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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상고법원 도입에 관한 법리적 쟁점 검토

    이선애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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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서설
       상고사건이 곧 4만 건을 넘는다고 한다.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논의 당시 2만여 건이었으니, 두 배가 된 지금의 대법원 상황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분쟁상태에 있는 법률관계가 오래 지속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매일매일 불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고제도 개선은 개인을 위해서도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하루가 급하다. 이에 작년 말 국회의원 168명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대법원과 별도로 상고심을 담당하는 상고법원을 설치하여 사건을 신속하고 충실하게 처리한다는 취지이다. 법률안에는 심리불속행제 폐지도 포함되어 있다.
     
      상고법원 도입에 대하여 여러 의견이 있지만, 법이론적인 의견과 정책적인 의견이 뒤섞여 논의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인 부분은 국회의 몫이므로, 여기에서는 발전적 논의를 위해 법리적 쟁점을 주로 검토하고자 한다. 
     
    2. 재판받을 권리에 관한 검토
       대법원이 아닌 법원에서 상고심을 담당하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까? 
    헌법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되고(제101조 제2항),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제102조 제3항). 재판받을 권리는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7조 제1항).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위헌, 위법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심사할 권한이 있다고 하고, 제110조 제2항은 군사법원의 상고심을 대법원 관할로 정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외에는 대법원이 관할해야 하는 사건에 대해 헌법이 정하고 있는 것이 없다. 
     
      헌법에 법원이 최고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해서 곧 모든 사건이 최고법원에서 재판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심급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법률에 맡겨놓은 것이 우리 헌법의 결단이다. 그러므로 헌법에 의해 3심제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모든 사건에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헌법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이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서 관할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며 재판을 받을 권리가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심급제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다.”(헌재 2006헌마551 결정 등) 

     독일과 일본 역시 헌법에서 최고법원을 선언하고 있으나, 최고법원이 아닌 고등법원에서 상고심 재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1년부터 1963년까지 1심 단독사건의 상고심을 고등법원이 담당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아닌 법원에서 상고심 재판을 한다고 하여 위헌이 선언된 적 없다. 가장 이상적인 제도로 세계 각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상고허가제는 아예 상고심 재판받을 기회 자체를 제한하는 제도이지만, 이에 대하여 위헌이라는 주장도, 위헌을 선언한 국가도 없으며, 우리 헌법재판소 역시 1981년부터 10년간 시행되었던 상고허가제에 대하여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합헌결정(헌재 90헌바1 결정)을 하였다. 상고법원안은 상고심 기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고허가제보다 재판받을 권리 침해라는 비판으로부터 더욱 벗어나 있다. 

     이와 같이 헌법 규정, 외국 및 우리 제도의 변천과정을 종합해 보면 대법원이 아닌 상고법원에서 상고심을 관할하는 것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합리한 차별이 되는 것이 아님은 충분하고 분명하게 확인되었다고 보인다.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 이제는 헌법문제가 아니라 ‘법률’로 어떻게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다 잘 보장할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할 것이다. 
     
    3. 국민주권 또는 민주적 정당성에 관한 검토
       국민주권을 선언한 헌법 제1조는 국가권력의 정당성 근거가 되는데, 여기에는 사법권도 포함된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제104조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일반 법관은 대법관회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에 대하여 선거를 통한 직접적인 정당성 부여 방식을 택하지 않은 것은, 다수의 지지로 선출된 입법부나 행정부와 달리 소수자 보호 책무를 법원에 맡긴 헌법의 균형적 선택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헌법이 정한 법원의 민주적 정당성 근거가 위와 같고, 상고법원에서 상고심 판단을 하는 것이 헌법에 반하지 않으므로, 대법관이 아닌 상고법원 판사의 상고심 판단 권한 역시 국민주권이나 민주적 정당성에 있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 사실 이 문제는 앞에서 살펴본 재판받을 권리 문제와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다. 즉, 헌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법관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재판업무를 위임할 것인지는 앞에서 보았듯이 입법사항이다. 더구나 헌법은 제102조 제2항에서 대법원에 대법관이 아닌 판사를 둘 수 있다고 하여 대법관이 아닌 일반 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4. 상고사건 분류기준에 관한 검토
      개정 법률안은 법령해석 통일과 공익성을 사건 분류기준으로 하여 이와 관련성이 있는 사건은 대법원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건은 상고법원이 심판하도록 하고 있다. 외국 사례를 보면, 독일은 근본적인 의미가 있거나 법의 계속적 발전이나 판례의 통일성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미국은 연방법 쟁점에 대해 판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영국은 일반 공중에 중요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는 경우, 일본은 법령해석에 있어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는 경우를 최고법원 심판 사건으로 정하고 있다. 결국 최고법원에서 심판할 사건은 공익이나 판례 통일, 중요한 법령해석이라는 추상적 기준에 의해 결정하고 있으며, 이는 최고법원의 심판이 필요한 사건을 합리적으로 선별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방법이다. 

     개정 법률안 역시 이러한 보편적 방법에 기초하고 있다. 불복가액이나 선고형량 또는 단독사건이나 합의사건과 같은 형식적인 기준을 채택할 수도 있으나, 소가가 낮거나 가벼운 형이 선고된 사건이라도 최고법원의 판단이 요청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오히려 불합리하다. 독일이 가액에 따라 달리 상고를 허용하는 가액상고제를 택하였다가 2002년 위와 같은 상고허가제로 전면 개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 근거한 것이었다. 
     
    5. 특별상고에 관한 검토
      개정 법률안에 의하면, 상고법원 판결은 선고와 동시에 확정되나, 헌법 위반, 명령?규칙?처분의 위헌?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 및 판례에 상반될 때에는 대법원에 특별상고를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소액사건심판법이 상고이유로 규정하고 있는 ‘판례 위반’을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령 조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관한 정의적 해석을 한 대법원 판례의 판단에 반대되는 해석을 하거나 반대되는 해석을 전제로 그 법령 조항의 적용 여부를 판단한 경우’(대법원 2010다62413 판결 등)로 보고 있는데, 이와 같은 제한적인 해석이 특별상고 의 ‘판례 위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편, 우리 소송법은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청구, 불복할 수 없는 명령?결정에 대한 민사소송의 특별항고, 형사소송의 비상상고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특별상고와 같은 비상적 절차는 낯선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고등법원 상고부 당시 이미 특별상고를 경험한 바 있고, 일본에서도 고등재판소의 상고심 판결에 대해 최고재판소에 특별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같이 비상적 불복수단이 인정된다고 하여 심급제의 기본 틀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특별상고로 인해 심급제도 자체가 4심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특별상고는 확정판결에 대한 불복이라는 점, 심급이동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상고심을 담당하는 대법원으로부터 다시 심판을 받는다는 점 및 집행정지 결정이 없는 한 판결의 확정력이나 집행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점에서 일본에서 파악하고 있듯이 재심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6. 결론
       살펴본 바와 같이 상고법원 도입안이 헌법 테두리 내에서 고안된 개선방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는 제도를 디자인함에 있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는 점에 이론이 없지만, 상고법원 도입안의 디자인이 합헌성의 범위 안에 있다고 보이는 현 상황에서 헌법 위반이 아닌가에 관한 논의를 반복하는 것은 상고제도 개선에 대한 발전적 논의의 진행을 다시 원점으로 회귀시켜 논의의 발전을 지체시키거나 가로막을 위험성도 있어 보인다. 이제 우리 현실에 적합한 개선방안을 찾는 논의가 보다 발전적으로 이루어져, 국민이 제기하는 불만을 충분히 해결하면서도 상고심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결론이 신속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