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법률정보

    연구논단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의 장래효에 대한 의문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관계 및 판결이유
    원고는 아버지인 A가 구속되자, 변호사인 피고를 A의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착수금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고, A가 석방되면 성공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그 후 원고는 피고에게 성공보수 1억원을 지급하였다가, 그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은 1억원 중 60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무효라고 하여, 피고에게 4000만 원의 반환을 명하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 동안 당사자 사이에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정상적인 보수까지도 성공보수의 방식으로 약정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종래 이루어진 보수약정이 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향후에도 성공보수약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이 유효하다고 보았던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21249 판결 등을 변경하였다. 그리하여 원심이 1억원의 성공보수약정 중 4000만 원 부분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다고 하였다.
     
    2.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의 무효 여부
    이에 관하여 제1설은 성공보수 약정은 변호사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소송 당사자에게는 유리한 면이 있을 뿐 아니라, 변호사에게 승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무효가 아니라고 한다. 반면 제2설은 변호사가 법원과 당사자로부터 독립하여 그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하고, 변호사가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사와 형사를 불문하고 성공보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제3설은 형사사건에서는 성공보수 약정은 부정적인 면이 특히 강할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므로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본다.
    종전의 판례는 민사사건이건 형사사건이건 가리지 않고 성공보수 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제3설에 따라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은 공서양속에 어긋나서 무효라고 하면서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21249 판결 등을 변경하였다.
    필자는 제3설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였고(주석민법 총칙 2, 제3판, 2001, 445 ? 446면; 제4판, 2010, 425면), 근래에는 이와 같은 주장이 많아졌다. 대한변협은 대상판결에 대하여 헌법소원까지 제기하였으나, 필자는 대상판결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믿는다. 형사사건은 민사사건과는 달리 공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은 달리 취급하여야 한다.
     
    3. 대상판결의 장래효 인정에 대한 의문
    그런데 대상판결은 종래 이루어진 성공보수 약정은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여 대상판결의 소급효를 부정하고, 향후의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하여 판례변경의 장래효만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은 판례를 변경하면서, 새로운 판례는 장래에 대하여만 적용되고 다만 당해 사건에 관하여는 예외적으로 소급 적용된다는 이른바 선택적 장래효를 인정하였는데, 대상판결은 당해 사건에도 소급효를 부정하는 순수한 장래효를 인정한 것이다.
    이전에는 판례 변경이 있으면 새로운 판례가 그 전의 사건에 대하여도 소급 적용된다는 데 대하여 별다른 의문이 없었다. 그러나 근래 종전의 판례를 신뢰한 당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새로운 판례는 그 후의 사건에 대하여만 적용될 수 있다는 논의가 제기되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과거에는 판례가 장래효만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하였으나, 1980년대 이후에는 장래효만을 가지는 판례는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하였다(윤진수, 미국법상 판례의 소급효, 저스티스 28권 1호, 1995 참조. 외국의 상황에 대하여는 이동진, 판례변경의 소급효, 민사판례연구 36, 2014 참조).
    생각건대 원래 재판이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판례에 대하여 장래효만을 인정한다는 것은 사법의 본질과는 맞지 않고, 국회 아닌 법원은 이러한 권한을 가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판례의 변경을 이끌어낸 당해 사건의 당사자마저도 새로운 판례의 혜택을 입지 못하게 되는 불합리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회피하기 위하여 선택적 장래효를 인정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다만 종전의 판례를 신뢰하였던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는 예컨대 형사사건에 있어서는 금지착오의 이론, 민사사건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의 이론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주석민법 총칙 1, 제4판, 2010, 126 ? 127면(윤진수)}. 
     
    4.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장래효 판결을 하게 된 것은, 당사자 사이에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정상적인 보수까지도 성공보수의 방식으로 약정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위하여 장래효 판결이 필요하였는지는 의문이다. 당사자가 보수 약정 중 일부인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보수를 성공보수 아닌 다른 형태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을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 그만큼의 보수는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계약상 당사자가 약정한 바가 없는 사항이 있으면, 당사자들이 그러한 사항에 관하여 약정하였다면 어떻게 하였을까를 따져 공백을 보충하는 이른바 계약의 보충적 해석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다(윤진수, 계약 해석의 방법에 관한 국제적 동향과 한국법, 민법논고 1, 2007, 275면 이하 등 참조). 대법원 판례도 당사자 쌍방에게 공통의 착오가 있는 경우(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13288 판결;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09다91811 판결 등) 뿐만 아니라 계약이 일부 무효인 경우(대법원ㅤ2010. 7. 22.ㅤ선고ㅤ2010다23425ㅤ판결 및 그 원심판결인 서울고등법원 2010. 2. 11. 선고 2009나93321 판결)에도 보충적 해석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
     
    5. 앞으로의 과제
    앞으로는 변호사가 성공보수 자체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게 되었다. 이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종전의 성공보수 약정의 경우와는 달리 보충적 계약해석에 의하여도 통상적인 보수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의뢰인이 일단 성공보수를 지급한 경우에는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인 약정에 기하여 지급한  것이므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고, 이 경우 불법원인이 수익자인 변호사에게만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원칙적으로는 의뢰인이 그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판례는 이른바 불법성 비교이론을 적용하여,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큰 데 반하여 급여자의 불법성은 미약한 경우에는 급여자의 반환청구는 허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대법원ㅤ1999. 9. 17. 선고 98도2036 판결 등), 성공보수의 액수가 지나치게 과다하고 의뢰인이 궁박한 상태에서 성공보수의 약정을 하였다면, 수익자인 변호사의 불법성이 의뢰인의 불법성보다 현저히 크고, 급여자인 의뢰인의 불법성은 미약하다고 보아 성공보수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6. 결론
    대상판결은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라고 함으로써 종래의 관행을 일거에 바꾸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은, 대상판결의 보충의견이 설시하고 있는 것처럼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형사사법의 공정성?염결성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증폭시키는 부정적 역할을 해 왔고, 이러한 오해와 불신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대상판결이 변호사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 명백하였던 만큼, 공개변론을 여는 등의 방법으로 논의를 공론화하는 절차를 거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