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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관습상법정지상권을 폐지할 것인가

    이영준 변호사(한중일민상법통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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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들어가며
    법무부의 민법개정시안 제622조의2는 판례가 1세기 동안 확립하여 온 관습상법정지상권을 폐지하고 있다. 관습상법정지상권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를 폐지하는 것이 타당한가는 일고를 요한다.

    II.건물존속을 위한 법기술
    토지와 그 지상의 건물이 저당권의 실행에 의한 경매 또는 매매 기타 사유에 의하여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는 때에는  건물의 용익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법적 배려가 필요하다. 경매에 의한 경우를 우리 민법은 법정지상권(제 366조)으로 규율하고, 매매 기타에 의한 경우를 판례는 법정지상권에 준하여 규율하면서 이를 관습상법정지상권이라고 부르고 있다. 관습상법정지상권은  관습법에 의한 물권변동이므로(제1조) 그 발생, 변경은 등기 없이 효력을 발생한다(제187조 본문). 이렇듯 관습상법정지상권은 판례가 선택한 건물존속을 위한 법기술이다.

    III.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의 문제점
    필자는 오래전부터 관습상법정지상권이 거래의 안전을 해할 뿐 아니라 이를 인정할 이론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여 왔다.

    판례에 의하면,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와 그 지상의 건물 중에서 건물만 매수하면서 건물을 철거한다는 약정이 없었던 경우에는 건물의 소유자는 그 토지 위에 지상권을 취득하고 토지의 소유자는 건물의 소유자 및 그 승계취득자에 대하여 그 철거를 청구하지 못할 뿐 아니라 건물 소유자는 지상권의 등기 없이도 토지의 승계취득자에 대하여 그 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법리는  결과적으로 거래의 안전을 크게 해치는 것이다. 건물 매매계약에 직접 관여하였던 토지의 소유자가 그러한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할지 몰라도  그러한 계약에 관여할 기회도 없었고 등기만 보고 토지를 매수한 제3자가 법정지상권의 제한 있는 토지를 취득한다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토지매수인이 토지상에 건물의 유무를 확인하여야 한다는 자체가 거래의 안전을 해치는 것이다.
    판례는 위 법리의 근거를 관습법에서 찾고 있는데, 위 법리가 우리나라 국민의 일반적인 법의식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는가? 옛날 조선고등법원이 관습상법정지상권을 처음 인정한 1916년대라면 모를까 자유 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근대 소유권개념이 뿌리내린 현 한국국민의 법의식에 비추어 보아서는 이를 긍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민법 제366조는 예외규정이므로 함부로 확대적용하거나 준용할 것이 아니다.
    법정지상권의 경우에는 경매로 말미암아 건물소유자가 그 건물소유를 위하여 토지용익관계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가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에 반하여, 매매나 기타 법률행위에 의하여 동일인이 소유하는 토지와 건물이 그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는 경우에는 당사자는 충분히 사전의 계약에 의하여 그 용익관계를 현실화할 수 있고 또한 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이므로 이 경우를 획일적으로  법정지상권에 준하는 것은  우리의 정의 관념에 맞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스스로 불리하게 계약한 자는 그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관철하여야 할 것이다.
     
    IV. 해석론
    그리하여 필자는 종래 관습상법정지상권의 페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해석론을 펴 왔다.
     (i) 매매, 증여, 당사자의 협의에 의한 공유물분할의 경우와 같이 법률행위에의 하여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분리되는 경우에는 건물의 용익관계를 현실화 할 수 있는 기회가 논리적으로 존재하는데 반하여 (ii) 강제경매, 법원에 의한 공유물분할, 국세체납처분에 의한 공매, 귀속재산의 귀속 등의 경우와 같이 법률행위 이외의 사실에 의하여 분리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기회가 존재치 않는다. 따라서  (i)의 경우와 (ii)의 경우는 근본적으로 속성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므로 판례와 같이 위 2 경우를 한 틀로 규율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다음과 같은 차별화된 법리에 의하여 규율해야한다.
    즉  (i)의 경우에는 건물매매의 가격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당사자의 의사를규범적, 보충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지상권설정계약을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ii)의 경우는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에 준할 것이다. 이 경우의 당사자간의 이해관계는 민법 제366조의 경매에 있어서와 다르지 않다.
    이렇게 (i)의 경우에 지상권설정계약을 인정하면 이는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변동(민법제186조)으로 규율된다. 따라서 이 지상권은 그 성립 당시의 대지의 소유자에 대하여는 등기 없이 대항할 수 있지만 대지가 제3자에게 매도될 때까지 그 지상권을 등기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제3대지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으로 된다. 건물이 승계취득 되는 경우도 이에 준한다. 이러한 결과는 거래안전을 위하여 대단히 바람직한 것이다. (ii)의 경우는 거래안전을 도모할 수 없으나 이는 이미 민법 제366조가  예정하고 있는 바이다.

