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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국가안보와 통신비밀 보호

    김성천 교수(중앙대학교 로스쿨·法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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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국가안보를 위한 형사법 체계
    형사법제상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로는 내란의 죄(제87조부터 제91조까지)와 외환의 죄(제92조부터 제104조까지)가 있다. 이들 범죄행위는 다른 범죄행위와 비교해 볼 때 그다지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는 유형에 속하기 때문에 학자들이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그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분야이다. 다만 휴전선 이북에 법적인 측면에서 반국가단체로 평가되는 북한이 존재하고 있고 서로 종종 대화를 하기도 하는 한편 대립과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로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는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들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형법보다는 국가보안법이 주로 적용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해치는 내용의 범죄행위들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면서 형사법 학자들이 수시로 지적하는 특별형법의 남발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법률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 형법은 ‘국가안보에 관한 죄’를 모두 형법에서 담고 있어서 별도의 특별형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 형법전상의 처벌규정을 무력하게 만드는 특별형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입법체계론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입법 내용 측면에서는 국가안보에 관한 처벌법제로서 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해 볼 때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같은 민족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 전의 동서독 관계처럼 좀 더 전향적인 법적 판단을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2. 국가의 안전보장과 정보자기결정권의 보장
    국가보안법이라는 국가안보에 관한 법률이 형법전과 분리되어 존재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가 학문적 조명을 그다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특별형법이라는 이유로 교과서에서 제외되어 있어서 교육과 연구의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처럼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범죄가 어떠한 위험성을 가지는가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들도 이들 범죄가 대한민국의 존립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지도 않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내란 예비?음모 사건이 있었다고 해도 국민들은 자신의 안위와는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 주목하지 않는다.
     
    반면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국민들 수준에서 상당히 민감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당 부대표에 대한 카카오톡 감청 사실이 알려지자 일주일 사이에 약 40만명의 이용자가 ‘텔레그램’으로 갈아 탄 것이 그 예이다. 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율하고 있는 합법적인 수사방법이지만 수사기관(정보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국민정서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무슨 방법을 동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카오 측에서는 사이버 망명 사태 직후인 2014년 10월 13일에 검찰의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1년 정도 지난 올해 10월 6일에 다시 협조하겠다며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이처럼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설득이 가능해 보이기도 하는데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설득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는지 아직도 수사(정보)기관에서 이동통신에 대한 감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안보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정보자기결정권이 마구 훼손되어도 좋다고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국가안보를 지키면서 사생활 침해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낮추는 길을 가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국민의 기본권인 정보자기결정권을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서 제한하되 필요한 최소한도로 그치도록 규율하는 목적을 가지고 제정된 것이 바로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이라 한다.)이다.
     
    3.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주요 특징
    현행 통비법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감청대상 범죄의 범위를 열거식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청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비교법적으로 일반적인 현상이다. 감청은 그 대상자가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이를 남용할 가능성이 높고 그 때문에 일단 허용되는 대상범죄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감청대상 범죄를 제한하는 방식은 형량기준 제한방식과 열거식 제한방식 등 두 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후자가 더 강도가 높은 규제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통신 감청 뿐 아니라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위해서도 법원의 영장을 발부 받도록 규율하고 있어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자기결정권 보호를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현행 통비법은 안보목적 감청의 경우에도 대화의 일방 당사자라도 내국인이 포함되어 있으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도록 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선진외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안보목적 감청은 주무부처 장관 또는 대통령 승인 사항으로 하고 있다.
     
    셋째, 당사자 통지제도가 도입된 이래 그 적용범위가 계속 확장되어 통신 감청의 경우 뿐 아니라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과 전자우편 압수·수색·검증의 경우까지도 대상으로 되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당사자 통지제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수사가 종결되면 30일 이내에 통신제한조치가 있었다는 사실과 해당기관 및 제한기간 등을 통지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수사결과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수집되지 못한 경우 피의선상에 올랐던 당사자가 자신이 혐의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추후 수사가 어려워지는 결과가 야기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수사가 종결되더라도 당사자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통지를 늦출 수 있도록 되어 있는바 우리나라 통비법이 통신비밀의 보호 측면에서 훨씬 더 강력한 규제장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4.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과 보완책
    이와 같은 강력한 규제장치들 때문에 우리나라의 통비법은 국민의 기본권인 정보자기결정권을 빈틈없이 보호해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문제점이란 바로 수사(정보)기관이 자체적으로 감청장비를 구비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감청은 그것을 당하는 사람이 인식할 수 없는 정보수집방법이라서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에서 그 장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게 되면 항상 남용의 위험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내사 단계에서 몰래 감청을 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의 미림팀에서 시작한 도청행위가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들통 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미림팀 해체와 함께 해고당한 직원이 도청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비로소 세상에 알려진 것을 보면 감청장비를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잘 알 수 있다. 미림팀이 해체되고 담당자가 쫓겨난 후에야 사실이 폭로되었다는 점을 보면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도청행위를 발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감청의 집행주체와 감청장비의 보유주체를 분리하는 것 밖에 없다. 주요 선진 외국들은 이와 같은 분리방식을 오래 전부터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감청을 집행하는 사람은 감청장비를 보유하지 못하고, 감청장비를 보유한 사람은 감청 집행을 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간통신사업자가 감청장비를 교환국에 설치하고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에서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을 가지고 가면 감청에 협조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통비법을 이러한 방향으로 개정하려는 시도가 10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거듭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SK?KT?LGU+ 등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영장집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사업자이건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하게 되면 가입자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다들 버티는 것으로 보인다.
     
    통비법 개정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동통신에 대해서 감청을 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통신감청이라는 수사방식을 근본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지만 감청의 집행주체와 감청장비의 보유주체를 분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를 법제화 하는 법 개정은 온갖 이유를 대면서 반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반대진영의 논리는 사뭇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반대를 하는 이유가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을 도대체 믿지 못하겠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 태도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는 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범죄를 포함해서 온갖 강력범죄들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지 않느냐는 측면에서 이동통신에 대한 감청이 가능하도록 변화를 가져오는 법 개정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실시간 로그기록을 법원에서 함께 보관하고 정기보안점검을 일상화 하는 등 기술적으로 불식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