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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에 관하여

    임대윤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원주출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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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속칭 '사랑이 법'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 

    1. 문제의 제기
     
    이른바 ‘모(母) 불상의 출생신고’에 관하여, 가족관계등록 실무는 과거에는 이를 수리하였으나, 2011년 6월30일부터는 “모의 인적 사항의 유무는 출생사실의 유무뿐 아니라 인지라는 신분행위의 적부 판단에서도 필요불가결한 사항이다”라는 논리에서 이를 수리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어(가족관계등록선례 201106-2)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미혼부의 자녀는 그 출생신고를 아예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2015년 5월18일 법률 제13285호로 개정되어, 같은 해 11월19일부터는 그 경우에 법원의 확인을 받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속칭 ‘사랑이법’. 이하 ‘개정법’으로 약칭한다).
    그런데 이러한 개정법은, 그것이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7조 제1항(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취득권을 가진다)에 여전히 위배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근본적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그 내용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
     
    2. 확인재판 제도 자체의 당착
     
    가. 개정법의 확인재판 제도의 취지
    홍인 외 출생자의 부는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자신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인지의 효력 있는)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바(개정법 제57조 제2항), 가정법원은 이러한 확인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고(같은 조 제3항 전단), 지방자치단체, 국가경찰관서 및 행정기관이나 그 밖의 단체 또는 개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같은 항 후단).
    이러한 확인절차 및 신고에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바(같은 조 제5항), 이 확인 사건은 법체계상 가족관계등록비송사건이 될 수밖에 없으며, 확인의 대상은 모의 인적 사항의 유무 및 부자관계의 유무인 것으로 풀이된다. 
     
    나. 개정법의 확인재판 제도의 모순점
    그런데 이는 사리에 맞지 않는 제도이다.
    첫째, ‘모의 인적 사항의 유무’는 하느님도 아닌 법원이 확인을 해낼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 
    만일 모의 인적 사항에 관하여 법원의 직권조사가 가능할 정도의 단서가 있다면, 모자간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을(만일 모가 유부녀라면 그 남편에 대한 친자관계 판결도) 받아 출생신고를 하면 되므로 굳이 개정법과 같은 확인재판 제도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둘째, 따라서 확인의 주안점은 부자관계의 유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의 확인은 어차피 유전자시험성적서에 따라 기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터인데, 개정법의 논리는 똑같은 확인을 가족관계등록관서가 해서는 안 되지만 법원이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의 유전자시험성적서는 출생증명서를 대체 또는 보완하는 서류이기 때문에 등록관서가 이를 심사하도록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오히려 개정법 쪽이야말로 이론적으로 문제가 있다. 개정법대로라면 성질상 고유의 보고적 신고인 출생신고가 전래의 보고적 신고로 변질될 뿐 아니라(개정법이 규정한 재판은 말이 좋아서 확인이지 실질은 ‘출생신고의 허가’에 다름 아니다), 판결로 하여야 할 친자관계 재판을 결정으로 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3. 중복출생신고 규정의 당착
     
    가. 문제의 소재
    모 불상의 출생신고가 수리되더라도, 모가 유부녀였음이 사후에 밝혀지는 수가 있고, 이 경우에 모자관계를 어떤 절차를 거쳐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종래의 실무는 친자관계소송으로써 모의 남편의 친생추정을 깨뜨린 연후에(경우에 따라서는 모자간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까지 받아) 부의 추후보완신고(또는 모의 가족관계등록부정정신청이나 인지신고)로써 모자관계의 기록을 하였다. 
    또한,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부의 출생신고도 (신고인이 친생부가 맞는 이상) 엄연히 유효한 신고이므로, 이후에 모가 출생신고를 거듭하여 할 필요가 없고, 하여서도 안 되었다.
     그리고, 설사 모 불상의 출생신고의 전제로서 법원의 확인재판을 요한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이치가 달라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나. 개정법의 중복출생신고 규정의 취지
    그런데도 개정법 제57조 제4항 제1호는 “출생자가 제3자로부터 민법 제844조의 친생자 추정을 받고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 신고의무자가 1개월 이내에 출생의 신고를 하고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하여야 한다. 이 경우 시·읍·면의 장이 확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부모가 기아를 찾은 때에 관한 규정(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3조)을 그대로 베껴서 규정한 것인바, 따라서 개정법 규정의 취지 역시, ①모가 (다시)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고, ②그러면 시(구)?읍?면의 장이 사건본인이 동일인인지 확인한 후에 부의 출생신고에 의하여 작성된 등록부를 폐쇄하고 모의 출생신고에 의해 등록부를 다시 작성하라는 것으로 풀이된다(기아에 관한 가족관계등록사무 처리지침 제5조 참조).
     