    V. 입법논의의 방향
    위와 같은 필자의 해석론은 많은 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반복, 누적 된 판시에 의하여 이미 관습법화한 판례의 변경은 입법에 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이 의용하던 일본민법은 단기임대차의 보호(제395조). 대가변제(제377조), 척제 (제378조)등의 제도를 두어 용익권을 가치권에 우선시키는 입장을 취하였으나 현행 우리 민법은 이러한 여러 제도를 체택하지 아니 함으로써 가치권를 우선시키고 있다. 관습상법정지상에 관하여도 이러한 가치권 지향적인 우리민법의 가치가 반영되어야 한다.

    아예 건물을 토지의 일부로 규율하는 독일법역이나  토지와 건물을 각각 독립된 부동산으로 하되 양도에 있어서는 일체로서만 가능하게 하는 중국법역의 방법을 따르면  법정지상권 또는 관습상법정지상권이 발생할 여지가 없게 된다. 건물을 독립된 물건으로 규정하는 한국과 같은 법역에서는 독일법역 보다는 중국법역의 방법이 더 효율적이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러한 방법은 민법 전반에 대한 손질을 요하는 방대한 작업이 될 것이다. 관습상법정지상권은 1 세기 동안 판례에 의하여 견고하게 확립되어 온 현실에 비추어 관습상법정지상권의 폐해를 제거하는데 그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VI. 2004년의 민법중개정법률안
    국회의 재구성으로 자동 폐기된 위 민법중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611호)은 제279조의 2(지상권의 설정)를 신설하여, 매매등과 같은 법률행위에 의한 관습상법정지상권을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변동(민법 제 186조)으로 규율했다. 이 규정은 전술한 필자의 종래의 해석론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VII. 2013년의 민법개정시안과 문제점
    위 민법개정시안 제622조의2 (건물 소유를 위한 법정임대차)는 법률행위에 의한 관습상법정지상권을 법정임대차로 대체하고 그 외의 관습상법정지상권을 법정지상권으로 흡수하여 사실상 관습상법정지상권을 폐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시안은 흥미 있는 변화를 겪었다. 민법개정위원회 분과위원회안은 법률행위에 의한 관습상법정지상권을 지상권으로 규정하였는데 실무위원회안은 이를 임대차로 바꾸고 위원장단안이 이를 따랐다. 최종 시안은 결과적으로 일본이나 대만법역의 실무와 맥을 같이 하게 될 것이다.
    국민생활에서 임차권이 지상권보다 더 활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판례가 1 세기동안 구축하여온 관습법상의 ‘지상권’ 역시 이제는 국민의 법의식에 정착되어 있다. 기왕 건물의 용익관계를 우선 시키려면 물권적 보호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
    거래의 안전을 해하고 정의관념에 반하는 관습상법정지상권의 폐해부분은 지상권에 있지 않고 ‘법정’지상권에 있다. 즉 법률의 규정에 의한 물권변동을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변동으로 바꾸어 주기만 하면 그 폐해를 제거하기에 족 하다. 민법개정시안 제622조의2 제4항은 이 법정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전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은 아직도 임차권의 본질에 어긋나고 민법체계에 반하는 변칙적 규정임에 틀림없다.

    VIII. 나오며
    근래 법무부의 민법개정작업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2013년 법무부가 발행한 ‘민법개정시안’ 책자만 하더라도 조문편, 총칙편, 물권편, 채권편(상)(하) 등 5권이나 된다. 실로 재산법 전체에 걸친 개정이 추구되고 있다. 그 중 여행계약(제 674조의2 내지 9)을 신설하고 보증계약(제428조의2,3제436조의2)을 보수하는 개정안은 이미 국회를 통과하여 부당한 계약으로부터 여행자나 영세채무자를 크게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민법개정에 과거 몇 차례 참여하여 하나의 민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아는 필자로서는 법무부의 위 개정이 대단한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졸고 역시 법무부의 이러한 노력에 하나의 타산지석을 보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