남)가 관여하여 이익계획의 수치 및 주가산정방법을 조작하였고, MBO담당 이사에게는 다수의 메일을 보내어 공개매수가격을 공매매수자 측 상정가격인 1주당 700엔에 맞추어 하향 조정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3. 2008년 12월 2일 A의 이사회는 MBO거래에 찬동할 수 없다는 결의를 하여 공매매수는 결국 실패하였고, A의 주주인 원고는 이익상반 등 선관주의의무 위반 및 충실의무 위반으로 MBO거래가 실패함에 따라 A가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비용을 지출한 것이 되었고 A의 신용을 실추시켰다는 점을 들어 MBO거래를 추진한 이사 5명을 피고로 하여 주주대표소송(일본 회사법 상의 주주대표소송은 단독주주권으로서 주식소유비율에 관계없이 주주라면 누구나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을 제기하였다.

    Ⅳ. 본 판결의 요지 및 의의
    일부 인용, 일부 기각.
    이사는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여 직무를 집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일본 회사법 제330조, 일본 민법 제644조), 이러한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하는 업무집행행위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MBO를 실시함에 있어서도 이 책임법리가 당연히 적용되는 바, MBO는 기업가치의 유지·향상, 나아가서는 회사의 존망에 관련된 중대한 회사경영상의 문제로서 이를 실행함에 있어서는 거액의 비용지출을 수반하는 것이 통상적인 점 등을 감안하면, 이사는 선관주의의무의 일환으로서 기업가치의 향상에 이바지하는 내용의 MBO를 계획하여 그것이 실현(완수)되도록 최선을 다할 의무‘“MBO의 완수·진력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있다. 이사는 상기 선관주의의무(MBO 완수진력의무)에 유래하는 것으로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그 직무상의 지위를 이용하여 MBO를 계획하거나 현저히 비합리적인 내용의 MBO를 추진하지 않을 의무(‘MBO의 합리성 확보의무’)를 부담함은 물론, 그 결정 과정에서도 이익상반적 지위를 이용하여 정보량 등을 조작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향수한다는 의심이 들지 않도록 가격결정 절차에서도 공정성을 확보하여야 하며(‘절차적 공정성 배려의무’), 본건 공개매수가격의 전제가 되는 주가결정 그 자체가 공정할 수 있도록 배려할 의무(‘주가결정의 공정성 배려의무’), 다른 이사가 절차적 공정성 배려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이를 위반하는 행동에 나아가지 않도록 이사회를 통해 감시할 의무(‘절차적 공정성 감시의무’)를 부담한다… 생략
    본 판결은 일본 경제산업성 소속 기업가치연구회의 MBO보고서에서 제시한 MBO 거래시의 두 가지 원칙, 즉 ‘기업가치의 향상’ 및 ‘정당한 절차를 통한 주주이익의 배려’를 판결을 통해 직접 확인·적용한 것으로 MBO 거래에서 이사가 어떠한 주의의무를 부담하는지에 대해 정면으로 적극적인 판단을 내린 가치 있는 판결로 평가된다. 
    본 소송의 과정에서는 주가산정의 기초가 되는 이익계획시산(試算)경과를 기재한 서면, 임원미팅관련자료, 매수인 측 이사가 송·수신한 메일 등 회사 측의 내부문서에 대해 광범위한 문서제출명령이 내려졌고, 이는 오사카고등재판소, 최고재판소에서도 유지되었다. 이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개시된 자료가 매수인 측 이사의 이해상반행위를 입증하고 주주 승소라는 판결을 내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는 후문이다.

    Ⅴ. 우리 법에의 시사점
    우리 법 상 MBO를 비롯한 차입매수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실제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없더라도 그 위험성만으로도 이사에게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인수자가 대상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배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고 형사상 처벌을 하고 있는 점, 상법 제542조의 9 조에서 상장회사의 주요주주 등 이해관계자와의 거래를 엄격히 제한하고 이에 위반 시 강력한 형벌을 부과하고 있는 점 등으로 인해 MBO를 비롯한 차입매수가 현재로서는 효율적인 M&A수단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 판결은 MBO 거래 시에 한정하여 이사의 의무를 판시하고 있으나 이 논의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인수합병거래 혹은 이사의 주의의무 판단기준으로서 통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회사의 이사가 인수합병 등의 거래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경우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업가치의 향상이라는 합리적인 목적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고(합리성 확보의무), 당해 거래가 이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무의미하게 중단되지 않게 할 완수·진력의무가 있는 것이며(역으로, 거래 실패로 인해 다액의 비용지출만이 발생하지 않게 할 주의의무), 당해 거래 추진 과정에서도 관련 정보의 공개와 주주 등에 대한 충실한 설명 등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최대한 배려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절차적 공정성 배려의무). 본 판결의 항소심 판결 결과도 기대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