    다. 개정법의 중복출생신고 규정의 모순점
    그러나 이 또한 사리에 맞지 아니한다.
    첫째, 이미 유효한 출생신고가 있었던 이상, 출생신고를 중복하여 하지 못하는 터인바(이에 반하여, 기아발견조서 작성 후에 하는 출생신고는 중복신고가 아니다), 개정법의 규정은 위 법리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둘째, 이러한 개정법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려면, 법원의 확인까지 받아서 한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가 유동적 유효라는 기묘한 이론구성이 불가피하다.
    셋째, 혼인 외 출생자의 모는 출산 후 1개월 내에 출생신고를 할 의무가 있었던 터인바, 개정법의 출생신고기간 규정은 위 법리와 상충된다(이에 반하여, 기아의 경우에는 신고의무자에게 의무해태의 책임을 지울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새로 출생신고기간을 기산하는 것이 당연하다).
    넷째, 개정법의 취지대로 등록부가 재작성 될 경우, 폐쇄되는 등록부에 기록되어 있던 부자관계는 모의 남편의 친생추정 때문에 말소될 수밖에 없고, 부로서는 재작성 된 등록부에 부자관계를 다시 기록하려면 모의 남편을 상대로 새삼스레 친자관계소송을 하여야만 한다는 이상한 결과가 된다.
     
    4. 결론
    그렇다면 개정법에 이러한 결함이 있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는 직접적으로는 입법과정에서 법원과 법무부가 ‘친생추정 물신주의’에 입각하여 법안에 딴죽을 걸면서도 문제 자체의 해결은 등한시하였기 때문이며, 근본적으로는 개정법의 대전제가 된 당국의 입장 자체가 오류이기 때문이다.
    등록부의 국적·신분공시기능에 비추어 보면, 당국의 입장은 결국 “모의 인적 사항을 모르는 아이는 엄연히 태어나 있고 설령 그 부가 누구인지가 명확하더라도, 국가가 그 아이의 부자관계를, 아니 출생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없고, 국민인 친생부가 인지하고자 하는 아이일지라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라는 말과 같다.
    그러나 이는 국민을 보호할 기본의무의 방기이자(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의무를 부과하기에 앞서 그가 국민이라는 사실부터 시인하여야 할 것이다) 친생추정을 (심지어 그것이 실제 혈연관계와 상이함이 버젓이 증명된 때에조차도) 자녀의 복리보다도 중시하는 것이며, 심지어 비인도적인 처사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버이가 자식을 위하여 법적으로 가장 먼저 해 주어야 할 일을 제지하는 것 즉, ‘호부호자(呼父呼子)’를 못하게 막음으로써 부자의 천륜을 부정하는 것에 방불하기 때문이다.
    당국의 구실은 ‘친생추정 제도가 엄존하는 이상 이로 인해 자녀의 법적 보호의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친생추정이 본시 자녀의 법적 보호의 공백을 없애기 위한 제도임(헌재 2015. 4. 30. 2013 헌마 623)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요컨대, 개정법은 도리어 모 불상의 출생신고라도 신고인이 친생부가 맞다면 이를 수리하도록, 그리고 그가 친생부인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등록관서가 심사하도록 규정하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